[밑더브랜드] 스페인에서 자란 올리브가 한 병의 올리브 오일이 되기까지, ‘핀카 듀에르나스’

2025.04.18

“맛볼 땐 먼저 잔을 기울여 색을 관찰하세요. 코를 가까이 대고 향을 들이마십니다. 입에 한 모금 머금고 혀를 굴리며 조금씩 음미해 보세요.”
와인? 커피? 아뇨, 올리브 오일 이야기예요. 이제 취향의 영역으로 들어온 올리브 오일. 여기 올리브 오일을 위해 지구 반 바퀴를 날아 간 사람이 있습니다. 컬리 조기훈 MD예요. 좋은 올리브 오일을 내놓으려 스페인으로 향한 그의 이야기, 들어보시겠어요?

조기훈 가공1그룹장 / 컬리 MD본부
조기훈 가공1그룹장 · 컬리 MD본부

안녕하세요, 식품 MD 조기훈입니다.

새로운 우유를 개발하기 위해 제주도의 한 목장에 간 적이 있습니다. 원산지와 직거래하며 좋은 우유를 합리적인 가격에 선보일 수 있었어요. 그때 떠오른 게 올리브 오일이었습니다. ‘올리브유 맛집’ 컬리는 2023년 이미 100여개의 다양한 제품을 갖춘 상태였습니다. 전체 식용유·오일의 매출 절반은 올리브 오일에서 나왔고, 올리브유에서만 매년 30%의 매출량 신장이 이어졌죠. 하지만 제가 본 한국의 수입 올리브유 시장은 프리미엄을 내세운 마케팅 비중이 컸습니다. ‘올리브 오일도 현지와 직접 거래하면 좋은 가격에 팔 수 있지 않을까?’ 싶었죠.

여러 기준을 세워 산지의 올리브 농장을 찾았습니다. 수령 100년 이상의 유서 깊은 올리브 나무가 있는지, 매년 그해 처음 딴 햇올리브를 사용하는지, 올리브 수확 후 4시간 내 신선한 오일을 추출할 수 있는지 등이었죠.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한 곳이 ‘핀카 듀에르나스’ 농장이었습니다. 핀카 듀에르나스 X Kurly 브랜드는 이렇게 시작됐어요. 스페인 코르도바의 올리브가 한 병의 올리브 오일이 되기까지, 그 여정을 지금 소개합니다.

200년 역사를 가진 올리브 농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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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이 핀카 듀에르나스의 농장입니다. 전 세계 올리브의 절반을 생산하는 스페인에 있죠.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역에는 수백만 헥타르(30억 평가량)의 광활한 올리브밭이 펼쳐져 있는데요. 핀카 듀에르나스가 있는 코르도바도 올리브 벨트의 핵심 도시입니다. 한국에서 마드리드까지 14시간, 마드리드에서 다시 기차로 2시간 반을 달려야 닿을 수 있는 곳이죠.

핀카 듀에르나스의 역사는 무려 200년입니다. 세라노 로페즈 가문이 1828년부터 4대째 이 올리브 농장을 운영해왔죠. 180만 평이 넘는 농장을 10만여 그루의 올리브 나무가 빼곡히 채우고 있습니다. 솔레다드 대표의 할머니가 심은 마더 트리(mother tree)는 수령 100년이 넘었어요. 스페인의 역사를 품은 비옥한 토양 위에서 올리브는 알알이 익어갑니다.

올리브 오일의 시작은 올리브에서부터

핀카 듀에르나스 올리브

올리브 오일의 맛은 어떤 올리브를 쓰는지에 따라 결정됩니다. 올리브의 품종은 전 세계에 수백 가지가 있어요. 그중 여기서 주로 재배하는 품종은 피쿠알(picual)과 아르베키나(arbequina)입니다. 피쿠알은 청토마토와 풀내음이 나고 매캐한 끝맛이 특징이에요. 아르베키나는 달콤한 과일향이 도드라지고 쓴맛이 거의 없이 부드럽죠.

우리나라에 적합한 올리브 품종은 뭘까. 정말 고민이 많았는데요. 통계를 따랐습니다. 우리나라 4인 가족이 한 달에 쓰는 기름은 1.5통(900mL 기준), 약 1350mL입니다. 올리브유는 이보다 훨씬 적어요. 기름은 공기와 만날수록 맛과 색이 변하고 불쾌한 냄새가 나는 산패가 진행됩니다. 그래서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산화에 강한 품종인지가 중요했어요. 피쿠알은 이 조건에 맞았습니다. 컬리에서 판매하는 80여종의 올리브 오일도 분석했어요. 원산지와 산도, 맛과 향, 매출, 고객 후기 등을 총 정리하니 피쿠알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많았죠. 피쿠알 특유의 진한 풀향도 한국 소비자의 입맛에 잘 맞을 거라 판단했습니다.

핀카 듀에르나스 농장
핀카 듀에르나스 농장 안의 ‘컬리 팜’

핀카 듀에르나스 농장은 컬리만을 위한 피쿠알 품종을 재배해요. 컬리온리 오일을 만들기 위한 ‘컬리 팜’이 있습니다. 컬리 팜은 재배 방식에 따라 유기농과 일반 구역으로 나뉘어요. 유기농 올리브 농장은 1만 5천평, 일반 올리브 농장은 6만여평 규모입니다. 축구장 35개 크기죠.

나무를 떠난 올리브, 오일이 되다

올리브 수확이 시작됐습니다. 커다란 기계로 나무 둥치를 흔들면 올리브 열매가 후두둑 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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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시간 싸움이에요. 수확한 올리브가 최대한 빨리 오일로 추출돼야 산도*가 낮은 신선한 오일을 얻을 수 있습니다. 가장 신선한 엑스트라 버진 등급을 받으려면 올리브 오일의 산도가 0.8% 아래여야 해요. 2024년 1월 출시한 유기농 엑스트라 버진 햇올리브오일의 산도는 이보다 훨씬 낮은 0.25% 미만입니다. 더 대중적인 용도의 피쿠알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 또한 산도가 0.3% 아래죠.

*산도(acidity) : 산성의 정도. 올리브 오일의 품질을 가늠하는 척도 중 하나로, 숫자가 낮을수록 더 신선하다.

오일을 추출하기 위해 우선 씨를 제거한 올리브를 곱게 으깹니다. 반죽처럼 변한 과육을 냉추출*한 뒤 찌꺼기를 거르면 익숙한 올리브 오일의 모습이 돼요. 핀카 듀에르나스는 농장 안에서 오일을 추출할 수 있어 올리브를 수확한 직후 모든 공정을 끝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완성된 올리브 오일을 병에 담아 밀봉하면 한국으로 이동할 준비가 끝나요.

*냉추출(Cold Extraction): 원심 분리기를 이용해 올리브 오일을 추출하는 방식. 냉압착(Cold Pressed)에 비해 오일 추출 속도가 빠르고 영양소 손실도 적다.

이곳에서 만드는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은 두 종류입니다. 한정판 유기농 엑스트라 버진 햇올리브오일은 그해 처음 딴 유기농 올리브로 만들었어요. 수확한 후 1시간 내에 오일로 추출해 극강의 신선함을 담았죠. 피쿠알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은 합리적인 가격으로 무난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입니다. 신선함이 강점인 핀카 듀에르나스 X Kurly 오일은 샐러드나 과일, 요거트에 뿌려 먹는 걸 권합니다. 가열하면 특유의 풍미가 날아가거든요. 건강을 위해 아침에 한 스푼씩 마시거나 입에 머금고 가글하는 오일풀링에도 좋아요.

현지인도 먹기 힘든 신선한 올리브 오일

올리브 오일을 만드는 일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농장을 방문했을 때, 전년보다 올리브 수확량이 절반으로 줄어 올리브 오일의 가격이 30~50%까지 오른 상태였어요. 현지에선 올리브 오일이 매우 귀해져 다른 오일과 섞어 먹는 사람들이 늘고 있었습니다. 올리브는 매년 10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 수확하는데요, 그해 작황이 정말 좋지 않아 걱정이 컸습니다. 다행히 핀카 듀에르나스 농장의 안정적인 생산력과 끈질긴 가격 협상이 더해져 좋은 상품이 나올 수 있었어요.

“몇년새 유례 없는 폭염과 가뭄으로 스페인 올리브 생산량이 크게 줄었지만, 컬리에서 소개할 올리브 오일이 모두 잘 만들어져 기쁩니다.
스페인에서 보내는 저희 농장의 올리브오일을 한국에서 맛있게 즐겨주세요.” 

– 핀카 듀에르나스의 솔라다드 대표


“끝맛이 매워요.”
“풀잎향? 옅은 토마토 맛 같기도 하고요.”
“이건 시트러스 계열의 과일향이 나요.”

컬리푸드페스타 2024 현장. 핀카 듀에르나스 X Kurly를 필두로 컬리가 엄선한 올리브 오일이  모두 모였습니다. 컬리의 그로서리 MD들이 2024-2025년도 갓 수확한 햇올리브오일을 방문객들에게 직접 맛보여 드렸어요.

“지금 시음하는 제품들은 모두 올해(2024년) 10월 말에서 11월 초에 수확한 햇 올리브 오일입니다.”
“항산화 작용을 하는 폴리페놀 함량이 높을수록 매콤한 스파이시함이 느껴질 수 있어요.”
“올리브의 품종과 원산지에 따라 오일의 맛이 천차만별로 달라집니다.”

혹자는 묻습니다. 이 올리브 오일들이 큰 수익을 낼 수 있냐고. 조기훈 MD는 답해요.

“오일 한두개로 회사의 매출이 결정되진 않죠.
하지만 카테고리마다 브랜드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상품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고객이 접하는 컬리의 정체성이 확고해질 수 있죠.
이런 가치는 매출이라는 숫자로 환산할 수 없습니다.”

올리브 오일을 만들기 위해 스페인의 올리브 농장으로 날아가는 이유. 컬리의 MD들은 오늘도 브랜드의 정체성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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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주

컬리 콘텐츠 매니저.
맛있는 거 좋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