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사과와 고구마 | 제철 그림 편지

2026.10.15

제철 그림 편지는 누구보다 계절을 즐기는 화가와 요리사의 편지를 전합니다. 계절이 담긴 그림 레시피를 일상에 참고해 보세요.

언니에게

어제는 여름에 덮던 이불을 정리하고 장롱 속에서 두툼한 이불을 꺼냈어. 폭신한 감촉에 신난 고양이가 노는 걸 한참 보다 잠들었지. 여름에는 쉽게 잠들지 못하는 날들도 많았는데, 날씨가 차가워질수록 잠이 꿀처럼 달게 느껴지네.

가을하면 언니는 무슨 색이 가장 먼저 떠올라? 나는 단풍의 빨강과 익어가는 과실의 붉은색이 제일 먼저 생각나. 따듯한 색을 보면 마음의 온도도 조금 올라가는 기분이야. 그래서 이번 계절에는 가을하면 먼저 떠오르는 색깔의 재료들을 떠올려봤어.

가을볕에 익어가는 사과, 뜨끈하게 익혀 가르면 노란 속살을 드러내는 고구마를 잔뜩 그리고 긴 여름 살아냈던 나비가 이제는 가만히 쉬어가는 걸 그렸어. 가을하면 떠오르는 것들로 채운 그림을 언니에게 보낼게. 짧은 계절을 깊이 만끽하자.

2026년 10월, 미나가

Oct apple sweet potato

🍠🍎 고구마 사과 수프

재료

  • 고구마 250g
  • 사과 200g
  • 양파 100g
  • 버터 1큰술
  • 물 또는 채수 300ml
  • 우유 100ml
  • 소금 1t
  • 후추
  • 꿀 1T
  • 올리브오일 약간
  • 시나몬 파우더 약간

만드는 순서

1️⃣ 고구마는 껍질을 벗겨 큼직하게 썰고, 사과는 껍질과 씨를 제거해 적당한 크기로 썹니다. 양파
도 잘게 썰어 준비합니다.
2️⃣ 냄비에 버터를 녹이고 양파를 넣어 중약불에서 충분히 볶습니다. 양파가 투명해지고 단맛이 올
라올 때까지 천천히 볶아주세요.
3️⃣ 고구마와 사과를 넣고 2~3분 정도 함께 볶습니다.
4️⃣ 물 또는 채수를 붓고 고구마가 충분히 익을 때까지 중약불에서 15~20분 정도 끓입니다.
5️⃣ 고구마가 부드럽게 익으면 핸드블렌더나 믹서로 곱게 갈아줍니다.
6️⃣ 우유를 넣고 한 번 더 끓인 뒤, 소금과 후추로 간을 맞춥니다.
7️⃣ 마지막에 꿀을 조금 넣어 사과와 고구마의 단맛을 정리합니다. 완성된 수프에 올리브오일을 몇
방울과 시나몬 파우더를 뿌려 마무리합니다.


💡Tip

  • 사과는 과즙이 많고 산미가 있는 햇사과를 사용하면 고구마의 묵직한 단맛과 잘 어울립니다.
  • 우유 대신 물이나 채수로 농도를 맞추면 사과와 고구마의 맛이 더 또렷하게 느껴져요. 취향에 따라 선택하세요.
  • 수프의 농도는 우유나 채수의 양으로 조절해 주세요. 고구마의 품종에 따라 필요한 양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미나에게

가을 하면 나는 갈색이나 붉은색이 먼저 떠올라. 요즘 유난히 붉고 알이 큰 사과가 눈에 들어오기도 하고.

며칠 전에는 친구가 사과 한 박스를 보내줬어. 햇사과라 그런지 한입 베어 물면 과즙이 많고 아삭해서 하나 먹고 또 하나를 깎게 되더라. 동생은 어디서 그렇게 많이 가져왔는지 고구마를 한 보따리 이고 지고 왔어. 알이 어찌나 탐스러운지 받자마자 몇 개를 오븐에 넣고 오래 구웠어. 껍질 사이로 단내가 올라오고 속이 노랗게 익은 걸 보니, 이제 정말 고구마를 구워 먹을 계절이구나 싶었지.

가을에는 이렇게 먹을 것이 풍성해지는 것만큼, 누군가가 건네준 마음까지 함께 쌓이는 것 같아. 사과와 고구마를 한가득 받아놓고 있으니 먹을 것이 많아서인지, 마음이 넉넉해져서인지 괜히 든든하더라. 사과도 고구마도 그냥 먹어도 충분히 맛있어서 이번에는 둘을 같이 넣어 따뜻한 수프를 끓여보려고 해. 어떤 맛이 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가을은 색으로도 맛으로도 따뜻한 쪽으로 기우는 계절인가 봐. 짧은 계절 동안 맛있는 것들 많이 만나면서 지내자.

2026년 10월, 지영이

작성자 이미지

이미나

화가, 그림책 작가. 제철 재료를 관찰해 그리며 계절을 보낸다. 그림책 <나의 동네>, <새의 모양>, <이불개>와 <제철의 셰프>를 만들었다.

작성자 이미지

장지영

요리사. 제철 식재료를 중심으로 한 식당을 운영한다. 동네 친구 이미나 작가와 그림 요리 에세이 <제철의 셰프>를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