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더브랜드] 스마트 로봇이 담아 낸 청정 자연 ‘제주우유’

2025.07.22

컬리의 첫 단독 상품은 제주 목초우유였습니다. 새로운 우유가 우리의 일상에 자리 잡기까지, 평생 낙농업에 헌신한 장인의 노력이 있었습니다. 컬리의 대표 우유, 그 한 병에 담긴 이야기를 들려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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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제주시 조천읍 대흘리. 마을의 끝자락, 크고 작은 오름이 솟은 중산간에 2만 평의 목장이 있습니다. 수백 마리의 젖소들의 보금자리, 제주우유가 나오는 다원목장이에요.

이곳의 소들은 스스로 젖을 짭니다. 소가 내킬 때 거대한 로봇착유기 앞에 서면, 네 개의 로봇 팔이 나와 착유를 시작해요. 새벽에 짠 원유는 오전에 제주 시내 공장에서 우유가 되어 오후 배로 출발합니다. 이튿날, 소비자는 신선한 우유를 집에서 마실 수 있어요.

“대기업에 비하면 우린 규모가 작아요. 하지만 그래서 관리하기 좋죠. 소를 키우고 젖을 짜서 우유로 만드는 전 과정을 시스템화 할 수 있습니다.”
– 제주우유 김정옥 대표

보통의 우유는 여러 목장의 원유를 모아 가공합니다. 하지만 제주우유는 한 목장에서 한 상품의 원유만 뽑아내요. 우유의 품질을 균일하게 가져갈 수 있죠. 육지와 달리 목장에서 가공장까지 30분 내외에 이동할 수 있는 것도 큰 이점입니다. 신선한 원유를 최대한 빨리 상품으로 만들 수 있으니까요.

김정옥 대표는 열 개의 목장과 유가공 공장, 부설 연구소까지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 중 다원목장은 최첨단 설비를 갖춘 스마트 목장이에요. 모든 젖소는 목에 단 태그를 통해 개체 정보와 건강 상태를 관리 받습니다. 여덟 대의 로봇착유기가 24시간 원유를 짜며 소들의 상태를 데이터로 저장해요. 착유한 원유는 기계 내부에서 1차로 유지방, 유단백, 체세포 등의 성분 분석을 받습니다. 이 검사를 통과한 원유만 냉각기로 이동해요. 이 모든 과정에서 원유는 외부 노출에서 100% 차단돼 최초의 영양분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습니다.

축사 내에는 4개의 로봇청소기도 돌아다녀요. 소의 분뇨를 청소하는 로봇 분뇨처리기입니다. 목장 내부를 수시로 청소하고, 작업이 끝나면 알아서 제자리로 돌아가 재충전을 해요. 착유설비와 분뇨처리기 모두 네덜란드의 농기계 제조사 렐리(Lely)의 낙농 로봇들입니다. 로봇착유기는 규모가 큰 몇몇 국내 목장에도 있지만, 목장 전체를 스마트 시스템으로 운영하는 곳은 다원목장 뿐입니다. 김정옥 대표는 2023년, 120억 원을 들여 전국 최대의 자동화 목장을 구축했어요.

“소를 3개월~6개월 정도 훈련해요. 착유기 앞쪽에 사료를 두고 여기 오면 먹을 게 있고 젖도 편하게 짤 수 있다는 걸 인식하게 합니다. 소들의 스트레스를 해소해 주는 게 중요해요.”
– 다원목장 김원중 과장

“옛날에는 직원들이 새벽부터 와서 소를 몰았어요. 4시 반에서 6시 사이에 자는 소들을 깨워서 젖 소독하고 우유 짜고… 그러니까 소가 스트레스 받죠. 지금은 자기가 하고 싶을 때 로봇 앞에 가서 서기만 하면 돼요. 소가 편하니까 우유 질이 좋아지죠.”
– 제주우유 김정옥 대표

소가 먹을 풀부터 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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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우유 김정옥 대표

시작은 미약했습니다. 1970년대 중반, 먹고 살기 위해 빚을 내 7마리의 소를 샀어요. 소를 번식시켜 암송아지가 나오면 키우고, 수송아지는 육우* 농가와 바꿔 가며 조금씩 마릿수를 늘였습니다. 소젖을 짜 공장에 보내다 보니 더 좋은 우유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육우: 고기를 얻으려고 기르는 소. 주로 젖을 짜지 않는 수컷 젖소를 말한다.

“옛날엔 시장 가면 ‘우유 얼마예요?’ 물어봤어요. 근데 사람들이 이제 ‘이거 어디서 나온 겁니까’ 하는 거예요. 믿을 수 있는 건지, 먹을 거 갖고 장난 안 치는 덴지 묻는 거죠. 소비자 눈높이가 높아졌는데 거기에 맞는 우유가 없었어요.”
– 김정옥 대표

2017년경, 드디어 자신만의 유가공 공장을 지었습니다. 그때 컬리를 만났어요. 2015년 서비스를 시작한 컬리는 고객들이 자주 찾는 단독 상품을 만들기 위해 고심하고 있었습니다. 우유는 가정에서 매일 먹는 식품이었고, 품질과 가격이 좋은 우유를 만든다면 컬리의 대표적인 상품이 될 거라고 생각했죠. 컬리만의 좋은 우유는 어떤 것인지 그 기준부터 만들어 가는 중요한 시기였습니다. 당시 많은 우유 브랜드를 검토했지만, 김정옥 대표의 제안은 달랐어요.

“보통은 우유 가격이나 납품 조건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요. 하지만 여기는 오로지 우유의 품질만 이야기했어요. 좋은 우유란 어떤 것이고, 이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어떻게 만들고 관리한다는 등 접근부터 달랐죠.”
– 조기훈 가공1그룹장 · 컬리 상품본부

김정옥 대표는 소가 먹을 풀부터 직접 재배합니다. 다원목장 근처, 20만 평의 초지에서 라이 그라스(Rye grass)라는 목초를 길러요. 단백질 함량이 높고 자생력이 뛰어나 제주에서 기르기 좋은 품종이죠. 화산 분화구인 산굼부리가 있어 자연생물권이 보존되는 곳. 물이 잘 빠지는 현무암 재질의 화산토에서 소들의 먹이가 자랍니다. 수확기에 김정옥 대표는 부부가 함께 매일 수십만 평의 땅에서 직접 목초를 거둬들여요. 3월에 파종하는 라이 그라스는 5~6월에 한 번, 10월에 한 번 총 두 번의 수확을 합니다. 수분이 가득한 목초는 수확 후 일주일간의 건조 과정을 거쳐야 해요. 수확기엔 매일 일기예보를 체크하며 수확에 가장 좋은 때를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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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에게 필요한 영양소를 맞추기 위해 외국 풀도 수입합니다. 대표적인 해외 사료 알팔파(Alfalfa)는 단백질과 칼슘이 풍부하지만 아시아권에서 자라지 않아 북미 지역에서 공수해 와요. 직접 수확한 라이 그라스와 물 건너 온 알팔파 등 10여개의 재료를 모아 배합사료를 만듭니다. 무항생제와 유기농 사료로 나누어 각 사료배합기에서 최적의 먹이를 제조해요. 이곳의 소들은 물도 제주 삼다수를 마십니다. 사료이전율*이 높은 젖소는 하루에 200리터 이상의 물을 마셔요. 우유의 88%는 물이기에, 소가 좋은 물을 마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연의 목초와 제주 화산암반수를 먹고 자란 소들은 건강한 우유를 생산해내요.

*소가 먹은 음식의 성분이 모유로 배출되는 비율

“나 먹는 건 부실해도 소들은 진짜 철저하게 먹이려고 해요. 나야 오늘 덜 먹어도 내일 잘 먹으면 되는데 얘들은 매일 우리한테 젖을 짜주잖아요. 소를 귀하게 생각하고 잘 받들어야 애들이 건강해지고 좋은 우유를 연중 생산할 수 있어요. 아무리 설비가 좋고 가공을 잘 해도 소가 건강한 게 제일입니다.”
– 김정옥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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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우유 김정옥 대표

풀내음이 나는 산뜻한 우유

컬리의 첫 단독 상품, 제주 목초우유는 이런 신념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원유 본연의 맛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72~75도에서 15초간 살균했어요. 보통 시중의 우유는 원유 속의 세균을 없애기 위해 120~135도의 고온에서 살균 과정을 거칩니다. 안전성은 높지만, 원유 속의 유익균과 영양소가 소실될 수 있어요. 제주 목초우유는 최초의 원유가 가진 맛과 영양을 오롯이 살렸어요. 그래서 이전의 우유와 달리 담백하고 깔끔한 맛을 냅니다. 먹고 나면 은은한 풀내음도 감돌죠. 청정 제주의 자연을 그대로 신선하게 담아내는 것. 김정옥 대표와 컬리가 합작해 만든 새로운 우유의 기준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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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를 클릭하면 제주 목초우유 구매 페이지로 이어집니다.

아무리 좋은 우유라도 마셔봐야 아는 법. 새로운 우유를 맛 보이기 위해 컬리는 ‘100원 딜’을 기획했습니다. (당시) 정가 2,950원이던 우유를 신규 회원에게 100원에 판매했어요. 손해를 무릅쓰고 고객이 새로운 우유를 직접 경험해보길 바란 거죠. 반응은 엇갈렸습니다. ‘먹던 우유와 맛이 다르다’, ‘밋밋하다’는 말도 있었지만 ‘우유 맛이 깔끔하다’, ‘비린 맛이 없어서 좋다’는 호평도 있었어요.

사람들은 점차 담백한 우유에 스며들었습니다. 출시 초기 하루에 250여 개 나가던 목초우유는 하루가 다르게 급성장해 2년 만에 일 4천 개의 매출을 올렸어요. 지금까지 팔린 제주 목초우유를 쌓으면 에베레스트산의 30배 높이. 이제 컬리 10주년 명예의 전당에 오른 대표 상품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2025년 7월 현재, 제주 목초우유는 매월 2억 5천만 원가량 팔리고 있습니다.

“저는 소를 키우기 좋은 제주의 환경을 혜택 받았어요. 이 가능성을 좋은 우유로 만들 수 있게 노력을 많이 해야죠. 컬리를 만나서 신선한 상태로 전국에 배송하는 유통까지 가능했던 거고요.”
– 김정옥 대표

그의 노력은 끝이 없습니다. 최근엔 더 높은 품질의 저지우유를 개발했어요. 영국 저지(Jersey) 섬에서 자란 저지 소의 원유로 만든 프리미엄 우유입니다. 영국 왕실에서 즐겨 마셔 로열 밀크(Royal milk)라고도 해요. 김정옥 대표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150두의 저지 소를 키우고 있습니다. 저지 소는 기존의 홀스타인 젖소에 비해 체구가 60% 정도로 작고, 원유도 그만큼 적게 나와요. 하지만 유성분이 뛰어나 고지방ㆍ고영양의 우유를 만듭니다. 홀스타인보다 더위에도 강해요. 소는 먹이를 소화하며 배 속에 열이 발생하는데, 저지 종은 먹는 양이 적어 가스가 덜 차기 때문이죠.

저지 우유의 성분을 살린 저지그릭요거트도 개발했습니다. 오직 저지 원유만 사용해 차별화된 맛을 구현했죠. 부드럽고 고소하면서 크림치즈처럼 부드러운 질감의 요거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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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를 클릭하면 저지우유 구매 페이지로 이어집니다.

“요즘엔 우유 말고도 먹을 게 너무 많잖아요. 옛날엔 먹을 게 없으니까 뭘 줘도 그냥 먹었지만, 이젠 그렇지 않아요. 다른 곳과 차별화된 고급 상품이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어요.”
– 김정옥 대표

자연의 본질을 살리는 AI 목장의 청사진

최상의 우유를 찾아온 지 벌써 50여년. 그가 생각하는 좋은 우유는 품질이 일관된 우유입니다. 스마트 목장을 구현한 것도 늘 오차 없는 가동과 관리를 위해서였어요. 사람이 하는 일은 매일 조금씩 다를 수밖에 없고 그에 따라 우유 질이 들쑥날쑥했거든요. 이제 스마트 목장을 넘어 AI 목장을 위한 청사진을 그리고 있습니다.

“지금은 로봇 돌리는 시스템을 사람이 관리하고 전송해요. 이걸 이제 AI가 하는 거죠. 목장과 공장, 연구소에 다 AI를 접목해서 목장에서 공장 상황도 보고, 공장에서 목장의 소 상태가 어떤지도 바로 들여다보는 거예요. 만약 연구소가 딱 봐서 오늘 원유에 ‘지방산이 부족하다’, ‘단백질이 0.2% 떨어졌다’ 하면 그걸 바로 보강할 수 있게요.”
– 김정옥 대표

AI 목장은 올해 하반기부터 공사에 들어갈 계획입니다. 내년에는 AI가 청정 제주를 그대로 담은 더 업그레이드된 제주 목초우유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몰라요.

“우리가 사는 데 먹거리가 가장 중요하잖아요. 먹는 우유, 식품으로는 최고를 만들고 싶어요. 전국 어딜 가도 제주만큼 맛 좋고 정직한 제품이 없어요. AI로 제주우유 이름에 걸맞은 최고급 프리미엄 제품을 만들어 낼 겁니다.”
– 김정옥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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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더브랜드(Meet the Brand)는 브랜드를 만든 사람에 집중합니다. 그만의 철학과 삶으로 초대할게요.

작성자 이미지

박성주

컬리에 깃든 이야기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