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큐레이션 이야기] 기본에 충실하면 자연스럽게 차별화됩니다, 컬리뷰티페스타 2025

2025.11.12

기묘한 큐레이션 이야기는 우리 주변의 좋은 큐레이션을 전합니다. ‘좋은 것을 많이 볼수록 나에게 좋은 것을 알아본다’는 믿음으로, 브랜드, 콘텐츠, 공간 등 매달 하나의 큐레이션 사례를 소개합니다.

“뷰티에 진심인 고객이 즐길 수 있는 ‘진짜 뷰티 행사’를 만들고 싶었던 컬리의 바람을 이번 컬리뷰티페스타에 담고자 노력했습니다”

07 컬리뷰티페스타 01
ⓒ기묘한

혹시 뷰티페스타에 가보신 적 있나요? K-뷰티의 전성기는 다양한 인디 브랜드의 성장에서 비롯됐고, 그 성장의 무대가 바로 ‘뷰티페스타’였습니다. 피켓팅을 뚫고, 입장료를 내서라도 가는 행사. 한 번 다녀오면 다음 해를 또 기다리게 만드는, 이름 그대로 ‘축제’였죠.

하지만 유사한 행사가 쏟아지면서 주최 측의 고민도 커졌습니다. 더 이상 ‘어디서나 볼 법한’ 구성으로는 고객을 설득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2회 차를 맞은 ‘컬리뷰티페스타 2025’도 같은 질문에서 출발했습니다. 작년에 좋았던 건 살리고, 아쉬웠던 건 고치되, 누구에게나 “잘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컬리가 찾은 답은 의외로 단순했습니다. 기본에 충실하자. 그리고 놀랍게도, 그 기본만으로도 충분히 차별화가 되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컬리뷰티페스타 2025가 보여준 ‘기본에 충실한 큐레이션’의 핵심을 짚어보려 합니다.

07 컬리뷰티페스타 02
이처럼 입구부터 기획 의도를 공을 들여 세심하게 설명해주는 페스타는 정말 처음이었습니다 ⓒ기묘한

기대감을 구체적으로 채웠습니다

좋은 오프라인 경험은 방문 전부터 시작됩니다. 무엇을 기대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그리고 정확하게 심어줄수록 현장에서의 밀도는 배가되죠. 그런 면에서 이번 컬리뷰티페스타는 사전 단계부터 눈에 띄는 장치를 많이 마련해 두었습니다.

가장 흥미로웠던 건 기획 MD 인터뷰를 풀어낸 컬뷰페 아낌없이 즐기는 법이었습니다. 행사 의도부터 주목 브랜드, 관람 포인트까지 솔직하게 공개했는데요. 미리 읽고 들어가니 부스 하나하나가 개별적인 스토리로 다가왔습니다. 브랜드가 가진 특성이 무엇인지, 어떤 감각을 전하려는지 맥락이 먼저 들어오니 체감이 확 달라지더군요.

입구에서의 스토리텔링과 환대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번 행사는 ‘나를 가꾸는 정원’이라는 콘셉트에 맞춰 공간을 다섯 구역으로 나눠 운영하였는데요. 각 구역의 의미와 대표 브랜드를 입장 직후부터 차근차근 안내했습니다. 아무리 좋은 기획도 전달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인데, 이 부분을 끝까지 책임지려는 태도가 느껴졌습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시향 스틱을 건네 주는 따듯한 환대가 더해졌는데요. 덕분에 관람을 정말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07 컬리뷰티페스타 03
작은 선물이었지만, 환대 받는다는 느낌을 더해준다는 점에서 정말 좋았습니다 ⓒ기묘한

설명으로 끝내지 않고, 구역 소개 지점을 포토존처럼 연출한 것도 좋았습니다. 자연스럽게 멈춰 서서 사진을 찍다 보면, 콘셉트를 한번 더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되니까요. 결국 기대를 정확히 설계하고, 그 기대를 현장에서 다시 확인시키는 과정, 이와 같이 기본에 충실한 설계가 이번 페스타의 경험을 한층 단단하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진짜가 아닌 건 과감하게 덜어냈습니다

이렇듯 좋은 인상을 받으며 행사장에 들어서자, 이번엔 ‘쾌적하다’는 인상이 먼저 들었습니다. 보통 뷰티 페스타는 인파에 치여 금세 지치기 쉬운데요. 더욱이 대기줄이 길어지면 제품 경험에 집중하기보다 본전 생각에 더욱 사은품에 집착하게 되곤 하죠. 그런데 컬리뷰티페스타 2025는 달랐습니다. 물론 일부 인기 부스는 십여 분 정도 기다려야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무리 없이 이동하고 체험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07 컬리뷰티페스타 04
페스타를 다녀본 분이라면 주말에 이렇게 쾌적하게 관람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 겁니다 ⓒ기묘한

알고 보니 이유가 있었습니다. 작년은 90여 개 브랜드, 4일간 2만여 명이 찾았던 반면, 올해는 60여 개 브랜드, 관람객도 1만 6천여 명 수준으로 규모를 다소 줄였던 거죠. 부스 수를 줄이고 각 부스의 공간을 넓히자 동선이 정돈되고, 관람 밀도는 높아졌습니다. 덕분에 ‘덜 붐비는 만큼 더 깊이 체험’하는 구조가 가능해졌죠.

쉬운 선택은 아니었을 겁니다. 브랜드 수와 방문객 수는 흔히 행사 성패를 가늠하는 지표이기도 하니까요. 내부에서도 논쟁이 있었을 법합니다. 그럼에도 이런 결정을 밀어붙일 수 있었던 건, 페스타의 본질을 놓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뷰티 페스타의 핵심은 ‘평소 접하기 어려운 브랜드와 제품을 제대로 경험하게 하는 것’입니다. 사은품은 경험을 돕는 수단이지 목적이 아닙니다. 결국 좋은 경험 설계가 무엇보다 우선이어야 하죠. 컬리는 그 원칙에 충실했고, 그래서 결과적으로 차별화에 성공했습니다.

반대로 진짜는 확실하게 더했습니다

물론 “브랜드 수를 줄였다고 해서 다 좋은가?”라는 반론이 나올 수 있습니다. 다양한 브랜드를 만나는 것 자체가 특별한 경험이 될 수 있으니까요. 다만 중요한 건 브랜드 수가 늘어난 만큼 경험의 질이 비례해 오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결국 핵심은 몇 개를 모았느냐가 아니라, 어떤 브랜드가 참여했느냐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행사는 수는 줄었지만 내용은 오히려 더 풍성했습니다. 이런 행사에 잘 나오지 않거나, 심지어는 아예 오프라인에서 만나기 어려운 브랜드들의 비중이 높아 큐레이션의 밀도가 확실히 올라갔거든요.

대표적인 곳이 스킨수티컬즈였습니다. 행사를 기획한 MD들이 ‘꼭 들러야 할 부스’로 가장 많이 꼽은 곳인데, 내부에서도 ‘온라인 입점도 놀라운데, 페스타까지?’라며 화제가 됐다고 하더군요. 실제로 이번이 브랜드 최초의 오프라인 팝업이었다고 하죠.

07 컬리뷰티페스타 05
스킨수티컬즈 부스는 현장에서 제품 효능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기묘한

포트레도 관람객들의 만족도가 높았던 곳 중 하나였습니다. 최근 급부상 중이지만, 면세점을 제외하면 오프라인 접점이 거의 없어 직접 체험하기 어려웠던 브랜드였거든요. 그간 팝업은 몇 번 있었지만 페스타 참여는 이번이 처음이었다고 하죠. 평소 한 번 써보고 싶다고 생각하던 제품들을 마음껏 시용할 수 있었다는 점만으로도 존재 이유가 분명한 부스였습니다.

07 컬리뷰티페스타 06
오프라인 매장이 드문 포트레 부스에선 관람객들이 유독 더 오래 머무르며 이것저것 체험해 보는 듯했습니다 ⓒ기묘한

이처럼 ‘환경’만 정돈한 게 아니라, 경험의 매개체인 ‘브랜드’ 자체의 희소성과 적합성을 높여 놓으니 행사 전체의 완성도가 한층 올라갔습니다. 이것이야 말로 컬리뷰티페스타 2025가 ‘기본에 충실한 큐레이션’을 말로만이 아니라 실제로 구현해 낼 수 있었던 비결이었고요.

모두가 만족할만한 접점을 찾았습니다

그렇다면 왜 많은 브랜드가 유독 컬리뷰티페스타를 택한 걸까요? 현장을 돌며 느낀 답은 간단했습니다.브랜드가 아쉬워하던 지점을 깔끔히 메우고, 그 해결책이 다시 좋은 고객 경험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설계했기 때문입니다. 그중 가장 눈에 띈 건 ‘현장 구매 인증 혜택’이었어요.

브랜드 입장에선 오프라인 만남 자체도 의미 있지만, 결국 목표는 구매 전환입니다. 문제는 체험과 대화로 호감이 커져도, 현장을 떠나면 결제까지 이어지기 어렵다는 점이죠. 반대로 고객 입장에서도 ‘지금 바로 사고 싶은데’는 욕구가 생기지만, 현장 구매 창구가 없으면 맥이 빠지곤 합니다.

07 컬리뷰티페스타 07
모든 브랜드 부스에선 직접 구매를 이끄는 장치들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기묘한

컬리는 이 간극을 브랜드와 함께 메웠습니다. 샘플 체험만으로 끝나지 않게 ‘첫 구매 특가’ 등을 마련하고, 현장에서 바로 결제 후 인증하면 추가 혜택을 주는 방식이었죠. 브랜드는 현장의 뜨거운 관심을 바로 구매로 이끌어 고객을 팬으로 만들 수 있고, 고객은 더 좋은 가격은 물론 부가적인 혜택을 챙기니 서로 이득입니다. 모두가 만족할만한 접점을 찾아 실제로 구현해 낸 셈인 거죠.

07 컬리뷰티페스타 08
단지 할인이나 증정품을 넘어서 여기서만 체험할 수 있는 경험을 추가로 준 것은 매우 좋은 포인트였습니다 ⓒ기묘한

더 좋았던 건, 혜택이 단순 할인이나 증정에 그치지 않고 ‘체험’과 촘촘히 연결됐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칫솔 브랜드 ‘켄트’는 방문객 전원에게 칫솔 1개를 나눠주며 사용감을 먼저 느끼게 했고, 설명을 듣고 만족해 구매까지 하면 추가 증정에 더해 현장에서 ‘이름 각인’까지 해주었습니다. 오직 이번에만 가능한 한정 경험이라 끌림이 컸고요. 어느새 저도 결제하고, 이름 각인된 칫솔을 손에 쥔 채 꽤 만족스러워하고 있더라고요.

본질을 고민하면 답이 나옵니다

이처럼 컬리뷰티페스타 2025는 결국 ‘좋은 경험’에 집중한 큐레이션의 장이었습니다. 화려함을 덧대기보다 비본질을 과감히 덜어내고, 대신 경험의 밀도를 높이는 요소에 힘을 실었습니다. ‘진짜 페스타’가 무엇인지 끝까지 묻고 답한 시간이 결실을 맺은 거죠.

또한 방문 전 기대 설정부터 현장 체험, 이후 구매 전환까지 고객 여정을 통째로 설계하고, 이를 움직일 장치들을 세심하게 배치했습니다. 기본에 충실하니 자연스레 차별화가 되었고, 행사의 완성도도 한 단계 올라섰습니다.

덕분에 저뿐 아니라 많은 고객들이 작년에도 좋았지만 올해는 더욱 발전했다는 평가들을 많이 내리는 건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컬리뷰티페스타가 앞으로도 이러한 원칙들을 지키며, 좋은 큐레이션의 선례를 꾸준히 쌓아가길 기대합니다.

작성자 이미지

기묘한

‘사고파는 모든 것’에 대해 다루는 콘텐츠 창작자. 매주 2만 5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받아보는 뉴스레터 <트렌드라이트> 에서 인사이트를 전하고 있습니다. 책 <기묘한 이커머스 이야기>를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