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더브랜드] 자연의 본질을 전하는 ‘바름팜’

2025.08.27

채소도 제철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늘 신선한 양파와 당근을 볼 수 있어요. 사시사철 좋은 채소를 공수해오는 유통 전문가 덕분입니다. 건강한 농산물을 위해 전국을 누비는 그의 일상, 따라가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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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의 한 대파 밭. 바름팜이 여름에 대파를 구해 오는 곳이다.

“여름엔 강원도 물건이 좋아요. 선선하니까요. 겨울엔 따뜻한 제주도로 가죠. 겨울에 제주에서 시작해 경상도, 전라도, 잠깐 충청도, 경기도 올라왔다가 다시 강원도, 그리고 다시 제주도. 이렇게 가는 게 패턴입니다.”
– 바름팜 김동명 대표

계절마다 채소가 싱싱한 곳이 있습니다. 바름팜 김동명 대표는 매주 그곳으로 가요. 일주일에 2~3번 산지를 찾아 직접 작물의 상태를 확인합니다. 더위에 채소가 시들지 않았는지, 폭우로 작물이 씻겨나가진 않았는지 체크해요. 이른 봄, 폭우로 전남 해남 농가의 양배추를 못 쓰게 됐다면 제주도 것을 더 많이 저장하고 충청도 물건을 조기 수확해야 합니다. 사시사철 좋은 원물을 확보하기 위해 늘 레이더를 켜고 발 빠르게 움직이죠.

바름팜은 컬리에 가장 다양한 채소를 공급하는 브랜드사입니다. 고구마, 당근, 양배추, 대파, 브로콜리 등 60개가 넘는 상품을 제공해요. 특히 고구마는 지난해 12월, 컬리푸드페스타에서 바름팜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행사장에서 먹은 군고구마가 너무 맛있다며 ‘어디 거냐’는 고객 문의가 들어왔을 정도죠.

“고구마는 컬리 고객들의 선호에 맞춰 만든 상품이에요. 품종부터 크기, 당도 기준을 정교하게 조정했습니다.”
– 김동명 대표

“꿀고구마라고 불리는 베니하루카 품종은 갓 수확했을 때 전분이 20% 정도로 높아 퍽퍽하고 단맛이 없습니다. 그래서 큐어링*과 숙성 저장을 거쳐 단맛을 올리고 식감을 부드럽게 만들어요. 농가와 함께 매주 고객 반응을 체크하면서 고객들이 좋아하는 고구마의 기준을 세웠습니다.”
– 김신희 MD · 컬리 상품본부

*큐어링(curing): 수확한 고구마를 따뜻하고 습한 환경에서 보관해 껍질의 상처를 아물게 하고 전분을 당으로 바꿔 보관성과 단맛을 높이는 것

영암 친환경 꿀고구마*는 이런 노력의 산물입니다. 전남 영암의 비옥한 땅에서 자란 고구마를 여러 번 선별하고 숙성해 좋은 것만 담았어요. 가정에서 조리하기 쉽도록 크기와 두께, 길이까지 섬세하게 조정했습니다. 컬리 푸드페스타 이후 입소문이 퍼져 올해 상반기에만 11억 원의 매출을 냈어요.

*현재 햇고구마 수확 후 숙성 중으로 9월 중 재출시 예정입니다.

“여기는 제가 거래하자고 세 번을 쫓아갔어요. 고구마는 8월에 햇고구마가 나오는지가 중요해요. 고구마는 보통 11월에 수확이 끝나는데, 그걸 다음 해 8월까지 가져가면 저장도 잘 하고 맛도 좋은 거예요. 이 영암 고구마를 제가 처음 먹은 게 7월이었는데, 썩은 것도 없고 너무 맛있었어요.”
– 김동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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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름팜 김동명 대표

산지에서 자란 소년

김동명 대표는 강원도 춘천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남의 밭 이삭을 줍고, 아는 형네 채소 가게 일을 돕는 게 일상이었어요. ‘이때 배추를 심는구나’, ‘이 시기에 고구마 수확을 하는구나’, 이런 걸 자연스레 알았습니다. 1990년대 초부터 경기도 광주에서 농사를 짓기 시작한 아버지의 일을 오며 가며 도왔습니다. 유기농으로 케일, 신선초, 쌈배추를 길러서 건강 주스를 만드는 기업에 납품했죠.

2002년, 월드컵이 끝나고 아버지가 채소를 납품하던 회사에 아르바이트를 하러 갔습니다. 친환경 농산물을 전문으로 다루는 곳이었어요. 그쪽 일을 제대로 배운 적은 없지만 잘 맞았습니다. 익숙했으니까요. 그 뒤, 또 다른 농산물 전문 업체로 옮겼습니다. 10년간 업무를 총괄하며 새로운 시도를 많이 했어요.

“그땐 대면 판매가 잘 됐어요. 슈퍼에서 판촉 사원이 서서 ‘이거 먹어보세요’ 하면 100만 원 팔리고, 그런 사람이 없으면 10만 원 팔던 시절이었죠. 그렇게 하지 않는 채소는 벌크(더미)로 쌓아 놓고 팔았어요. 고객이 직접 비닐봉지에 넣고 저울 재서 가져가게요. 저는 그걸 다 개별 포장하는 걸로 바꿨어요. 지금처럼 연근 600g 한 봉지 이렇게요.”
– 김동명 대표

고객들은 어떤 채소가 좋은지 잘 모릅니다. 김동명 대표는 소비자에게 어렵고 귀찮은 벌크 판매가 옳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소포장의 필요성을 느끼고 판매 방식을 바꾼 거죠. 온라인 유통이 다가오는 미래도 일찍이 깨달았습니다.

“사실 컬리가 안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옛날에 대형마트 점포에서 식품을 직접 배달해주는 걸 시도한 적이 있어요. 망했죠. 근데 돈 많은 대형마트도 못한 걸 해내더라고요. 그때 생각했어요. 이런 업체들이 잘 되면 우리 같은 회사들이 많이 힘들어지겠다.”
– 김동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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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명 대표는 사람들이 새벽배송을 한번 접하면 그 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거라 확신했습니다. 그때부터 ‘앞으로 뭘 먹고 살지’ 하는 고민을 계속 했어요. 온라인 업체와 거래하는 새로운 유통 방식을 도입하고 싶었지만, 사측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기존의 오프라인 유통을 중심으로 자사가 직접 판매하는 온라인 플랫폼 정도만 운영하려 했죠. 하지만 김동명 대표는 그것이 얼마나 많은 부대 비용이 드는지 알고 있었습니다.

“농사꾼은 농사를 잘 짓고, 유통업자는 중간 다리 역할을 잘 하면 돼요. 컬리 같은 곳은 고객에게 물건을 잘 팔면 되고요. 다 각자 역할이 있는 거거든요.”
– 김동명 대표

그 즈음 부친상을 당하며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농사를 짓던 아버지는 한번도 가족들과 여행을 가본 적이 없었어요. 그렇다고 큰 돈을 번 것도 아닌데 평생 고생만 하다 가신 것 같았죠. 농사꾼에게 불합리한 유통 체계를 바꾸고 싶었습니다. 세상이 바뀌고 있는데 내 나름대로 좋은 회사를 만들어보자고 결심했어요.

전에 없던 제수용 도라지

2019년 7월, 농업회사법인 바름을 창업했습니다. 처음엔 외주 받은 채소 포장을 조금씩 하다가 추석을 앞두고 컬리에 제수용 상품을 제안했어요. 제수용 친환경 데친 고사리와 채 도라지였습니다. 두 나물은 명절 제사상의 필수품이지만, 명절에만 팔리는 특수한 상품이에요. 중간 단계가 많아서 기르고 유통하는 곳도 많지 않죠. 당시 컬리에선 삶은 고사리가 고가에 판매되고 있었는데, 데쳐서 팔면 훨씬 좋은 가격에 많은 양을 공급할 수 있다는 데 착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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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름팜이 컬리에서 처음 판매한 제수용 친환경 데친 고사리와 채 도라지

“바름은 신생업체였지만 친환경 전처리 시설을 갖고 있었습니다. 제수용 나물은 무농약 인증을 받은 국산 원물만 사용해서 컬리 고객들의 니즈에 맞다고 봤어요.”
– 이준규 가공2그룹장 · 컬리 상품본부

“고사리 300g, 채 도라지 300g을 납품했는데 처음엔 10만 원 정도 발주가 들어왔어요. 그런데 점점 매출이 뛰더니 추석을 일주일을 앞두고 품절돼 버렸죠.”
– 김동명 대표

이후 컬리는 바름만 할 수 있는 상품을 더 가져와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김동명 대표는 당시엔 없었던 소포장된 손질 채소들을 내놓았어요. 손질한 당근이나 꼭지 제거한 마늘, 채소믹스 샐러드 같은 상품이었죠. 바쁜 고객들이 신선한 채소를 간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한 겁니다. 상품의 중량은 소비자가 한 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양으로 나눠 담았어요.

“당근 껍데기 까서 버리는 거 얼마나 귀찮아요. 마늘 꼭지 따면 그 냄새가 종일 손에서 나잖아요. 이런 걸 저희가 대신 해 드리는 거죠. 대파도 다 똑같은 파란 거 말고 흰 부분만 상품화했어요. 잎몸 대파라고, 파의 연백색 부분인데 이게 파기름 낼 때 최고거든요.”
– 김동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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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볶음밥용 채소 상품을 들고 설명하고 있는 김동명 대표

이듬해인 2020년, 코로나19로 컬리로 들어오는 주문이 폭증합니다. 김동명 대표는 ‘내가 생각한 게 진짜 맞구나’ 하는 희열을 느꼈어요. 팬데믹이 장기화되며 매출은 두 배, 세 배 이상 솟았습니다. 벌써 창업 7년차, 매해 꾸준히 매출을 늘려 온 바름팜은 이제 전체 매출의 70%가 컬리에서 나옵니다. 올해 8월까지 컬리에서 올린 매출은 100억 원*에 달하죠. 컬리 채소팀에는 바름팜의 상품을 맡고 있지 않은 MD가 없을 정도입니다.

*2025년 전체 매입량 기준

“저희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컬리 덕분입니다. 농산물은 작황에 따라 매년 시세가 달라요. 이런 환경적인 요인을 감안해서 적정가에 꾸준히 사주는 곳이 필요한데, 컬리가 이걸 정말 잘합니다. 컬리에 들어가는 상품은 처음에 씨 뿌리는 것부터 MD 분들과 상의해요. 상추 한 포기 뽑으려면 최소 3개월 전부터 어느 지역에 얼마나 심을지 얘기하거든요. 농사가 잘 안 되면 그때 그때 중량이나 판매 기한을 협의해서 조정해 줍니다. 그래서 저희 같은 중간 업체와 직원들, 여기에 연결된 농가들, 거기 딸린 사람들 모두가 장기적으로 사업을 끌어갈 수 있죠.”
– 김동명 대표

자연의 본질을 식탁까지

김동명 대표는 늘 산지와 시장 상황에 귀를 기울입니다. 트렌드에 민감한 것도 컬리와 잘 맞아요. 매년 전국의 작황을 꿰고 있어서 이맘때 가장 맛있는 채소가 뭔지 알거든요. 컬리에서 올 봄 출시한 ‘갓 따온 밀양 햇당근’도 그렇게 나온 시즌 상품이었습니다. 당근은 보통 위에 달린 잎을 제거하고 수확해 저장해요. 하지만 이파리까지 신선한 당근을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다면, 당근 본연의 모습을 제대로 맛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죠. 이 생각으로 잎이 무성하게 달린 당근이 컬리에 출시됐습니다. 수확 후 판매 기한은 단 이틀. 가장 신선하고 맛있는 1달간 판매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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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4월 시즌 상품으로 판매된 잎 달린 당근. 컬리 상품위원회 영상에서 기획 과정이 소개되었다.

“컬리는 늘 새로운 거, 특이한 거 없냐고 물어요. 그런 건 늘 있으니까 ‘있는데 시즌 상품으로 짧게만 팔 수 있다’고 하죠. 컬리는 품질만 좋으면 좋다고 해요.”
– 김동명 대표

곧 새로운 씨를 뿌릴 구상도 하고 있습니다. 더위가 가시면 샐러드용 양배추 종자를 제주도에 심을 예정이에요. 샐러드 양배추는 기존의 양배추보다 당도가 높고 생식하기 좋습니다. 수확 후 몇 주만 판매할 수 있는 극 신선식품이지만, 컬리 채소팀과 ‘한번 해보자’고 입을 모았어요. 계획대로 된다면 연말에는 새로운 맛의 샐러드 양배추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유행이 급변하고 취향이 세분화되는 시대지만, 김동명 대표는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고 자신해요. 트렌드가 바뀌는 시그널이 시장에 반드시 있으니 그걸 파악해 준비하면 된다고요. 탄수화물인 감자 수요가 점점 줄고 당근, 양배추 판매가 늘어난다면 이에 맞춰 농가와 다음 계약 물량을 바로 조정하는 식입니다. 이상기후로 1년 농사가 예측 불가능해지는 것도 다양한 품종과 상품으로 리스크를 분산하고 있어요.

“사회가 건강해지고 소득이 높아질수록 채소의 가치가 더 높아질 겁니다. 아무리 몸에 좋은 영양제를 먹어도 우리 땅에서 난 자연 산물을 대신 할 수 없어요. 건강한 땅에서 난 농산물을 섭취하고 그 생태계가 순환돼야 건강하게 먹고 사는 것이니까요. 바름팜은 이런 인간의 가장 본질적인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김동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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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더브랜드(Meet the Brand)는 브랜드를 만든 사람에 집중합니다. 그만의 철학과 삶으로 초대할게요.

작성자 이미지

박성주

컬리에 깃든 이야기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