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더브랜드] 특별함을 모두에게, ‘모모스커피’

2025.10.22

어떤 커피 좋아하세요? 고소한 맛 아니면 산미 있는 맛? 언제부터 커피도 입맛에 따라 골라 먹게 됐을까요. 스페셜티 커피를 우리의 일상으로 들여 온 바리스타 챔피언을 소개합니다.

2007년 5월, 부산 동래 온천장. 한 보신탕집 창고 자리에 작은 카페가 생겼습니다. 4평의 테이크아웃 전문점. 번화가와는 거리가 먼, 중장년층이 주로 사는 동네에 커피를 사 가는 문화도 없던 때였습니다.

“그땐 바리스타 하면 뭔지도 몰랐어요. 커피숍에서 일하는 거라 하면 부산 사투리로 그랬죠. ‘어디 가시나가 다방에서 일한다고!'”
– 모모스커피 전주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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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스커피가 처음 시작한 자리에 서 있는 전주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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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리는 모모스커피 본점 입구 한쪽에 보존돼 있다.

전주연 대표는 대학 졸업반이던 시기, 고민이 컸습니다. 사회복지학을 전공했지만 실습을 하니 적성에 맞지 않았어요. 오히려 막 개업한 모모스커피에서 일하며 큰 행복을 느꼈습니다. 작은 테이크아웃 전문점이었지만, 매번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이 즐겁고 기뻤어요. 지하철 첫 차가 다니기 전 문을 열어 종일 일해도 하루 매출이 3만 원이던 시절. 학과 교수님과 가족, 친구들까지 ‘그건 직업이 아니라 아르바이트’라며 반대가 심했습니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에 집중했어요. 무엇보다 함께 하는 동료들이 있어 결심했습니다. 이 커피 회사에서 일하겠다고.

“아주 작았지만 저희는 회사라고 했어요. (모모스커피) 처음 멤버가 4명인데 다 비슷해요. 창업자 이현기 대표님이랑 전 직장 동료였던 박정수 대표, 지금도 바리스타로 일하시는 꾹스*님, 그리고 저까지. 모두 꿈 꾸는, 도전하는 사람들이죠. 이 사람들과 함께라면 뭐든 할 수 있겠다 생각했어요.”
– 전주연 대표

*정해국 바리스타. 모모스커피의 직원은 모두 ‘-스’로 끝나는 닉네임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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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실내로 들어온 모모스커피 매장에서. 왼쪽부터 전주연 대표, 이현기 창업자 겸 대표, 박정수 대표.

이현기 대표의 부모님이 하는 식당 한켠에서 네 사람은 꿈을 키웠습니다. 미국 기업들도 다 창고에서 시작했다, 여기서 성공하면 뭐든 해낼 수 있다고 서로를 다독이면서요. 변변한 지붕도 없는 야외 공간에서 눈비에 옷이 젖고, 겨울에 손이 부르터 피가 나기도 했습니다. 그땐 커피부터 스무디, 컵빙수까지 다양한 메뉴를 팔았어요. 프랜차이즈 사업을 해 매장을 100개로 늘리는 게 목표였습니다.

스페셜티 커피를 알게 된 건 2009년. 아는 카페 사장님이 미국 스페셜티 커피 박람회를 이현기 대표에게 알려줬습니다. 어려운 시기라 이현기 대표는 있는 돈 없는 돈 긁어 모아 미국에 다녀 왔어요. 전주연 대표는 이때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이하 WBC)*을 처음 접합니다.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World Barista Championship) : 세계 각국의 바리스타가 모여 커피 추출 실력과 창의성을 겨루는 세계 최고 권위의 바리스타 대회.

“WBC 영상을 보는데 한 명의 바리스타가 서 있고 수많은 사람들이 주변을 둘러싸고 환호하고 있더라고요. 저 사람과 나의 직업이 다르지 않은데, 왜 나는 이렇게 주변의 반대를 받고 있을까? 왜 저 사람은 응원 받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목표를 세웠죠. 나도 저 무대에 서 봐야겠다.”
– 전주연 대표

그 후, 모모스커피의 방향도 바뀌었습니다. 매장을 늘리는 것보다 커피의 본질을 생각했죠. 원년 멤버 넷은 커피 스터디를 시작했습니다. 아침에 가게를 열기 전, 1-2시간 정도 각자 준비한 주제로 자료를 준비해 와 발표했어요. 유명한 업계 인사들을 무작정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이제 커피를 시작하는 사람인데 잠깐만 해줄 얘기 있는지 묻곤 했죠. 전국을 오가며 그해 WBC에 나간 이종훈 바리스타에게 교육을 받기도 했습니다.

한국 최초의 바리스타 챔피언

10년 뒤, 전주연 대표는 WBC에서 우승합니다. 한국인 최초였어요. WBC는 한국 바리스타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단 1명만 출전 자격을 갖습니다. 2010년부터 국가대표에 도전한 전주연 대표는 2018년, 꿈에 그리던 WBC 무대에 올라요. 하지만 너무 긴장한 탓에 에스프레소 탬핑*을 빼 먹는 기초적인 실수를 하고 맙니다. 이듬해 재도전해 마침내 세계 최고의 바리스타가 되죠.

*탬핑(Tamping):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커피를 내릴 때 포터필터 안에서 가루를 평평하고 단단하게 누르는 과정. 커피를 추출할 때 물이 고르게 통과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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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WBC 우승 직후 결선 진출자들과 함께 Photo by Lanny Huang and the Specialty Coffee Association

WBC에서 바리스타는 15분 간 세 가지 음료를 4명의 심사위원에게 모두 제공해야 합니다. 심사위원들은 커피의 맛과 바리스타의 기술, 발표의 창의성과 논리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요. 전주연 대표는 우승한 2019년, 커피의 단맛을 주제로 했습니다. 탄수화물, 특히 단당류와 다당류*가 커피의 맛과 균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화학적인 논거로 이야기했죠. 특히 심사위원을 탁자에 앉혀 눈높이를 맞추고, 커피로 건배를 제안하는 등 친근한 분위기로 큰 호응을 얻었어요.

*단당류: 포도당, 과당처럼 하나의 당분으로 이뤄진 기본적인 단맛 성분 / 다당류 : 여러 단당류가 길게 연결된 복합 당 성분

“제 커피를 친구처럼 함께 즐겨주셨으면 해요. 서로 인사해 주세요.”
– 전주연 대표, 2019년 WBC 시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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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우승 당시 시연 중 Photo by Charlie Burt for Sprudge

“카페인은 화학 물질이잖아요. 커피를 공부하면 이걸 빼놓을 수 없어요. 마침 저희 오랜 단골 손님 중 화학 선생님이 계셨어요. 저희 스터디에 많은 시간을 내 주셨죠. 부경대 식품공학과에 커피를 연구하는 에티오피아 친구가 있어서 도움을 주고받기도 하고요. 화학적인 부분이 많았지만 본질적으로 커피의 단맛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 전주연 대표

전주연 대표의 우승으로 그해 커피 본연의 단맛이 화두로 떠오릅니다. 커피 체리*의 당을 어떻게 잘 추출할지, 어떤 가공 방식이 더 좋은지 등 다양한 실험이 커피 농장에서부터 이뤄졌어요. 2000년, WBC가 처음 개최된 이래 서구권이 주도해 온 스페셜티 커피 씬에서 부산의 한 바리스타가 중심이 된 것입니다.

*커피 체리: 커피 나무에서 열리는 붉은 열매. 보통 껍질과 과육, 씨앗 2개로 이뤄져 있다. 커피 체리 안의 씨앗을 꺼내 가공한 생두(Green bean)를 볶으면 까만 원두(Roasted bean)가 되고, 원두를 분쇄한 가루로 커피를 추출한다.

컬리로 특별함을 모두에게 알리다

2020년, 모모스커피는 컬리에 입점합니다. ‘특별함을 모두에게(Specialty for All)’라는 슬로건처럼, 스페셜티 커피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하기 위해서였어요. 좋은 재료를 신선하게 전달하는 컬리의 핵심 가치가 모모스커피와 맞닿아 있다고 봤습니다.

“저희는 2010년부터 전 세계 농장과 직거래하고 있어요. 모모스커피 그린빈 바이어*가 산지에 가서 직접 커핑**을 하고 한국에 보내 몇 번 테이스팅해도, 한두달 뒤 부산에 오면 맛이 다를 때가 있어요. 곡물이고 신선식품이니까요. 컬리는 상품을 전부 매입해 까다롭게 관리하는데, 스페셜티 커피를 유통하는 데 적합한 환경이죠. 냉장차로 배송하는 것도 여름철 굉장한 이점이고요.”
– 전주연 대표

*그린빈 바이어(Green bean buyer): 생두를 생산지에서 고르고 사오는 전문가.
**커핑(Cupping): 커피의 맛과 향을 평가하기 위해 일정 방식으로 커피를 추출해 맛을 비교, 시음하는 것.

컬리의 원두커피 랭킹 부동의 1위는 모모스커피의 대표 원두입니다. 부드러운 단맛의 에스쇼콜라, 상큼한 산미의 프루티봉봉 두 가지예요. 모모스커피의 컬리 매출 55% 이상이 원두 상품에서 나옵니다. 커피를 직접 내려 먹는 커피 애호가들이 좋아하는 브랜드죠. 모모스커피는 컬리 단독 상품을 기획해 시즌별 최고급 원두를 선보이기도 합니다. 올해는 컬리 10주년을 기념해 ‘보랏빛향기’라는 이름의 원두를 한정 판매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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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리에서 판매 중인 모모스커피 상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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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리 10주년 단독 상품 보랏빛향기 기획세트

“커피를 만드는 기술자 입장에서 그런 게 있어요. 레몬, 오렌지빛, 빨간색 하면 각각 떠오르는 커피가 다르거든요. 보라색은 가장 단맛이 좋으면서도 엑소틱(exotic)한, 아주 독특한 계열이에요. 아사이베리, 적포도, 웰치스 포도 같은 느낌? 보랏빛향기는 이런 향미의 커피를 다섯 개 정도 블렌딩해 만들었죠. 굉장히 재미있게 한 작업이었고 결과물도 아주 좋았어요.”
– 전주연 대표

전주연 대표는 외부 활동을 할 때 ‘컬리에서 모모스커피 사 먹어요’란 말을 자주 듣습니다. 부산 외의 타지 사람들에게 가장 진입 장벽이 낮은 곳이 컬리죠. 전주연 대표도 출장지에서 급하게 선물을 준비할 때 컬리를 애용합니다. 밤 11시 전에만 사면 내일 아침까지 오니 가장 빨라요.

모모스커피는 2023년부터 컬리푸드페스타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커피 업계 행사나 박람회와 달리 컬리푸드페스타는 대중적인 반응을 듣는 기회예요. 페스타 부스에서 방문객이 드립백 커피를 직접 내려 마실 수 있도록 했는데, 이 경험을 처음 하는 분들이 꽤 많았어요. 원두가 든 종이 부분까지 찢어 버리거나, 드립백을 컵에 걸치는 방법을 몰라 어려워하기도 했죠. 이 계기로 모모스커피는 드립백의 디자인을 개선합니다. 처음 드립백을 쓰는 사람도 헷갈리지 않도록 절취선 높이를 바꾸고 설명도 더 자세하게 적었어요.

“스페셜티 커피를 즐기는 사람은 극소수예요. 가격이 가장 큰 진입 장벽인데, 대량 생산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더 많은 사람을 만나 더 많이 판매해야 생두를 더 많이, 싸게 사올 수 있고 또 한번 더 많은 분들께 노출될 수 있습니다. 이런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 전주연 대표

가치를 담은 커피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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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스커피의 모모스(momos)는 윤리적이고 가치 지향적인 소비를 하는 집단을 말합니다. 부르주아(bourgeois)적 소비와 보헤미안(bohemian)의 감성을 추구하는 보보스(bobos)의 반대 개념에서 나온 말이죠. 모모스커피는 이 철학 아래, 커피의 생산에서 소비까지 이어지는 전 과정이 윤리적이고 가치 지향적일 수 있도록 고민해요.

올해 끝난 10년 간의 본점 리뉴얼도 이런 신념 아래 진행됐습니다. 이현기 대표의 부모님이 하던 식당이 폐업한 후, 모모스커피는 건물 내부로 진출해 점차 영역을 넓혔습니다. 2014년, 본점 옆의 건물을 사들인 후 3개 건물과 2개 필지를 추가 매입했고 그중 한 건물은 과감하게 철거해 정원을 조성했어요.

“동래 지역을 부산의 고(古)도심이라고 해요. 1960년대 부산의 역사와 생활 양식이 남아 있죠. 이 유산을 최대한 살리고 싶었어요. 옛날엔 식당 안의 대나무나 석상들이 어린 맘에 촌스럽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돈이 없다 보니 유지하며 넓혀 나갈 수밖에 없었죠. 지금은 이것들이 가장 큰 자원이었다고 생각해요.”
– 전주연 대표

개업 18년차, 커피는 어느덧 기호식품을 넘어 하나의 문화가 됐습니다. 이제 커피는 맛뿐만 아니라 커피를 즐기는 공간과 분위기까지 함께 평가받아요. 모모스커피는 좋은 커피 경험을 줄 수 있는 단 4개의 매장만 운영하고 있습니다. 2021년, 부산 출신의 월드 컵 테이스터스 챔피언* 추경하 바리스타가 합류하며 두 명의 커피 챔피언이 이끄는 회사가 됐어요. 모모스커피는 부산 지역과 스페셜티 커피 산업 전체에 기여하고 함께 성장하고자 합니다. 무엇보다 커피를 소비하는 사람들의 삶이 풍요로워지길 바라요.

*월드 컵 테이스터스 챔피언십(World Cup Tasters Championship) : 전 세계 바리스타들이 커피의 향과 맛을 맞추는 테이스팅 능력을 겨루는 대회.

“20대 초반 귀인들을 만나서 제 삶이 달라졌다고 생각해요. 이 사람들과 여전히 함께 하고 있단 걸 생각하면 마음이 엄청 따뜻해지죠. 고객 분들께 ‘여기 있어줘서 고마워요’, ‘사랑합니다’ 이런 말을 들을 때가 있는데요, 저희는 저희 일을 할 뿐인데 그럴 때 정말 행복하죠. 앞으로도 가장 사랑 받는 커피 브랜드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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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더브랜드(Meet the Brand)는 브랜드를 만든 사람에 집중합니다. 그만의 철학과 삶으로 초대할게요.

작성자 이미지

박성주

컬리에 깃든 이야기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