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큐레이션 이야기는 우리 주변의 좋은 큐레이션을 전합니다. ‘좋은 것을 많이 볼수록 나에게 좋은 것을 알아본다’는 믿음으로, 브랜드, 콘텐츠, 공간 등 매달 하나의 큐레이션 사례를 소개합니다.
“가장 주관적인 영역에선 역설적으로 가장 객관적인 추천이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지난 7월 25일, 유튜브 ‘인기 급상승 동영상(인급동)’이 사라졌습니다. 인급동은 지금 무엇이 화제인지 한눈에 보여주던 창구였죠. 그 이전에도 비슷한 역할을 한 것이 있었습니다.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입니다. 여론의 흐름을 비추는 거울로 여겨졌지만, 광고성 노출과 신뢰도 논란이 이어지며 2020년대 초 차례로 문을 닫았습니다.
그 공백을 개인화 추천이 메웠습니다. “각자에게 맞춤형으로 보여주자”는 기술적 해법이 주류가 되었죠. 하지만 추천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지금 다들 무엇을 보고, 무엇을 먹고, 무엇에 반응하는지’를 확인하고 싶어 합니다. 대세를 읽고 따라가려는 본능이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그 본능을, 가장 주관적인 영역이라 할 수 있는 ‘맛’에서조차 설득력 있게 작동시킨 서비스, 타베로그(Tabelog)에 대해 살펴보려 합니다. 지금부터 타베로그는 어떻게 신뢰를 얻었고, ‘순위’가 어떻게 강력한 큐레이션이 될 수 있는지 이야기를 이어가 보겠습니다.
개인의 취향을 초월하는 평점이 여기 있습니다
여행의 이유는 각자 다를 겁니다. 다만 ‘먹는 즐거움’이 상위권을 차지하는 건 분명합니다. 특히 해외라면 국내에선 쉽게 못 먹는 한 끼를 기대하기 마련이죠. 여행 계획을 세울 때마다 맛집을 찾는 것이 필수로 따라붙는 것도 이 때문이고요.
가까운 일본은 꾸준히 사랑받는 여행지입니다. 작년 방일 한국인이 882만 명에 달했을 정도니까요. 그리고 일본을 갈 때 위와 같이 ‘먹는 즐거움’을 위해 많은 이들이 습관처럼 여는 서비스가 있습니다. 타베로그. 일본 최대의 맛집 정보·예약 플랫폼으로, 로컬 서비스임에도 올해 8월 네이버와 정식 제휴를 맺을 만큼 대중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타베로그가 특별한 이유는 ‘평점의 감도’에 있습니다. 똑같이 5점 만점인데도 3.5만 넘어도 믿을 만하다는 신호로 통합니다. 별점이 부풀어 있는 구글 맵과 달리 3.5 이상을 찾는 것 자체가 쉽지 않고요. 지난 여름 개인적으로 최고의 만족을 준, 미슐랭 가이드에 등재된 라멘집조차 3.87점에 그친 것을 보고 여긴 ‘진짜’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음식 취향은 극도로 개인적인데도 타베로그 점수는 이상하리만큼 널리 공감을 얻습니다. 커뮤니티를 보면 “3.5 이상이면 그냥 간다”는 말이 흔하고, 실제로 거기는 정말 그랬다는 ‘간증’이 줄줄이 달리는 경우가 많죠. 별점 시스템을 쓴 서비스는 많았지만, 이 정도로 폭넓은 신뢰를 확보한 사례는 드뭅니다.
랭킹이 잘 짜이면 이런 일이 벌어집니다
타베로그의 별점은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촘촘합니다. 그 미세한 차이가 곧 ‘서열’을 만들고, 이 서열을 그대로 보여주는 순위가 훌륭한 큐레이션이 됩니다. 이용자는 지역·메뉴별로 정렬해 보고, 그 리스트에서 갈 곳을 고르게 되죠.
특히 매년 카테고리별 상위 100곳을 뽑아 ‘타베로그 백명점’을 발표하는데, 현지에서는 미슐랭 못지않게 이를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합니다. 실제로 많은 가게가 미슐랭 마크 옆에 이 배지를 나란히 걸어두었더라고요.

별점의 분별력 위에 랭킹이 얹히니 ‘도장 깨기’가 자연스럽게 생깁니다. 이를테면 도쿄 라멘 가게 TOP 10을 순서대로 돌아보는 식으로 말이죠. 이처럼 랭킹 리스트가 곧 여행 동선이 되고 재미가 됩니다. 쓰임새가 분명하니 이용자들의 만족도가 높아지게 되고요.

이러다 보니 가게 입장에서도 타베로그 순위를 올리려고 애를 쓰게 됩니다. 랭킹 노출이 곧 명성과 매출의 기회라 더 공들여 운영하고, 그 결과가 다시 높은 평가로 이어지게 되니까요. 결국 좋은 가게가 더 모이고, 손님은 더 믿고 찾는 구조가 완성되고, 이는 곧 타베로그의 경쟁력이 되고 있죠.
신뢰를 갖추는 것이 별점의 시작이자 끝입니다
타베로그가 별점·랭킹 기반 큐레이션을 설득력 있게 굴릴 수 있었던 건, 랭킹이 높을 경우 만족도도 좋다는 개개인의 경험이 차곡차곡 쌓였기 때문일 겁니다. 취향 차가 큰 음식 분야인데도 후기를 훑어보면 적중률이 높다는 얘기가 많고, 제 경우도 일본에서 먹은 라멘 만족도 순서가 타베로그 랭킹과 거의 일치해 이후 더 신뢰하게 되었죠.
그렇다면 어떻게 이렇게 신뢰감을 주는 별점을 모을 수 있었던 걸까요? 일본 이용자들이 5점을 아끼는 문화라서 변별력이 생긴다는 해석도 있지만, 그 설명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정말 사용자 성향 탓이라면 외국인 비중이 높은 구글맵도 비슷한 분포가 나와야 하는데, 현실은 다르니까요. 저는 애초에 타베로그가 ‘점수를 주는 방식’을 다르게 설계한 덕분이라고 봅니다.
핵심은 가중치입니다. 모든 리뷰를 똑같이 더하지 않습니다. 서비스 안에서 활동성이 높은 리뷰어의 평점은 비중을 더 주고, 반대로 일회성 사용자 평점은 영향력을 낮춥니다. 업주·홍보 계정·유명 미식가처럼 이해상충 가능성이 있는 계정은 아예 반영하지 않도록 거르는 장치도 둡니다. 여기에 0.1점 단위까지 세밀하게 매기게 해 분포를 촘촘히 만들고, 평가가 충분히 쌓이지 않은 가게는 점수를 아예 전면에 노출하지 않는 식으로 신뢰의 하한선을 관리합니다. 리뷰를 많이 남기면 유료 기능을 일부 무료로 쓰게 하는 등 ‘좋은 참여’를 끌어내는 인센티브도 곁들이고요.

흥미로운 건 이 강력한 영향력을 갖고도 상세 산식은 공개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심지어 이 때문에 소송이 벌어진 적도 있지만, 아직까지 “점수를 공략하는 확실한 요령”이 돌지 않는다는 사실이 타베로그의 신뢰도를 반증합니다. 광고·협찬·알바 리뷰로 별점 신뢰를 잃은 다른 서비스들과 달리, 타베로그는 처음부터 “누가, 무엇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를 보수적으로 설계했고, 그 원칙을 오래 지켜온 덕에 지금의 권위를 얻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별점은 기술이 아니라 신뢰의 문제이고, 타베로그는 그 가장 어려운 부분을 끝까지 붙잡고 있는 셈입니다.
좋은 추천이 쌓이면 서비스는 강력해집니다
이처럼 타베로그가 지금의 자리에 선 건 만족스러운 큐레이션이 오랜 시간에 걸쳐 꾸준히 쌓여 왔기 때문입니다. 운영 기준을 촘촘히 다듬고, 필요할 땐 조금씩 조정하면서도 핵심 원칙은 꾸준히 지켜온 결과죠. 설령 누군가 이러한 규칙을 똑같이 흉내 낸다 해도, 오랫동안 쌓인 신뢰의 이력까지는 복제하기 어렵습니다. 신뢰는 기술뿐 아니라 시간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글을 위해 직접 이용하고 또 조사하면서 느낀 또 하나의 포인트는 당사자들의 ‘자부심’입니다. 우수 리뷰어는 스스로를 미식가로 인정받았다고 여기며 더 성실히 기록하고, 식당들은 높은 별점이나 ‘백명점’ 선정 사실을 미슐랭과 나란히 걸어둡니다. 이용자 만족 → 가게와 리뷰어의 동기 강화 → 더 정교한 평가와 랭킹 → 다시 이용자 만족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만들어지는 지점입니다. 이는 좋은 큐레이션은 방식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운영하는 브랜드의 권위와 신뢰가 함께 붙을 때 비로소 힘을 갖는다는 걸 잘 보여주죠.
그래서 타베로그는 당분간, 맛집 큐레이션의 표준으로 남을 가능성이 큽니다. 일본을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한 번 써보세요. 더 즐겁고 만족스러운 여행이 되실 거예요.

 
							 
							 
							![[질문들] 컬리는 왜 미국에 진출했을까?](https://img-newsroom.kurlycorp.com/wp-content/uploads/2025/10/MO_1028-752x460.jpg) 
					![[이주의 신상] 17화 : 나만의 아름다움을 가꿔 줄 신상](https://img-newsroom.kurlycorp.com/wp-content/uploads/2025/08/%EC%9D%B4%EC%A3%BC%EC%9D%98-%EC%8B%A0%EC%83%81_MO_0808_A.jpg) 
					![[빵가루집안] 감자밭 감자빵 오리지널 원재료 분석](https://img-newsroom.kurlycorp.com/wp-content/uploads/2025/10/MO_1027.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