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큐레이션 이야기] 평범한 것을 특별하게 만드는 브랜드, 삭스타즈

2026.04.02

기묘한 큐레이션 이야기는 우리 주변의 좋은 큐레이션을 전합니다. '좋은 것을 많이 볼수록 나에게 좋은 것을 알아본다'는 믿음으로, 브랜드, 콘텐츠, 공간 등 매달 하나의 큐레이션 사례를 소개합니다.

"뭐가 되고 싶다가 아닌,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고민하다가 양말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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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최근 ‘일상 속 작은 사치’가 인기입니다. 매일 누리진 못하더라도, 가끔은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일상에 특별함을 얹어보는 거죠. 덕분에 파인 다이닝, 스페셜티 커피, 공연 관람처럼 예전엔 대중과 거리가 멀게 느껴졌던 문화들이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다만 특별함이 꼭 비범한 경험에서만 나오는 건 아닙니다. 같은 하루라도 무엇을 고르고,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평범한 일상은 충분히 특별해질 수 있죠. 여기서 큐레이션은 두 가지 방향으로 갈립니다. 하나는 ‘특별한 것’의 문턱을 낮춰 누구나 부담 없이 시도하게 만드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평범한 것’의 가치를 재해석해 특별하다고 설득하는 방식입니다. 특히 후자는 선입견의 벽이 두터울수록 더 어렵습니다. 익숙한 것에서 새로움을 느끼는 일이니까요.

이 어려운 일을 16년째 붙잡고 있는 브랜드가 있습니다. 2011년에 론칭해, 전 세계의 아름다운 양말을 소개하는 일에 전념해 온 편집숍이자 브랜드 ‘삭스타즈’입니다. 삭스타즈는 우리가 너무 익숙해서 대수롭지 않게 지나치던 ‘양말’ 하나에 집중해, 그 가치를 새롭게 보이게 만드는 큐레이션을 이어왔는데요. 오늘은 삭스타즈가 평범함을 특별하게 만드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모두를 설득할 수 없다는 인정에서 설득은 시작됩니다

양말가게 삭스타즈의 서촌 매장에서 받은 첫인상은 ‘정갈함’이었습니다. 대부분이 양말로 채워진 공간인데도, 어느 편집숍 못지않게 멋이 있었죠.

눈에 띈 건 분위기만이 아니었습니다. 특히 가격이 ‘특별’했습니다. 우선 가격표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는데요. 마치 가격으로 평가받는 걸 정면으로 거부하는 듯한 인상이었죠. 그런데 뒤집어 본 가격표를 보고 한 번 더 놀랐습니다. 평소 떠올리던 양말보다 확실히 가격대가 있었거든요. 적게는 1만 원대, 많게는 3~4만 원을 훌쩍 넘는 한 켤레의 가격은 선뜻 손이 가기 어려운 ‘장벽’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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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양말만 있음에도 삭스타즈 매장은 여느 편집숍과 같은 멋진 분위기를 풍겼습니다  ⓒ기묘한

삭스타즈 성태민 대표의 인터뷰를 찾아보면, 실제로도 5~6년간 이러한 장벽을 두고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합니다. 창업 당시는 물론 지금까지도 고급 양말에 대한 수요가 거의 없었고, 양말을 소모품으로 보는 인식이 워낙 강했다는 거죠. 사실 그가 양말을 사업 아이템으로 떠올린 출발점은 해외와 한국 시장의 ‘차이’였습니다. 국내에는 디자이너 양말 브랜드나 전문 편집숍이 거의 없으니 기회의 땅이라고 봤던 건데요. 그런데 막상 들어와 보니, 없었던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시장 자체가 아직까지 충분히 열리지 않았던 겁니다.

그렇게 몇 년간의 시행착오를 거치던 삭스타즈는 분기점을 맞이합니다. 데이터와 효율의 논리를 내려놓고, ‘의미와 아름다움’을 팔기 시작한 거죠. 삭스타즈의 상품 구성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고 합니다. 대중적인 제품 20%, 덜 대중적인 제품 40%, 아주 특이한 제품 40%. 생각보다 ‘대중성’의 비중이 낮습니다. 모두를 설득하기보다, 우리의 가치에 공감하는 사람을 확실히 찾는 쪽이 더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그대로 실행한 셈이죠.

매장에서 만난 상품들은 그 철학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삭스타즈 스탠다드처럼 비교적 가격대가 낮고 일상에서 신기 쉬운 제품을 PB 형태로 만들어 두는 한편, 국내에서 흔히 접하기 힘든 디자이너 브랜드와 일본·프랑스 등 해외의 독특한 양말들이 매장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거든요. 덕분에 양말이 단지 소모품이 아니라, 미감을 드러내는 ‘오브제’가 될 수 있다는 걸 설득력 있게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솔방울을 줍는 사람들을 고객으로 모십니다

삭스타즈가 의도적으로 ‘비효율’을 택하게 된 계기도 꽤 흥미롭습니다. 성태민 대표는 삭스타즈가 좀처럼 성장할 기미가 보이지 않던 시절, 힘들고 괴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고 하는데요. 그러던 어느 날, 한쪽 발에는 파인애플이, 다른 한쪽 발에는 고양이가 그려진 짝짝이 양말을 신고 나온 자신을 발견했다는 겁니다. 그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본인이 먼저 빵 터졌고, 그 순간 양말의 새로운 면모를 깨달았다고 하죠. “양말이 이렇게나 힘들었던 하루를 행복하게 만들 수도 있구나”라는 식으로요.

이 발견은 이후 고객 인터뷰를 거치며 더 구체화되었다고 합니다. 고객들과 직접 대화를 나누고, 그들의 성향을 깊게 파고들다 보니 고객은 전통적인 기준인 연령이나 소득 수준으로 깔끔하게 나뉘지 않았던 거죠. 대신 이런 정의가 가능해졌다고 합니다. '산에서 솔방울을 줍고, 바닷가에서 예쁜 조개껍데기를 주워오는 사람들.' 취향의 결이 뚜렷한 소수에게 집중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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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말에 단지 취향을 넘어 의미를 담으려는 시도가 인상 깊었습니다  ⓒ기묘한

그래서인지 매장에는 ‘의미’가 있는 협업 기획이 유독 많았습니다. 대표적으로 사육곰들에게 더 나은 보금자리를 만들기 위해 곰보금자리프로젝트와 함께 만든 양말이 있었는데요. 곰의 모습을 담은 이 양말은 기부를 목적으로 한 프로젝트성 제품인 만큼, 마감에 더 신경을 썼다는 설명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디자인이 예쁜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좋은 의미까지 담아낸다는 점이야말로 ‘솔방울을 줍는 고객들’에게 강하게 어필할 요소처럼 느껴졌거든요.

보이지 않는 디테일을 채우려는 노력도 눈에 띄었습니다. 발 사이즈에 따라 양말을 나눠 진열하는 방식처럼, 다른 곳에선 잘 보지 못한 ‘양말에 대한 집중’이 곳곳에 있었습니다. 작고 사소한 차이를 기꺼이 즐기는 사람이라면, 이런 디테일을 금방 알아채고 삭스타즈의 팬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였습니다.

특별함에 기대어 평범함의 가치를 알립니다

이렇게 양말이 가진 가치에 반응하는 고객들을 모으는 데 성공한 삭스타즈. 하지만 여기서만 안주할 순 없었습니다. 브랜드가 오래가려면, 결국 새로운 고객이 계속 유입되어야 하니까요. 그래서 ‘양말의 가치’에 공감할 사람들을 조금 더 폭넓게 데려올 장치가 필요했습니다.

삭스타즈가 선택한 건 콘텐츠였습니다. 삭스타즈는 ‘양말가게’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웹 매거진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콘텐츠가 풍부합니다. 상단 메뉴에 ‘SHOP’과 ‘BRANDS’ 사이에 ‘EDITORIAL’, ‘JOURNAL’이 나란히 자리 잡고 있을 정도니까요.

먼저 EDITORIAL은 우리가 보통 브랜드나 편집숍에서 기대하는 매거진 콘텐츠에 가깝습니다. ‘체크 양말이 보여주는 것’, ‘회색 양말에 대한 오해’처럼 직설적으로 큐레이션을 풀어내는 글도 있고, ‘수족냉증에서 살아남기’, ‘귀여움을 탐하는 할머니가 꿈’처럼 재치 있게 일상을 끌어오는 글도 있습니다. 양말이라는 소재를 이렇게까지 다룰 수 있나 싶을 만큼, 양말을 보는 시선을 조금씩 바꿔주는 이야기들이었죠.

그런데 JOURNAL은 처음엔 조금 당황스러웠습니다. 양말 이야기만 있는 게 아니었거든요. 커피와 카페를 소개하는 ‘정현의 스몰카페’, 짧은 음악을 제안하는 ‘양말가게의 주파수’처럼, 얼핏 보면 양말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콘텐츠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그 지점이 삭스타즈다운 접근처럼 느껴졌습니다. 양말을 여전히 ‘소모품’으로만 여기는 사람들에게, 정면 돌파 대신 ‘특별함’에 가까운 소재로 먼저 말을 거는 방식이니까요. 커피나 음악처럼 우리의 일상을 더 풍부하게 만드는 것들 옆에 양말을 조심스럽게 놓아두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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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양말을 연결시켜 ‘양말의 특별함’을 전하는 방식은 정말 세련되다고 느껴졌습니다 ⓒ기묘한

서촌 매장에서 작은 서점을 함께 운영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혔습니다. 양말 옆에 정성스럽게 진열된 책들을 보면, 어떤 건 옆에 놓인 양말과 연결된 것처럼 보이기도 했는데요. 직접 직원 분께 여쭤보니 꼭 그런 기준으로 고른 건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그저 ‘정말 좋은 책’이라 소개하고 있다는 말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의도는 작은 서점을 소개하는 문구의 마지막에 담겨 있었습니다.

“한 켤레, 한 권, 딱 그만큼 더 우리는 풍성해질 수 있습니다.”

양말이 삶을 특별하게 만든다는 메시지를, 책이라는 매개를 통해 더 자연스럽게 전달하려는 시도였던 게 아닐까요. 그렇게 매장에 들어온 고객들은 ‘양말도 충분히 특별할 수 있다’는 삭스타즈의 메시지에, 조금씩 스며들고 있었습니다.

'뭐'가 아닌 '어떻게'가 중요한 법입니다

삭스타즈의 성태민 대표는 창업을 하게 된 계기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IT기업 입사라는 꿈을 이뤘지만, 기대와 달랐던 현실에 실망했고, 그 경험을 계기로 삶의 방향을 다시 정했다는 겁니다. ‘무엇이 되고 싶은가’를 좇기보다, ‘어떻게 살고 싶은가’가 더 중요하다고요.

처음 양말이라는 아이템을 고른 것도 그가 살고 싶은 삶을 만들 수단이었을 뿐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일을 오래 하다 보니, 양말이 가진 가치 자체를 더 깊게 보게 되었고요. 그 시선이 쌓여 지금의 삭스타즈가 만들어졌다고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삭스타즈가 전하는 메시지도 결국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특별함은 특별한 것에서만 오는 게 아니라는 것. 우리가 가치를 두기 시작하면, 평범한 양말 한 켤레에서도 충분히 ‘특별함’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겁니다. 삭스타즈는 그 메시지를 과하게 설교하지 않고, 정갈하고 세련된 방식으로 차근차근 설득해 왔고요. 그래서 더 오래 지켜보고 싶은 브랜드로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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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이렇게 화려한 양말에 도전해 보는 것이 일상 속 작은 특별함을 선사할지도 모릅니다  ⓒ기묘한

한번 지금 옷장을 열어 양말들을 바라보시면 어떨까요. 늘 신던 양말, 뭉치로 가격만 보고 골랐던 양말들만 있다면요. 다음 한 켤레는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조금 더 닮은 양말로 바꿔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일상을 특별하게 만드는 건, 생각보다 작은 선택에서 시작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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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사고파는 모든 것’에 대해 다루는 콘텐츠 창작자. 매주 2만 5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받아보는 뉴스레터 <트렌드라이트> 에서 인사이트를 전하고 있습니다. 책 <기묘한 이커머스 이야기>를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