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의 확신이 생기면 일단 움직여요. 움직이면서 나머지 49%를 채워가는 거죠.”

📍 들어가기 전에
- 기업을 둘러싼 환경은 살아 움직이는 생물처럼 빠르게 변합니다. 그중 정책의 변화는 비즈니스의 기회일 수도, 때로는 위기가 되기도 합니다.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컬리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외부 환경을 설계하고 있는 대외정책그룹장 김시광 님을 만났습니다.
- 정부, 국회, 협회 등 기업 외부뿐 아니라 내부 현업 부서까지, 다양한 니즈를 가진 이해관계자들과의 소통에서 기회를 포착하고 위기를 관리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수많은 관계 속에서 본능적인 감각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변화 속에서도 빠르게 움직이는 노하우는 어떻게 얻을 수 있었을까요?
- 경제학자, 국회 보좌관, PA 컨설턴트까지. 공공과 민간을 넘나든 커리어와 공포영화 전문가로서 책까지 발간한 집요함으로 컬리의 미래를 고민하고 있는 그. 좋은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공통의 목표를 위해 팀과 공유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성장의 꽃길, 사람이 만듭니다
Q. 식품, 플랫폼, IT, 물류까지 리테일의 모든 과정을 담당하고 있는 컬리는 다양한 환경의 영향을 받습니다. 이러한 복잡한 상황을 관리해야 하는 대외정책그룹의 일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요?
한마디로 말하면 ‘컬리가 잘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에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소통 속에서 우리의 기회를 찾고, 위험을 관리하는 거죠.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엮여 있는 상황을 종합적으로 파악해 최적의 해결 방안을 찾아내는 일을 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컬리는 많은 정책 분야의 영향을 받아요. 국회만 해도 정무위, 환노위, 국토위, 산자위, 복지위, 농해수위 등과 연관되어 있죠. 그래서 국회 입법 동향과 정부 정책 흐름을 상시 모니터링합니다. 그 과정에서 기회와 리스크가 보이면 내부에 공유하고 방향성을 수립합니다. 현업 팀의 입장과 상황을 미리 파악해, 적절한 타이밍에 우리의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도록 준비해 두는 것이죠. 그 사이사이 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분들과 만나 인간적인 신뢰 관계를 쌓아두는 것도 잊지 않습니다.
결국 이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니까요. 상대방이 지금 어떤 입장에 있는지, 어떤 명분이 필요한지를 잘 읽어내고 그에 맞는 논리를 만드는 것이 우리 일의 핵심입니다.
Q. 각 이해관계자마다 니즈가 다르기 때문에 설득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을 것 같아요.
맞아요. 사람마다 니즈도 다르고 모든 상황을 통제할 수도 없어요. 어제 세워둔 계획이 오늘 뉴스 하나로 뒤집히는 경우가 다반사죠. 그래서 엄청난 유연성이 필요합니다. 이 일에는 정답이 없어요. 과거에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고 해도 그때는 맞았지만 지금은 틀린 경우도 많습니다. 제한된 정보 속에서 내가 가는 방향이 맞다는 확신을 스스로 만들어내야 해요. 그게 없으면 버티기 힘든 업무입니다.
사람 사이의 관계가 중요한 일이라 심리적으로 쉽지 않을 때도 있어요. 안 된다고 생각하는 부탁을 해야 할 때도 있고, 믿었던 이로부터 상처를 받을 때도 있죠. 하지만 이런 건 업무적 역할이니 충분히 감수할 수 있습니다. 진짜 어려운 건 따로 있어요.

Q. 늘 의연하게 문제를 해결해내는 시광님이셔서, ‘진짜 어려운 것’이 무엇인지 더 궁금해지는데요?
끝이 없고 외로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사람 한 번 더 만나면 분명 일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거란 걸 알거든요. 그런데 한 명만 더, 한 번만 더 하다 보면 끝이 없어요. 자원이 제한된 상황에서는 전략적인 판단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우리 팀은 저를 포함해 소수정예 2인으로 운영되고 있어요. 2인 체제의 기동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선택과 집중을 합니다. 가장 임팩트가 큰 상임위에 화력을 쏟아붓고, 나머지는 시스템적으로 모니터링하며 철저히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자원 배분이 우리 팀의 핵심 역량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고 나서는 기도를 하죠. (덜 관리한 부분에서) '제발 별 탈 없이 지나가라' 고요.
일이 정해진 것이 아니니 업무량을 스스로 조절해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제가 하는 말이 곧 컬리의 입장이 될 수도 있어 부담이 크기도 합니다. 타협점을 찾아야 하는 자리다 보니 정부에는 컬리의 입장을, 컬리에는 정부의 입장을 조금씩 섞어 전달하는데, 그럴 때면 어느 쪽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 이방인 같다는 외로움이 찾아올 때도 있어요.
51%의 확신이 있다면 무조건 Go!
Q. 대외정책 업무는 정답이 없는 일이라고 말씀하신 것이 인상적입니다. 보통은 정답을 맞추는데 익숙하니까요. 답이 없는 일을 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시광님은 다르신 것 같아요.
오히려 그런 변화가 즐거워요. 내가 예측하지 못한 일들이 벌어지고, 그 상황을 해결해 나가는 배역을 맡아 주인공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점에서 재미를 느낍니다. 모든 게 생각한 대로만 흘러가면 너무 뻔하잖아요. 국회 보좌관 시절 떡국을 먹으며 뉴스를 보다가 개성공단이 폐쇄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스트레스를 받기보다는 "어머니, 저 가볼게요"하고 출근했죠.
Q. 내가 통제할 수 없이 변하는 이슈 앞에서도 주저 없이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저는 문제가 생기면 해결하려는 욕구가 아주 강해요. 학구적으로 집요하게 답을 찾아나가죠. 하지만 모든 답을 찾을 때까지 멈춰 서 있지는 않습니다. 51%의 확신이 생기면 일단 움직여요. 100%를 기다리다 보면 타이밍을 놓치거든요. 기회의 창이 열려 있는 시간은 생각보다 짧습니다. 일단 움직이면서 나머지 49%를 채워가는 거죠.
대외 환경은 시시각각 변하고, 아무리 노력해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내가 하는 게 최선이다'라는 자기 확신과, 좌절해도 금세 털고 일어나는 회복탄력성이 필수예요. 변화하는 상황을 즐기고, 저처럼 자신의 해결책이 최선이라고 믿는 일종의 '뻔뻔함'을 갖추신 분들이 대외 업무에 잘 맞으실 겁니다.(웃음)

함께하는 길은 어렵지 않아요
Q.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한 것 같은 외로움 속에서도 최근 좋은 성과를 내셨어요. ‘유통기업 해외 진출 사업’을 유치한 것인데요. 정책과 기업의 성장 동력을 일치시킨 전략이 궁금합니다.
해외에 좋은 상품을 소개하고자 하는 우리의 니즈와 국내 상품의 해외 경쟁력을 높이고자 하는 정부 의지가 맞닿는 접점을 찾은 것이 주효했어요. 지난해 업계의 네트워크를 통해 산업부가 소비재 수출 확대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곧 기회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 시점에 대통령의 역직구 관련 발언이 나왔고, 지금이다 싶었습니다.
정부는 이미 해외에서 인기있는 K-패션과 K-뷰티에 집중하고 있었어요. 거기에 K-푸드도 있다는 이야기를 계속 했죠. 2보다 3이 더 안정적인 수잖아요.(웃음) 노력이 효과가 있었는지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국무회의 자료에 소비재 수출 관련해서 무신사(K-패션), 올리브영(K-뷰티), 컬리(K-푸드) 세 기업이 예시로 들어갔고 결국 사업 유치에 성공했죠. 이 성과에서 제가 가장 좋았던 건 따로 있어요.
Q. 정부 사업 유치라는 성과보다 더 좋았던 것은 무엇일까요?
현업 팀과의 협업 과정입니다. 2024년 10월, 제가 컬리에 합류한 이후 담당 부서와 가장 긴밀하게 협업한 케이스예요. 외부에서 주로 활동하는 저희 팀은 실무를 모를 때가 많아요. 일에 대한 정보도, 현장 상황도 현업부서가 잘 알죠.
이번 사업도 마찬가지였어요. 부처와의 주 소통 채널은 대외정책에서 맡고 정부 간담회 등에는 현업팀이 동행해서 제가 잘 모르는 부분을 추가로 설명했습니다. 바쁘셨을텐데 급하게 오는 요청에도 함께 해주셔서 든든하더라구요. 사업이 구체화된 이후에는 정부 사업팀이 공모 서류를 쓰고, 해외사업팀에서 사업계획을 만들었습니다. 함께한 결과가 낙찰로 이어진 거예요. 협력해서 선을 이룬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습니다.
우리 팀은 실무에서 무기를 쥐어줄 때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어요. 이 자리를 빌어 협업해주신 유관부서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Q. 합력하여 선을 이룬다는 거, 컬리가 강조하는 원팀으로 일하는데 가장 중요한 부분이잖아요. 앞으로 많은 기회를 포착하고 싶은 현업 부서들은 대외정책 그룹과 어떻게 협업하면 좋을까요?
어렵게 생각하지 마세요. 그냥 관련 정보를 저희 팀에 알려주시면 됩니다. 정부, 지자체, 기관 등과 관련된 사안 중 "이거 좀 이상한 것 같은데", "이런 아이디어가 있는데 가능할까요" 수준으로 가볍게 던져주시면 돼요. 그 다음은 저희 팀이 고민할게요.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은 늘 아이디어가 절실합니다. 쓸 만한 민간 사례, 현장의 문제를 항상 찾고 있어요. 평상 시에 여러 이해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우연한 계기에 같이 해볼 수 있겠다는 순간이 옵니다. 그 순간을 포착하는 것이 저희의 일이고요.
순간포착에 성공한 이후에는 다시 현업부서와 긴밀하게 협업해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집니다. 요청하는 자료도 많아지고 급하게 연락이 오기도 해요. 기존 업무 외의 추가 업무가 생겨 귀찮기도 하겠지만 해외 사업처럼 팀과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으니 언제든 편하게 연락 주세요. DM도 좋고 전화도 좋고 티타임도 좋아요.

Q. 정보를 공유만 하면 된다니 너무 쉬운데요? 담당 팀에서도 그간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이 많았을 것 같아요.
맞아요. 이미 각 담당부서에서 정부부처나 지자체, 기관들과 다양하게 소통을 하고 계세요. 각자의 전문 영역이 있으니 현업 부서에서 대응하는 게 좋죠. 다만 정무적 판단에 전문성이 있으신 것은 아니다 보니 소통에 어려움을 겪기도 회사차원에서 어떤 의사결정을 해야 할지 고민도 많으셨을 거예요. 팀에서 책임감을 가지고 정리해서 공유해야지 하면 대외정책그룹이 개입해야 할 타이밍을 놓칠 수도 있어요. 그게 리스크로 이어지기도 하구요. 대외정책 업무에는 골든타임이 있거든요. 초기에 방향을 잡는 것과 이미 굳어진 후에 수습하는 건 완전히 다른 일입니다.
히스토리 관리 차원에서도 영향이 있어요. 각 부서의 담당자가 개별 소통을 하다가 담당 업무가 바뀌거나 퇴사하게 되면 그 사람이 쌓아온 관계와 히스토리가 통째로 사라져요. 회사의 자산이 사라지게 된거죠. 상대방이 “지난 번에 컬리와”라며 운을 뗐는데 아는 바가 없는 상황일 수 있어요. 현장에서 적당히 대응하더라도 이미 상대방은 눈치를 챘을 거예요. 정부 입장에서 보면 매번 기억상실에 걸린 사람을 만나는 셈입니다. 신뢰가 쌓일 수가 없어요.
해결책은 복잡하지 않습니다. 정보를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문제가 해결돼요. 현업부서가 주도하고 대외정책그룹이 지원하는 구조는 그대로 가되, 대외정책그룹에서 전체 맥락을 파악할 수 있도록 초기부터 공유해주시면 필요한 순간에 가장 효과적으로 지원하겠습니다.
정확하고 빠르고 솔직하게 소통하라
Q. 팀 내부에 이어 외부와의 관계를 이야기해볼게요. 일반적으로 정부의 공익성과 기업의 효율성은 상충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까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하는 것 같은 외로움이라는 것도 같은 맥락이 아닐까 하구요. 중간자 입장에서 제3의 대안을 도출하는 시광님만의 노하우가 있나요?
사실 두 가지가 진짜로 충돌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저는 기업도 정부도 모두 세상이 잘 되라고 무언가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좋은 세상을 만들자’는 목표는 같지만 우선순위의 차이가 있는 거예요. 기업이 사라지는데 공익이 어디 있겠어요. 어떤 방향이든 지속가능해야 한다는 건 기업도 정부도 결국 같은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상대방이 무엇을 성공으로 보는지를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그 이해없이 우리 주장만 밀어붙이면 대화 자체가 안 돼요. 공무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무엇인지를 충분히 소통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기업의 방향성과 수렴하는 지점이 생깁니다. 그러려면 정확하게 소통하는 게 기본입니다. 신뢰가 있어야 대화가 되는 거니까요.
정부와 기업은 파트너이지, 갑과 을의 관계가 아닙니다. 공무원이 현장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건 당연해요. 실무를 회사에 있는 사람처럼 알 수는 없죠. 그렇기 때문에 좋은 의도로 만든 정책일지라도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어요.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생기는 거죠. 그 부분을 정확하게 소통함으로써 정책의 완성도를 높이는 역할이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Q. 많은 사람들과 만나는 업무의 특성상 시광님의 소통 비법도 남다를 것 같습니다.
저만의 비법은 없어요. 굳이 꼽자면 경제학자, 국회 보좌관, PA 컨설턴트 등 공공과 민간을 넘나든 커리어를 갖고 있다보니 각 조직에서 쓰는 문법에 익숙한 것이랄까요? 학교에 오래 있었기에 아카데믹한 언어들도 알고 있고 보좌관으로서 입법부와 공무원들이 사용하는 용어도 이해하고 에이전시와 컨설팅 회사에서 근무했기에 고객의 요구를 대응하는 방법도 알고 있죠. 제가 지금까지 살아온 경험이 모두 축적이 되어 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소통은 사람의 성격, 조직의 성격, 대화가 이루어지는 맥락과 배경 등을 종합적으로 읽어야 하는데, 이건 경험이 쌓여야 생기는 감각이에요. 대외 업무는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의 상호작용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책상에 앉아서 공부하거나 고민만 한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아요.
앞서 이야기 했듯이 소통에는 타이밍이 정말 중요해요. 언제 어떤 상황에 뭐라고 말했는지가 중요한 거예요. 어떤 자료를 전달하고 설명했을 때 상대방이 "네네. 이거 제가 잘 볼게요"하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죠. 사실은 아닐 때가 많아요. ‘내가 지금 바쁘고 관심 없으니 얼른 가세요’라는 뜻일 때도 있거든요. 근데 자료를 보고 “이건 왜 이래요?”라며 꼬투리를 잡는 사람들이 있어요. 오히려 그 사람들이 고마운 사람들이에요. 그 부분을 보완하라고 의견을 주고 있는 사람이거든요. 이 사람이 왜 이런 말을 했을까를 입체적으로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Q. 대화의 맥락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네요. 소통 과정에서 실수한 적은 없으신가요? 한 번 실수하면 위축이 되어서 또다른 실수가 반복되기도 하더라구요.
회사의 입장을 대변하는 소통을 주로 하다보니 부담이 크죠. 제 말이 리스크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대화 중 조금 쎄하다 싶으면 그건 내가 뭔가 잘못한 거예요. 무조건 바꿔야 돼요. 즉시 수정을 합니다. 이것도 타이밍이 중요합니다. 늦어지면 안돼요.
사람들은 잘못을 인정하는 걸 어려워해요. 모든 면에서 좋은 사람이고 싶은 거죠. 이걸 인정하면 내가 나쁜 사람이 되는 기분이 드는 거예요. "내가 이거 잘못해도 난 좋은 사람이야"라고 생각하면 잘못 인정하는 거 어렵지 않아요. 모르는 거를 아는 척하는 거, 자기가 잘못한 거를 회사에 공유하지 않는 거 이게 위험한 거예요. 알면 고치면 되는데 ‘몰랐거든요’라며 회피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살아보니까 잘못한 거 잘못했다고 그때 얘기하는 게 제일 편해요. 솔직하게 즉시, 오해의 소지를 안 만드는 것. 그게 제 소통 비법인 것 같아요.
컬리, 우리 제법 잘 어울려요
Q. 시광님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컬리의 핵심 가치*에 잘 어울리는 인재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때문에 컬리에 끌리신 걸까요? 컬리에 합류하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 컬리는 좋은 것, 집념, 진정성, 다양성, 지속가능성이라는 5가지 핵심가치가 있다.
컬리와의 인연은 꽤 오래 전에 시작되었어요. 몇 년 전, 제 전임자를 뽑을 때 이력서를 넣어보라는 제의를 받은 적이 있었죠. 그때는 국회 10년차를 마치고 민간에 나온 지 1년도 안 된 시점이라 타이밍이 맞지 않아 지원을 못 했습니다. 다만 그 계기로 컬리를 찬찬히 들여다보게 됐어요.
밖에서 본 컬리는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강했습니다. 좋은 상품을 엄선하는 큐레이션과 고객 경험에 집중하는 서비스까지… 내부로 들어온 지금도 그 이미지는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유통업이라는 게 어느 회사든 화려한 겉면 뒤에 치열한 현장이 있습니다.
안에서 들어와 보니 그 치열함이 더 잘 보이더라고요. 좋은 상품을 선별하여 고객에게 전달하고 사후처리까지, 그 모든 과정들은 그냥 나오는게 아니었습니다. 그 땀과 노력을 알기 때문에, 외부 환경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습니다. 그게 지금 제가 이 회사에서 하는 일이자, 하고 싶은 일이고요.
정책은 어디서든 할 수 있습니다. 제 위치가 입법부가 아니라 실무 현장으로 자리를 옮겼을 뿐이지 일의 본질이 달라졌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정책이 실제로 어떻게 만들어지고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면서, 정책을 더 입체적으로 이해하게 됐습니다.
Q. 상황을 매우 긍정적으로 보시는 것 같아요. 일하는 연차가 길어질수록 갖기 어려운 마음인데 긍정적인 마인드의 원천은 무엇인가요?
긍정적인 게 좋지 않나요? 사람을 만나도 긍정적인 사람 옆에 있는 게 즐겁잖아요. 자신감을 잃는 이유는 중압감 때문이예요. 심리적인 문제가 성과에 영향을 미치거든요. 내가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일을 그르쳐요.
국회 초반 4년은 거의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지만 그곳에서도 잘 살아남았고 10년 간 있으면서 해볼 수 있는 것을 거의 다 해봤어요. 엄청나게 어마어마한 일을 해낸 게 아니라 평상시의 작은 성취들이었죠. 그 결실이 나에 대한 믿음으로 이어졌어요.
컬리에 오니 이런 매일의 성과를 ‘Daily Achievement’라고 표현하던데요. 매일매일 농사를 짓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성취를 이루어 내는 컬리와 저, 제법 잘 어울리지 않나요?(웃음)

Q. 공포영화 전문가로서 책까지 내신 이력도 그런 ‘집념‘의 연장선이겠죠?
사실 영화는 장르를 안 가리고 다 좋아합니다. 그 중 공포영화에 집중했던 것은 이야기 자체가 되게 직선적이고 은유의 깊이가 좀 덜 깊어서 사람에 대해서 굉장히 잘 이해하게 만드는 장르이기 때문이에요.
취미로 시작했지만 공포영화 커뮤니티 운영자도 하고 결국에는 ‘김시광의 공포영화관’이라는 책도 발간했죠. 한 분야를 꽤 깊이 팠다는 것에 자부심이 있어요. 일을 하다 보면 넓게 아는 것보다 한 분야를 깊이 파본 경험이 있느냐가 의외로 중요하거든요. 깊이 파는 방식 자체가 훈련이 되니까요.
이 경험도 의외로 대외 업무와 깊이 맞닿아 있습니다. 공포영화는 인간의 원초적인 반응인 두려움과 불안을 다룹니다. 어떤 장치가 사람을 불안하게 만드는지 오래 들여다보다 보니, 사람이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대한 본능적인 감각이 생겼어요. 이해관계자를 만날 때 이 감각이 발휘될 때가 있어요. 저 사람이 어떤 부분에서 불안을 느끼는지, 어떤 지점에서 방어 기제가 발동하는지를 읽어내면 접근 방식 자체가 달라지거든요.
Q. 소수정예의 멤버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대외정책 그룹은 어떤 목표를 가지고 계신가요? 앞으로 어떻게 기억되길 원하는지 마지막으로 여쭙고 싶습니다.
대외정책그룹이 안 보이신다구요? 그 때가 가장 잘 하고 있는 겁니다. 위험을 미리 막아버리면 우리 빼곤 아무도 모르거든요. 회사가 평안한 게 우리가 잘 하고 있다는 신호예요. 문제는 그걸 증명하기가 어렵다는 거죠. 어떤 리스크가 사전에 차단되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때, 그게 성과라는 걸 설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뭔가 터져야 "아, 그런 위험이 있었구나"를 알게 되니까요. 그건 리더인 제가 잘 보고해서 인정받으면 되죠.
그래서 거창하게 기억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팀에는 기여를 인정받는 것보다 함께했다는 친근한 감각이 남는 조직이고 싶어요. 개인적으로는 담당자가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는 시스템을 남기는 것이 목표입니다. 담당자가 바뀌어도 제가 짠 프레임 워크가 구현되는 것, 뿌듯한 경험일 것 같습니다.
회사 차원에서는 컬리가 해 온 것들을 제대로 알리고 싶습니다. 컬리는 오래전부터 지속가능성을 사업의 기본 방향으로 삼아왔습니다. 포장재 연구를 지속하고 있는 것도 파트너사 재고를 컬리가 전액 부담하는 무반품 정책도, 중소 영세 공급사와의 장기 협력 관계도 다 그 연장선에 있어요.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하는 것에 비해 보이지 않습니다. 각 부서에서 각자 해온 것들이 하나의 언어로 묶여 있지 않아요. 잘 하고 있는데 아무도 모른다면 결국 안 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제는 보이는 것도 실질의 일부입니다. 정부는 ESG 공시 의무화를 단계적으로 준비하고 있고, 소비자들도 기업이 어떻게 운영되는지를 점점 더 들여다봅니다. 거창한 걸 새로 만드는 게 아니라, 이미 하고 있는 것을 제대로 정리하고 보여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컬리가 해온 것들이 제대로 알려지면, 컬리는 더 성장하겠죠?

일하는 마음은 컬리인들의 커리어 인터뷰 콘텐츠 입니다. 컬리의 매일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은 어떤 마음가짐과 원칙으로 일하고 있는지 들려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