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그림 편지] 9월의 꽃게

2026.09.04

제철 그림 편지는 누구보다 계절을 즐기는 화가와 요리사의 편지를 전합니다. 계절이 담긴 그림 레시피를 일상에 참고해 보세요.

언니에게

한낮은 아직도 무덥지만, 아침저녁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 올해도 이렇게 지나가는구나, 싶은 날들이야.

이번 달은 두 마리의 꽃게를 그렸어. 매일 채소와 과일을 주재료로 삼다가 생물을 그리려니 어쩐지 쉽지 않더라. 자연에서 얻는 재료들과 눈앞에 놓인 한 그릇의 음식을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아야 하는지 한 번 더 되새기는 시간이었어. 처음 떠오른 게의 이미지는 붉은색이었는데, 작업을 위해 찾아본 꽃게는 보라, 주황, 초록이 은은하게 빛나는 오묘한 빛을 띠고 등껍질과 다리의 단단한 표면에는 하얀 점이 모래알처럼 박혀있었어. 땅에서 맡을 수 없는 바다의 향을 떠올리며, 가을을 여는 편지를 보낼게.

여름의 옷자락을 밟고, 2026년 9월 미나가

August crab

🦀 꽃게 비스크 (갑각류를 갈아 만드는 프랑스 수프)

재료

  • 햇꽃게 2마리
  • 양파 1/2개
  • 당근 1/3개
  • 셀러리 1/2대
  • 마늘 2쪽
  • 토마토 페이스트 1큰술
  • 화이트와인 1컵 *생략 가능
  • 물 (꽃게가 잠길 만큼)
  • 월계수잎 1장
  • 올리브오일 3큰술
  • 소금
  • 후추

만드는 순서

1️⃣ 꽃게는 깨끗이 씻어 등딱지를 열고 아가미를 제거한 뒤, 몸통과 다리를 작은 크기로 자릅니다.
2️⃣ 냄비에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꽃게를 넣어 센 불에서 껍데기를 눌러가며 충분히 볶습니다. 껍데
기가 붉게 변하고 고소한 향이 올라올 때까지 볶아주세요.
3️⃣ 잘게 썬 양파, 당근, 셀러리, 마늘을 넣고 함께 볶다가 토마토 페이스트를 넣어 1~2분 정도 더 볶습니다.
4️⃣ 화이트와인을 붓고 냄비 바닥에 눌어붙은 재료를 긁어가며 와인이 절반 정도로 줄어들 때까지
끓입니다.
5️⃣ 꽃게가 잠길 정도로 물을 붓고 월계수잎과 통후추를 넣고 중약불에서 40~50분 정도 천천히 끓
이며, 중간중간 꽃게와 채소를 눌러가며 맛을 충분히 우려냅니다.
6️⃣ 국물과 건더기를 고운 체에 거릅니다. 꽃게와 채소를 주걱이나 국자로 눌러 남은 국물까지 최대한 받아냅니다.
7️⃣ 걸러낸 국물은 다시 냄비에 넣고 한 번 끓인 뒤, 소금과 후추로 간을 맞춥니다. 꽃게 비스크 소스로 완성합니다.


💡Tip

  • 꽃게의 살과 내장을 미리 발라 따로 두고, 껍질만 볶아 비스크를 끓여도 좋습니다. 완성된 소스에 꽃게 살과 내장을 넣어 한 번 끓여주면 꽃게의 맛을 더 진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 비스크 베이스는 한 번에 넉넉히 만들어 냉동해두었다가 수프, 파스타, 리소토 등에 활용해 보세요.

미나에게

꽃게를 보니 나는 아빠가 먼저 떠올랐어. 꼭 이맘때가 되면 아빠가 대하랑 꽃게를 한가득 사 오셨거든. 큰 냄비에 꽃게를 쪄내고 대하를 구워 온 식구가 둘러앉아 손으로 껍질을 까먹었어. 손끝에 바다 냄새가 배고 식탁에는 껍데기가 수북하게 쌓이던 풍경이 생각난다. 그래서인지 꽃게는 나에게 특별한 요리라기보다 가을이 왔다는 걸 알려주는 음식인 것 같아.

이번에는 그때처럼 쪄 먹는 대신 꽃게를 한 마리 온전히 사용해 비스크 소스를 만들어보려고 해. 껍데기와 내장을 볶아 천천히 끓이고, 그 안에서 꽃게의 맛을 최대한 끌어내 보려고. 어쩌면 예전 식탁에서 아무 생각 없이 버리던 껍데기에도 우리가 미처 몰랐던 맛이 있었을지도 모르겠어.

미나가 그려준 꽃게를 보며 오래전 가을 식탁을 떠올렸네. 이번 가을에는 그 기억을 한 그릇으로 이어가 볼게.

아빠의 가을을 떠올리며, 2026년 9월 지영이

작성자 이미지

이미나

화가, 그림책 작가. 제철 재료를 관찰해 그리며 계절을 보낸다. 그림책 <나의 동네>, <새의 모양>, <이불개>와 <제철의 셰프>를 만들었다.

작성자 이미지

장지영

요리사. 제철 식재료를 중심으로 한 식당을 운영한다. 동네 친구 이미나 작가와 그림 요리 에세이 <제철의 셰프>를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