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그림 편지는 누구보다 계절을 즐기는 화가와 요리사의 편지를 전합니다. 계절이 담긴 그림 레시피를 일상에 참고해 보세요.
언니에게
한낮은 아직도 무덥지만, 아침저녁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 올해도 이렇게 지나가는구나, 싶은 날들이야.
이번 달은 두 마리의 꽃게를 그렸어. 매일 채소와 과일을 주재료로 삼다가 생물을 그리려니 어쩐지 쉽지 않더라. 자연에서 얻는 재료들과 눈앞에 놓인 한 그릇의 음식을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아야 하는지 한 번 더 되새기는 시간이었어. 처음 떠오른 게의 이미지는 붉은색이었는데, 작업을 위해 찾아본 꽃게는 보라, 주황, 초록이 은은하게 빛나는 오묘한 빛을 띠고 등껍질과 다리의 단단한 표면에는 하얀 점이 모래알처럼 박혀있었어. 땅에서 맡을 수 없는 바다의 향을 떠올리며, 가을을 여는 편지를 보낼게.
여름의 옷자락을 밟고, 2026년 9월 미나가

🦀 꽃게 비스크 (갑각류를 갈아 만드는 프랑스 수프)
재료
- 햇꽃게 2마리
- 양파 1/2개
- 당근 1/3개
- 셀러리 1/2대
- 마늘 2쪽
- 토마토 페이스트 1큰술
- 화이트와인 1컵 *생략 가능
- 물 (꽃게가 잠길 만큼)
- 월계수잎 1장
- 올리브오일 3큰술
- 소금
- 후추

만드는 순서
1️⃣ 꽃게는 깨끗이 씻어 등딱지를 열고 아가미를 제거한 뒤, 몸통과 다리를 작은 크기로 자릅니다.
2️⃣ 냄비에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꽃게를 넣어 센 불에서 껍데기를 눌러가며 충분히 볶습니다. 껍데
기가 붉게 변하고 고소한 향이 올라올 때까지 볶아주세요.
3️⃣ 잘게 썬 양파, 당근, 셀러리, 마늘을 넣고 함께 볶다가 토마토 페이스트를 넣어 1~2분 정도 더 볶습니다.
4️⃣ 화이트와인을 붓고 냄비 바닥에 눌어붙은 재료를 긁어가며 와인이 절반 정도로 줄어들 때까지
끓입니다.
5️⃣ 꽃게가 잠길 정도로 물을 붓고 월계수잎과 통후추를 넣고 중약불에서 40~50분 정도 천천히 끓
이며, 중간중간 꽃게와 채소를 눌러가며 맛을 충분히 우려냅니다.
6️⃣ 국물과 건더기를 고운 체에 거릅니다. 꽃게와 채소를 주걱이나 국자로 눌러 남은 국물까지 최대한 받아냅니다.
7️⃣ 걸러낸 국물은 다시 냄비에 넣고 한 번 끓인 뒤, 소금과 후추로 간을 맞춥니다. 꽃게 비스크 소스로 완성합니다.
💡Tip
- 꽃게의 살과 내장을 미리 발라 따로 두고, 껍질만 볶아 비스크를 끓여도 좋습니다. 완성된 소스에 꽃게 살과 내장을 넣어 한 번 끓여주면 꽃게의 맛을 더 진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 비스크 베이스는 한 번에 넉넉히 만들어 냉동해두었다가 수프, 파스타, 리소토 등에 활용해 보세요.
미나에게
꽃게를 보니 나는 아빠가 먼저 떠올랐어. 꼭 이맘때가 되면 아빠가 대하랑 꽃게를 한가득 사 오셨거든. 큰 냄비에 꽃게를 쪄내고 대하를 구워 온 식구가 둘러앉아 손으로 껍질을 까먹었어. 손끝에 바다 냄새가 배고 식탁에는 껍데기가 수북하게 쌓이던 풍경이 생각난다. 그래서인지 꽃게는 나에게 특별한 요리라기보다 가을이 왔다는 걸 알려주는 음식인 것 같아.
이번에는 그때처럼 쪄 먹는 대신 꽃게를 한 마리 온전히 사용해 비스크 소스를 만들어보려고 해. 껍데기와 내장을 볶아 천천히 끓이고, 그 안에서 꽃게의 맛을 최대한 끌어내 보려고. 어쩌면 예전 식탁에서 아무 생각 없이 버리던 껍데기에도 우리가 미처 몰랐던 맛이 있었을지도 모르겠어.
미나가 그려준 꽃게를 보며 오래전 가을 식탁을 떠올렸네. 이번 가을에는 그 기억을 한 그릇으로 이어가 볼게.
아빠의 가을을 떠올리며, 2026년 9월 지영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