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팀 김효진_#탐험가 #핸드드립 #취향탐색러
데이터든 취향이든 꽂히면 끝장을 봐야 직성이 풀립니다.
“효진님이 취향을 갖게 된 첫 순간은 언제였나요?”
신입 사원 시절 팀장님이 커피를 사주실 때마다 저희 팀은 으레 ‘아메리카노’로 통일하는 분위기였어요. 우유가 들어가지 않은 까만 커피는 쓰고 맛이 없어 도저히 마실 수 없던 저는, 나홀로 당당하게 ‘아이스 라떼’를 주문하곤 했습니다. 몇 달 전까지도 ‘까만 커피’는 제 선택지에 없던 음료였는데, 이번 여름 첫 부산 여행에서 이 오래된 취향에 반전이 생겼습니다.
부산의 한 로스터리*에서 라떼를 주문하려던 찰나, 카운터 앞 ‘오늘의 원두’ 소개에 눈길이 갔어요. 향미, 산미, 무게감, 테이스트 노트까지 정성껏 적힌 설명에 저도 모르게 핸드 드립 커피를 주문했습니다. ‘진달래와 청귤향의 커피는 대체 무슨 맛일까?’ 하는 궁금증 때문이었죠.
*로스터리(Roastery) : ‘Roast(볶다)’에서 파생된 말로, 생두를 직접 볶아서(로스팅하여) 커피를 가공하고 판매하는 곳
그 커피 한 모금이 저를 핸드 드립의 세계로 이끌었어요. 입 안의 커피는 여전히 까맣지만, 쓴 맛 뒤로 다른 맛과 향이 마치 파도처럼 넘실댔어요🌊 길게 이어지는 달큰한 여운, 싱거운 귤을 살짝 베어 문 듯한 산미, 코끝을 스치는 초콜릿 향까지. 제가 그동안 인상 쓰며 마셔야 했던 커피와는 완전히 다른 음료였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라떼보다 드립 커피를 찾기 시작했어요. ‘신상품 콜럼버스’답게 컬리에서 20개 넘는 원두를 내돈내산하며 취향을 탐색하고 있죠. 비록 아직 커피에서 사과향이나 노란 백합향을 느끼진 못하지만, 원두의 산미와 단맛, 쌉싸름한 맛의 균형을 기록하다 보면 제가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조금씩 선명해져요.
커피에 재미를 붙이게 해 준 첫 취향템으로는 모모스 ‘부산’ 블렌드*를 추천 드려요. 산미는 적지만 부드럽고 언제든 편하게 마시기 좋은 커피예요. 부산에도 여러 바다가 있지만, 이 원두는 잔잔하고 햇살 좋은 날 은은하게 반짝이는 광안리 파도 같은 느낌이에요.
*부산에서 만난 원두는 모모스커피 영도점의 ‘뉴사운드’라는 봄 시즈널 원두지만, 현재 판매 중인 상품이 아니라서 ‘부산’ 블렌드로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핸드 드립의 묘미는 오늘 마실 원두를 고르는 순간부터 시작되는데요. ‘부산’ 블렌드는 마음껏 늦잠 자고 일어난 주말 점심, 여유 있게 하루를 시작할 때 찾게 되더라고요. 원두 패키지를 열 때, 그라인더에 원두가 갈릴 때, 뜨거운 물이 통과하며 따끈하고 촉촉한 향이 퍼져나갈 때 각기 다른 향과 농도를 느껴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에요.

➕ 취향 한 스푼
부산 여행을 했거나 혹은 계획 중이라면 한 번쯤 들어보셨을 그 이름 ‘모모스(Momos)’. 모모스커피는 부산 기반의 대표적인 스페셜티 로스터리 브랜드입니다. ‘부산에 가면 꼭 들려야 하는 커피 맛집’에서 절대 빠지지 않는, 부산 로컬의 자부심으로 불리는 곳 중 하나죠. 2007년 부산 동래 온천장의 4평 남짓한 작은 공간에서 시작한 모모스는, 현재 부산에만 4개의 지점을 운영하고 있어요. 매장 확장에 집중하기보다, 커피 맛의 본질과 공간의 가치를 높이는 데 몰두하고 있습니다.
모모스커피를 이야기할 때 전주연 바리스타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녀는 2019년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WBC)’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하며 모모스커피의 이름을 전 세계에 알린 인물인데요.현재는 모모스커피의 공동 대표로서 생두 선별부터 품질 관리까지 총괄하고 있다 해요. 여러 지점을 다니며 손님들과 소통한다고 하니, 운이 좋다면 부산 여행 중 세계적인 바리스타의 커피 맛을 직접 경험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처음의 취향은 좋은 것을 알아본 첫 순간을 전합니다. 언제나 처음이 있어야 그다음이 있을 테니까요. 좋은 것의 가치를 깨달았던 누군가의 첫 순간을 통해, 당신도 처음의 취향을 찾기 바랄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