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더브랜드] 자연주의 뷰티 혁명, ‘라로제’

2025.11.21

화장품을 고를 때, 어떤 기준으로 제품을 선택하세요? 여기 깨끗한 성분과 친환경에 대한 진심으로 업계를 바꾼 브랜드가 있습니다. 프랑스의 한 약국에서 시작된 리얼 클린뷰티를 만나 보세요.

지난 10월 30일부터 나흘간 열린 컬리뷰티페스타 2025에는 다섯 개의 정원*이 있었습니다. 순한 성분의 자연주의 브랜드가 모인 세레니티 정원 입구는 맑은 하늘빛이었어요. 프랑스 클린뷰티 브랜드, 라로제입니다. 부스 입구는 이발소 회전등이 파스텔톤으로 빛나고, 실내에 칸칸이 나뉜 샤워부스와 세면대는 분홍빛이었어요.

*컬리가 제안한 5개의 큐레이션 공간. 세레니티(Serenity·안전하고 깨끗한 아름다움), 바이탈리티(Vitality·피부를 채우는 생명력), 센스(Senses·향기와 감각을 마주하는 경험), 래디언스(Radiance·오래도록 빛나는 피부의 광채), 헤리티지(Heritage·시대를 넘어 축적된 노하우).

“프랑스 욕실과 한국의 대중목욕탕을 합쳤어요. 우리나라는 욕실이 습식이잖아요. 프랑스는 샤워부스 안만 젖고 바닥이 늘 말라 있는 건식이에요. 샤워하고, 아이 기저귀 갈고, 메이크업도 하는 하나의 생활 공간이죠. 세면대를 화장대로 구성해 겸용으로 쓰기도 하고요. 라로제는 프렌치 욕실에서 쓰는 모든 제품을 만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는데요, 프랑스의 뷰티 문화가 한국에 잘 자리잡았단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 이지선 라로제코리아 대표

두 사람, 하나의 브랜드

2008년, 서른 살의 지선은 프랑스에 도착했습니다. 유학 간 남편을 따라 한국에서 다니던 패션회사를 그만두고 합류했어요. 낭만적인 파리지앵의 삶을 상상했는데, 현실은 전혀 달랐습니다. 영어를 할 줄 알아 괜찮을 줄 알았는데, 프랑스인들은 영어에 응해주지 않어요. 우울증이 걸린 것처럼 힘들었지만, 물건 보는 낙으로 버텼습니다. MD로 일했던 터라 상품 보는 걸 정말 좋아했거든요. 매일 산책하며 주변 가게에 가서 새로운 물건들을 구경했습니다. 슈퍼에 가면 한쪽 벽면을 다양한 우유들이 채우고 있었는데, 일일이 비교하며 먹어보는 재미가 있었어요. 먹는 것, 입는 것, 쓰는 것 등 갖가지 소비재를 직접 써 보며 그 후기를 블로그에 기록했습니다.

대학을 졸업한 콜린은 리옹의 한 약국에 있었습니다. 약사로 일하며 고객의 피부에 맞는 ‘뷰티 처방전’을 찾아주었어요. 천연오일 베이스에 필수 오일을 섞어 그 사람만을 위한 맞춤형 블렌딩을 만들어주는 식이었습니다. 콜린은 그 과정에서 화장품 속에 불필요한 성분들이 얼마나 많은지 놀라곤 했어요. 피부를 자극하고 알레르기를 유발하거나 내분비계를 교란하는 물질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소비자들은 더 깨끗하고 건강한 제품을 찾고 있는데 말이에요. 화장품학과 식물치료학을 공부했던 콜린은 자연에 있는 식물들로 충분히 좋은 화장품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2015년, 그 생각에 동감한 친구 마오와 함께 라로제를 설립했어요.

그 시기 지선은 자신의 블로그에서 물건을 팔고 있었습니다. 좋은 물건을 발견하면 거기에 담긴 이야기를 알리고 싶어져서요. 소소하게 공동구매를 중개하다 우연히 육아용품이 터졌습니다. 직구나 병행수입으로 한계가 있어 프랑스에 법인을 내고 현지 브랜드들에게 본격적으로 거래를 제안했습니다. 다행히 비즈니스 미팅은 영어로 할 수 있어 수월했어요. 그렇게 자신이 고른 좋은 것들을 한국에 소개하고 키워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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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제 창립자 콜린 베르트랑과 라로제코리아 이지선 대표

어느 날 지선은 낯선 제품을 발견했습니다. 라로제라는 이름의 약국 화장품이었어요. 파스텔 톤의 예쁜 외관이 눈에 띄었죠. 홈페이지에 들어가니 ‘해로운 성분은 넣지 않는다’, ‘모든 성분은 투명하게 공개’, ‘2차 패키징을 하지 않는다’는 문장들이 적혀 있었습니다. 호기심에 라로제의 5개 제품을 모두 주문했어요. 박스도 없이 본품만 덩그러니 담겨 일부 상품이 깨져서 왔습니다. 화가 나 전화를 하니 콜린이 받았어요.

“물건이 깨진 건 정말 미안해. 하지만 뽁뽁이를 안 쓴 건 불필요한 포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야. 우린 환경에 안 좋은 2차 포장재는 쓰지 않아. 이 원칙을 지키면서 네가 제대로 된 상품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꼭 찾아낼게.”

콜린의 답은 놀라웠어요. 물건을 써 보니 제품력이 너무 좋아서 또 한번 놀랐죠. 당시 약국에 모르는 브랜드가 없을 정도로 모든 제품을 직접 써봤기에, 그 차이를 바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콜린은 이후 상품이 파손되지 않도록 박스 내에서 물건을 잘 고정하는 포장법을 만들어냈어요. 지선은 생각했습니다. ‘이 브랜드는 다르다. 꼭 잡아야겠다.’

그렇게 라로제를 한국에 소개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브랜드가 너무 좋아 알려주고 싶다는 마음에서요. 

“소비자들이 물건을 고를 때, 브랜드가 가진 이야기와 태도를 함께 읽는다고 생각해요. 저는 MD로 일했었기 때문에 의류 산업 이면에서 얼마나 많은 폐기물이 생기는지 알고 있었어요. 물건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그에 대한 책임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브랜드를 볼 때 만든 사람들이 소재나 생산, 유통 과정에 대해 얼마나 진정성 있게 고민했는지를 봤어요.”
– 이지선 대표 

환경을 위한 클린뷰티 혁명

제품력과 예쁜 패키지로 입소문을 얻어가던 라로제는 2020년, 뜻밖의 기회를 만납니다. 팬데믹으로 모든 가게가 문을 닫았지만 약국만 유일하게 열려 있던 시기. 코로나19를 거치며 프랑스에서 라로제가 입점한 약국 수는 6백개에서 7천 5백개 이상으로 훌쩍 늘었습니다. 2021년 출시한 선케어 라인은 그야말로 혁명이었어요.

“프랑스는 혁명(Révolution)이라는 단어를 잘 쓰지 않아요. 역사에서 진짜 혁명을 겪은 나라라 그 무게감이 다르거든요. 그런데 라로제 선케어 라인이 나왔을 때 혁명이라고 했어요. 기존의 자외선 차단제엔 바다 산호를 죽이는 물질이 들어가 있어 큰 이슈가 됐는데, 이걸 해결한 UV필터를 최초로 도입했거든요.”
– 이지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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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리에서 판매 중인 라로제 선케어 제품들

UV 필터는 햇빛 속의 자외선을 막아주는, 선크림에 꼭 들어가는 핵심 성분입니다. 기존의 미네랄 필터나 구세대 화학 필터는 물속에서 산호를 하얗게 죽게 만드는 백화 현상을 유발했어요. 피해가 심각해 하와이, 팔라우 정부에선 이런 성분의 선크림 사용을 금지할 정도였죠. 라로제는 이 문제를 해결해야 선케어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수년간 프랑스 전문 연구소와 고심한 끝에 피부와 바다에 모두 안전한 차세대 유기 필터*를 개발해냈어요. 라로제 제품과 만난 산호의 99.5%가 생존한 반면, 다른 선케어 제품과 만난 산호들은 30%만이 살아남았어요. 선스틱 용기는 88% 이상 재활용 플라스틱을 사용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했습니다. 혁명적인 라로제의 선케어 제품은 프랑스 약국 판매 1위에 올랐어요.

*차세대 유기 필터: 유기자차 방식의 UV 필터로 피부 자극성 필터, 내분비 교란 물질, 산호 표백 성분을 제외한 포뮬라로 구성했다.

유럽 전역으로 진출하던 라로제는 2023년, 뷰티컬리에 단독 입점합니다. 컬리의 오랜 고객이었던 이지선 대표의 추천 때문이었어요.

“컬리는 단순히 제품을 파는 곳이 아니라 ‘무엇을 판매할 것인가’에 대한 철학을 가진 곳이에요. 낯선 브랜드라도 컬리가 골랐다는 이유로 한번쯤 시도하게 되는 신뢰가 있죠. 라로제는 제품력에 자신이 있었고, 컬리의 고객층은 브랜드의 철학과 감각을 잘 이해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 이지선 대표 

모이스춰라이징 토닉 로션과 페이스 젤, 선스틱과 선밀크 등 라로제의 대표 제품 11종이 컬리를 통해 첫 선을 보였습니다. 2025년 현재, 컬리에서 판매하는 라로제 제품은 40개 이상으로 늘었어요. 라로제가 유통되는 국내 온라인 채널 중 컬리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라로제는 컬리뷰티페스타를 통해 오프라인으로도 영역을 넓혔어요. 작년 페스타 직후, 컬리 입점 이래 최고 매출을 달성했죠. 올해는 페스타를 찾은 컬리의 VIP를 대상으로 뷰티 클래스를 진행하며 두 대표가 직접 고객과 소통했습니다. 

“프랑스엔 이런 대규모 뷰티 행사가 없어요. 굉장히 재미있고 인상적입니다. 이번 뷰티클래스는 라로제의 대표 아이템인 수분 스틱을 직접 사용하며 일상에서 건강한 보습 루틴을 설계하도록 했어요. 10월에 새로 나온 신규 메이크업 라인도 직접 경험해볼 수 있도록 준비했습니다.”
– 콜린 베르트랑 

“컬리뷰티페스타가 인상적인 건, 방문객들이 정말 브랜드를 알고 싶어하고 발견하러 오는 분들이란 거예요. 진지하게 제품 설명을 들으시고, 꼼꼼하게 테스트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루틴을 찾아가시더라고요. 온라인 시대에 고객을 실제로 만나는 자리가 많지 않은데, 의미가 큰 행사입니다.”
– 이지선 대표 

Go Further!

지난해 컬리뷰티페스타에서 라로제는 재생지로 부스를 만들어 자연주의 철학을 전했습니다. 올해는 아예 재활용할 수 있는 모듈 시스템의 부스를 개발해 왔어요. 행사가 끝난 후 나오는 폐기물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번 페스타 현장에 온 이지선 대표가 가장 먼저 확인한 것도 ‘여기서 어떤 부분을 뜯어 갈 수 있는지’였죠.

건강한 피부와 지구를 위한다는 일념으로 뚜벅뚜벅 걸어 온 라로제. 콜린은 진정한 클린뷰티는 제품을 민주화(démocratiser)해야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가격이 너무 높으면 접근할 수 없으니까요. 사실 라로제의 자연 유래 성분은 시중의 유해 성분보다 훨씬 비쌉니다. 하지만 마진을 깎고 합리적인 가격을 책정해요. 혁신적인 패키지를 개발해도 특허를 내 독점하지 않고 다른 브랜드와 공유하며 사용을 독려합니다. 더 많은 사람이 클린뷰티를 실천하도록 하기 위해서죠. 

“사람들의 인식이 많이 달라졌지만, 여전히 피부와 자연에 해로운 성분을 쓰는 곳이 많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정말, 정말로 자연주의입니다. 꼭 필요한 깨끗한 성분만 넣고 모든 걸 명확하게 공개해요. 이윤이 아닌 좋은 것을 추구하는 가치관 자체가 다른 브랜드들과 여전히 차별화된다고 생각합니다.”
– 콜린 베르트랑 

“콜린이 자주 하는 말이 ‘Go further, 갈 수 있는 데까지 끝까지 가자’는 거예요. 라로제는 이미 출시한 제품의 성분을 더 줄이고, 업사이클링한 원료로 바꾸는 개발을 계속하고 있어요. 기후위기가 심각해지면 지금 같은 재료와 방식으로 화장품을 만들 수 없기 때문입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고통스러운 혁신이지만 브랜드가 꾸준히 걸어야 할 길이라고 생각해요.”
– 이지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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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더브랜드(Meet the Brand)는 브랜드를 만든 사람에 집중합니다. 그만의 철학과 삶 속으로 초대할게요.

작성자 이미지

박성주

컬리에 깃든 이야기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