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인절미 아시나요? 전국의 '떡순이'들이 습관처럼 찾는 떡이에요. 광주의 한 시장 골목에 있던 떡은 어떻게 만인의 사랑을 받게 되었을까요? 그 역사 속으로 안내합니다.

"호박인절미! 나 이거 진짜 좋아하는데!"
컬리푸드페스타 2024(이하 '페스타') 현장. 창억 부스 앞에는 연일 긴 대기줄이 이어졌습니다. 인기 상품인 호박인절미를 직접 맛보고, 뽑기 이벤트에 참여해 떡 한 팩도 받아갈 수 있었거든요. 이듬해에도 창억은 2년 연속 페스타에 참가해 풍성한 연말 상을 차려주었습니다. 광주의 떡집, 창억은 어떻게 전국에서 사랑 받는 브랜드가 되었을까요?
좋은 걸 쓰면 더 맛있을 텐데
1965년, 광주광역시 동명동. 작은 골목 시장 한켠에 방앗간이 생겼습니다. 먹고 살기 위해 빚 내서 시작한 장사. 이정자 님은 참기름을 짜고 사람들이 가져 온 쌀로 떡도 만들었어요. 다들 못 살던 시절이라 묵은 쌀을 갖다 주는 경우가 많았죠. '좋은 재료를 쓰면 더 맛있을 텐데...' 정자님은 영 아쉬웠어요. 좋은 쌀을 구해 떡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내 가족에게 먹일 걸 만들자는 생각으로 재료에 돈을 아끼지 않았어요. 입소문이 나며 손님이 점점 늘었습니다. 떡집에 남편의 호인 '창억'을 붙이고, 매일 새벽 직접 떡을 빚었어요. 당시엔 경단이 가장 인기였습니다. 찹쌀피에 팥소를 넣고 동그랗게 빚어 깨, 팥, 빵가루 등 갖가지 고물에 굴려 냈어요.
"경단을 만들다 '호박을 넣으면 진짜 맛있을 거 같은데' 하셨대요. 경단을 보면 빵가루도 묻혀져 있잖아요? 피에 호박을 넣고 빵가루를 묻혀 본 거죠. 그게 호박인절미의 시작이었어요."
- 창억 기획팀 임혜연 실장


떡집 앞에 살던 김영순 님은 동네 사람들과 함께 아들을 키웠습니다. 새벽이면 골목에 떡 짓는 냄새가 솔솔 나 배가 고파지곤 했어요. 정자님에게 그 얘길 하니 '잠이 안 오면 새벽에 3시간만 나와 일해 보라'고 했습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1993년, 떡집에 나가기 시작했어요. 쌀을 씻어 담가 방아를 찍고, 시루를 앉혀 찌고 잘라 포장했어요. 경단, 약식, 인절미, 구름떡까지 갖가지 떡을 손수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일이 어느덧 30년이 넘었어요. 매일 주문량에 따라 다음날 출근 시간이 달라져서, 중흥동 본점이 생긴 2008년엔 근처로 이사를 왔습니다.
"오늘은 (어제)밤 11시에 왔어요. 일이 많아서 새벽 출하를 해야 해서요. 부서별로 담당하는 떡이 다른데 저는 호박인절미 담당이에요. 오늘만 1톤 넘게 만들었죠."
- 창억 김영순 생산부장"본점 매장에선 당일 파는 상온 떡을 만들어요. 전국에 냉동 유통하는 물량은 나주 공장에서 만들고요. 공장에선 하루에 5톤 정도의 호박인절미가 나옵니다. 명절이면 두 배 이상 나가고요."
- 임혜연 실장
떡 포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단연 위생입니다. 창억의 포장 작업자들은 늘 청결한 장갑을 끼고 제품이 바뀔 때마다 작업대와 사용 도구를 청소해요. 떡 포장은 여러 사람이 각자 다른 제품을 포장하기 때문에, 식품이 섞이거나 노출되지 않도록 작업 구역이 정확하게 나눠져 있습니다. 배송 시간이 정해져 있어 늘 마감에 쫓기지만, 속도보다 중요한 건 위생이에요. 김영순 부장은 포장이 창억의 신뢰도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1999년, 창억은 대전에 직영점을 열며 판로를 확장합니다. 작업량이 나날이 늘었지만, 창억엔 수십년간 장기 근속한 직원들이 많아요. 김영순 부장은 월급날이 정확하고, 정년이 없는 게 비결이라고 말합니다. 내가 건강한 한 계속 일할 수 있는 곳이라고요. 창업주 이정자 회장의 통 큰 보상도 한몫 했습니다. 업무량이 많을 때면 이정자 회장이 두둑한 금일봉을 챙겨 주곤 했어요. 김영순 부장은 손수 만든 떡으로 성장하는 회사를 보며 큰 보람을 느꼈어요.
전통을 지키는 기술력

2011년, 창억은 기업 부설연구소를 설립합니다. 손수 빚던 떡의 품질을 대량 생산할 때도 유지하는 게 과제였어요. 2014년 생물학 박사 후 연구원이던 유승진 소장이 합류했습니다. 유승진 소장은 미생물 실험실에서 일해왔는데, 과 선배가 창억에 연구소장 자리가 났다며 소개해줬죠.
"기정떡에는 세 가지 생명체가 들어가요. 효모균, 유산균, 누룩균이죠. 유산균은 김치에서 걸러 낸 가장 기능성 좋은 균을 씁니다. 이게 가바(GABA*)라는 뇌에 좋은 물질을 만들어요. 건강기능식품에 많이 들어가는, 요즘 각광받는 원료인데 저희는 이걸 떡에 넣어 제공해 드리고 있어요."
- 창억 유승진 부설연구소장
*GABA(Gamma-Aminobutyric Acid, 감마아미노부티르산): 뇌 흥분을 낮춰 스트레스와 긴장을 완화하는 신경전달물질
흔히 술떡이라고 하는 기정떡은 막걸리를 넣고 발효해 만듭니다. 하지만 창억은 직접 배양한 효모를 키워 떡을 제조해요. 그 과정에서 특허 받은 기술을 사용해 알콜 성분을 날립니다. 그래서 창억의 기정떡은 임산부나 어린 아이도 먹을 수 있어요. 이 떡을 개발하는 데 5년이 걸렸습니다. 연구소에서 성공했던 샘플이 공장 양산 단계에서 세 번이나 실패했어요. 매번 들어간 원재료 값과 인건비, 다른 상품을 못 만든 비용까지 억 단위의 돈이 나갔습니다. 그때 유승진 소장은 너무 힘들어서 10kg이 빠졌어요. 지금 만나는 기정떡은 이런 인고의 과정 끝에 나온 결과물입니다.

새로운 기술 개발은 경영진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어 가능합니다. 떡은 상품마다 모양과 레시피가 달라 기계화가 쉽지 않아요. 모든 제조 장치를 맞춤 제작해야 해서, 한번 설비를 바꿀 때마다 큰 비용이 들어가죠. 이정자 회장의 아들인 현 임철한 대표는 이걸 전통을 지키기 위한 투자라고 봐요. 전국에 떡을 공급하기 위해선 기술력이 필수니까요. 3400평 규모의 창억 공장에선 모든 떡이 자체 개발한 제조 시설로 만들어집니다. 60% 이상의 공정이 자동화돼 있어요.
"떡은 아직 손이 많이 가는 상품입니다. 모든 원료를 가공품이 아닌 농산물을 쓰다 보니 각 품종이나 저장 기간, 환경에 따라 제조법이 달라요. 예를 들면, 여름에 만드는 호박인절미와 겨울에 만드는 호박인절미의 레시피가 다릅니다. 조리 시간이나 물 함량 등을 날씨에 맞게 조정해야 하죠. 사시사철 같은 맛을 만드는 게 핵심입니다."
- 유승진 소장
창억의 모든 떡에는 기술력이 들어 있습니다. 인절미와 꿀떡에는 떡을 굳지 않게 하는 특별한 기술이 사용돼요. 떡이 점점 단단해지는 건 그 안의 전분이 노화되기 때문입니다. 이걸 지연시키기 위해 유화제나 방부제를 넣어요. 하지만 이 경우 떡의 식감이 떨어지고 건강에도 좋지 않습니다. 창억연구소는 화학 첨가물 없이 쌀 처리 방식과 공정을 정교하게 설계해 떡을 오래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제조법을 개발했어요. 이 기술은 곧 출시될 찰떡류에도 적용될 예정입니다. 설기 떡의 고물을 층층이 고르게 묻히는 신기술도 상용화를 앞두고 있어요.

"떡은 표준화가 정말 어려워요. 소량 만드는 거야 쉽죠. 근데 공장으로 가면 1회전 할 때 40-50kg를 찍어요. 콩 중량이 같아도 날씨에 따라 물을 더 많이 넣어야 한다던가, 변수가 너무 많아요. 매번 환경에 따라 알맞은 레시피를 정량화해서 늘 같은 품질의 떡이 나오게 해야 합니다. 모든 연구는 그 변수를 최대한 억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 유승진 소장
떡에 딱 맞는 서비스, 샛별배송


떡에 기술을 더하며 전국으로 지역을 확장한 창억. 2010년대까지는 오프라인 매장과 홈쇼핑 채널이 유일한 판매처였어요. 홈쇼핑 채널이 침체되면서 온라인 판매를 시도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채널을 찾다 2020년, 컬리에 입점을 문의합니다.
"샛별배송은 떡의 소비 패턴에 딱 맞는 서비스였어요. 창억은 광주에 있지만, 매출의 절반이 수도권에서 나와요. 오늘 산 떡을 다음날 새벽 받는다면? 간단한 아침 식사가 가능하고, 답례떡은 출근 전 바로 챙겨갈 수 있죠. 매장에 주문하는 답례떡도 아침에 가져갈 순 없는데, 이게 가능하면 확장성이 엄청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유승진 소장
코로나19가 확산하며 창억은 오히려 날개를 답니다. 온라인 판매를 미리 준비한 게 팬데믹과 맞물려 큰 기회가 됐어요. 직원들은 몇날 며칠 밤새 떡을 빚어내고 직접 라이브 방송에 출연해 판매를 지원했습니다. 창억의 2025년도 매출은 450억 원가량. 그중 60%가 온라인 채널에서 나와요. 컬리 내 매출도 입점 이래 꾸준히 성장해 작년도 최고치를 찍었습니다. 그중 호박인절미의 비중이 40%에 달해요. 수십년간 타사에서 비슷한 상품이 많이 나왔지만 '역시 원조가 최고다'며 '돌아왔다'는 후기가 이어져요. 지난 1월 진행한 컬리 라이브 방송에도 18만 명이 넘는 고객들이 방문해 전일보다 867% 높은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호박인절미에서 가장 중요한 건 달걀이에요. 카스테라 고물에 일반 빵집보다도 많은 양의 달걀이 들어갑니다. 근데 카스테라만 먹으면 사실 맛있지 않아요. 이 평범한 가루가 호박인절미 떡피랑 만났을 때 풍미를 끌어올리면서 조화를 이루죠. 서로 서로 어우러지는 레시피가 중요합니다."
- 유승진 소장

소중한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떡
떡의 재료는 단순합니다. 멥쌀, 찹쌀 모두 흰 쌀에서 시작해요. 창억은 가장 중요한 쌀을 나주의 정미소에서 가져옵니다. 산지나 연식, 수분 기준 등 정해진 기준에 따라 조달해요. 여기에 쑥이나 팥, 호박 등 자연에서 온 원물을 더해 다양한 상품을 만들어 냅니다. 제1원칙은 '건강한 떡'이에요.
"'좋은 쌀로 정성껏 빚어낸다'는 게 저희 철학이에요. 최근 나온 것 중에 밥알이 씹히는 쑥 인절미가 있는데, 슴슴해서 반응이 좋습니다. 안의 팥소를 직접 삶는데, 당도가 20 브릭스(brix) 정도예요. 시중의 앙금보다 절반 이하죠. 안 달고 맛있는, 담백한 떡이에요."
- 유승진 소장
"요즘 경기가 안 좋지만, 떡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어요. 바쁜 현대 사회에서 식사 대용으로, 건강한 간식으로 많이 찾으세요. 전엔 명절이나 행사 시즌에 많이 팔렸다면 요즘엔 상시로 수요가 분산되고 있어요."
- 임혜연 실장
창억은 컬리와 함께 해외에도 진출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 오픈한 컬리USA에도 판매를 시작해 미주 지역에서도 좋은 매출을 내고 있어요. 가장 인기 있는 상품은 역시 호박인절미 답례떡입니다. 쫀득한 떡을 외국에서 낯설어 한다고 생각하지만, 현지에서 조사한 결과 식감에서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는 없었다고 해요. 오히려 한국 음식이 대중화되면서 떡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창억은 컬리USA와 함께 더 많은 상품을 해외에 선보일 예정이에요. 반세기 쌓아온 노하우로 더 큰 시장을 개척할 계획입니다.
좋은 재료로 정성껏 떡을 만드는 것. 창업주 이정자 회장의 철학은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유효합니다. 맛있는 떡 하나가 일상에 든든한 위안이 되기를 창억은 바라고 있어요.
"좋은 재료에 남보다 더 많은 돈을 써라.
내 가족, 내 아이가 먹을 음식이고 이웃과 함께 나눌 음식이니까.
이윤보다 정(情)을 나눠야 좋은 음식이 된다."
- 이정자 회장

밑더브랜드(Meet the Brand)는 브랜드를 만든 사람에 집중합니다. 그만의 철학과 삶으로 초대할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