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것 먹자’ 할 때, 무엇을 생각하시나요? 한우는 많은 분들이 떠올리는 선택지 중 하나일 텐데요. 한우도 어떻게 손질하냐에 따라 맛과 식감이 판이하게 달라집니다. PPUL은 30년 경력의 장인이 손수 만드는 프리미엄 한우 브랜드예요. 최고의 ‘투뿔’ 소고기가 탄생하는 현장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오랜 경험이 만든 직감
새벽 4시, 이원재 부장은 일어납니다. 아직 사위가 어둡지만 아침을 꼭 챙겨 먹어요. 4시 50분, 작업장에 출근해 실내등을 켜고 기계들을 깨워 예열합니다. 그리고 칼을 갈기 시작해요. 다른 직원들의 것까지 대여섯 개를 끊임없이 갑니다. 전날 작업 때문에 칼 끝이 구부러진 것들이 있거든요. 하루에 수십 두의 소를 발골하다 보니 칼이 성하기 힘듭니다. 야스리*에 쓱쓱쓱쓱 칼날을 치며 칼끝을 다시 일자로 바짝 세워요. 그리고 발골에 들어갑니다. 그의 일은 소의 몸에서 뼈와 살을 분리하는 거예요. 집채만한 소의 몸을 보면 칼이 가야 할 길이 보입니다.
*야스리: 연마봉의 일본식 표현. 칼을 갈 때 쓰는 공구를 말하는 현장 용어다.
발골은 정도가 없습니다. 보이지 않는 뼈와 살의 경계를 감각으로 나눠야 해요. 소의 골격을 알아도 저마다 크기와 체형이 달라서 어려워요. 그래서 발골은 관능의 영역이라고 합니다. 이원재 부장은 오랜 경험이 만든 직감으로 칼날을 움직이죠.
1998년, IMF 외환위기로 직장을 잃고 마장동에 왔습니다. 근처 왕십리에 살았거든요. 처음엔 포장만 했습니다. 부위별로 고기를 진공 포장하며 어깨 너머로 육가공 일을 배웠죠. 3개월이 지난 어느 날, ‘칼 한번 잡아보라’는 지시가 떨어졌습니다. 발골은 보통 소의 뒷다리부터 배우기 시작해 앞다리, 등심 부위로 올라가는데, 곧잘 한다며 처음부터 비싼 채끝*을 맡았습니다. 그후 등심 발골을 전담했죠. 10년 일하니 손이 빠르고 일을 잘 한다고 소문이 났습니다. 2007년, 업계에서 가장 큰 태우그린푸드가 이직을 제안해 회사를 옮겼어요.
*채끝 : 소의 등심 아래 붙은 부위. 소를 몰 때 채찍 끝이 닿는 부위라고 해 채끝살이라고 한다.
“정육은 관능이에요. 이 부분을 중요하게 보냐, 보지 않냐가 결국 돈으로 환산됩니다. 부장님이 작업하면 100만 원 벌 수 있는데, 다른 분이 하면 50만 원밖에 못 벌어요. 그러니까 부장님한테 맡겨야죠.”
– 태우그린푸드 온라인·무역사업부 임종관 과장강약 조절이 중요한 발골

한우 가공은 크게 두 단계로 이뤄집니다. 소의 뼈와 살을 분리하는 발골을 한 후, 살코기에서 지방을 걷어내는 정형으로 이어지죠. 1차 가공인 발골은 상품의 근원이 되는 작업입니다. 보통 작업자들은 앞다리, 뒷다리 부분을 나눠 맡는데 가장 값비싼 앞다리 쪽 등심이 이원재 부장의 전문 분야예요. 다리 한쪽이지만 이 사분도체*는 건장한 성인 남성의 키를 훌쩍 뛰어넘습니는다.
*사분도체 : 소를 4등분한 것. 소를 잡으면 작업하기 편하게 목부터 꼬리까지 반으로 나눈 뒤(이분도체), 앞다리와 뒷다리를 한번 더 나눠 4분할한다.
먼저 천장의 레일이 걸린 고깃덩이에서 뼈와 살을 분리해요. 그 후 등심과 다리를 나누고 뱃살인 양지부터 등뼈 속 제비추리, 안창에 붙은 토시살 순으로 하나씩 나누어 갑니다. 기다란 목뼈에서 목심을 자를 땐 붓으로 그림을 그리듯 좌우로 칼을 움직여요. 이 모든 작업이 야스리와 칼 하나로 이뤄집니다. 거대한 소의 몸체를 두 손으로 자르는 중노동이죠.

하지만 발골은 힘으로 하는 게 아닙니다. 강약 조절을 잘해야 칼을 잘 쓸 수 있어요. 이원재 부장도 처음엔 그저 힘만 주다 자신의 허벅지를 찌르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크게 다치지 않았지만, 육가공장에선 제 칼에 맞는 일이 잦아 조심해야 합니다.
“저희 화장실 가면 초보자들이 뜨거운 물 틀고 손을 대고 있어요. 칼에 힘 주고 일하다가 손이 굳어버려서요.”
– 임종관 과장
이원재 부장이 발골하는 소는 하루에 50여 두. 그는 이제 일을 쉬면 팔이 아픕니다. 매일 습관처럼 발골을 해서 쉬는 날에 오히려 몸이 쑤셔요. 매해 1만 마리의 한우를 가공하는 태우그린푸드는 일감이 끊이지 않지만, 그는 전처럼 주 6일 일하면 좋겠다는 말까지 합니다.

‘컬리 소’가 제일 어려워
한우는 각 부위의 장점을 잘 끌어낼 수 있게 자르는 게 중요합니다. 일례로 한우 오마카세는 각 부위에 맞게 정형한 소고기를 최상의 맛으로 구워주는 곳이죠. 이 방법을 적용한 브랜드가 PPUL입니다. 한우 등급에서 가장 높은 투 플러스(1++), 일명 ‘투뿔’의 뜻을 담아 컬리 김슬아 대표가 지은 브랜드명이죠. 김슬아 대표는 지금도 매월 PPUL 상품을 100만 원 이상 사는 VIP 고객입니다.
“한우의 고기 결은 수십년 발골·정형 작업을 한 작업자 분들이 가장 잘 압니다. 장인들이 섬세하게 작업한 소고기를 그대로 요리할 수 있게 상품화한 게 PPUL이죠.”
– 서형근 MD · 컬리 상품본부
“최고의 작품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몇 달을 MD와 고민하고 씨름했어요. 그림으로 그려가며 제품의 외관까지 하나 하나 신경 썼습니다.”
– 임종관 과장

PPUL은 투뿔 한우 중 마블링 지수가 가장 높은 9등급 한우만 취급합니다. ‘컬리 소’는 작업장에서 보면 딱 태가 나요. 근 30년간 수천수만 마리를 본 이원재 부장도 ‘야, 소 좋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죠.
“컬리 게 제일 힘들어요. 색도 좋고 고기가 ‘빵빵’하니 너무 좋아서요.”
– 이원재 부장“보통 소들은 마른 체형이에요. 근데 컬리 소는 근육질이 와요. 색도 불그스름 검은 게 아니라 핑크빛처럼 다홍색에 마블링도 많고 사람으로 치면 건강하고 튼튼한 거죠.”
– 임종관 과장
그도 그럴 것이 가격부터 다릅니다. 보통 한우 한 마리의 경매가는 1천만 원, 컬리 소는 1700만 원에서 2천만 원까지 나갑니다. 승용차 한 대 값의 귀한 소. 이원재 부장도 컬리 소를 작업할 땐 신경이 곤두서요. 요만큼도 떨어져 나가면 안 되니까요. 우람한 컬리 소는 작업할 면적이 넓어 등심을 썰 때 더 힘이 듭니다. 1차 가공인 발골을 통해 소의 15~20%를 먼저 잘라내요.
2차 가공인 정형에서 30~40%가 더 깎여 나갑니다. 고기에 붙은 지방과 근막 등을 섬세하게 걷어내요. 본 등심은 아래 등심에서 필요없는 지방과 떡심을 제거하고 마블링이 들어찬 부위만 2~3cm 두께로 정형합니다. 등심 덧살은 본 등심 아래 붙은 살을 1.2cm 두께로 얇고 길게 정형해 구워 먹기 편하게 만들죠. 시중의 상품에는 보통 들어가는 부분까지 다 자르다 보니 처음엔 작업자들이 ‘진짜 이렇게까지 까냐’고 몇 번이고 물을 정도였습니다.

정수만 남은 고기는 전문 숙성고에서 최소 14일, 최대 21일까지 숙성합니다. 영하 2도에서 영상 4도, 습도 75~85%를 유지하는 숙성고에서 습식 숙성*해요. 이 과정을 통해 한우의 풍미와 감칠맛을 한껏 끌어올립니다. 그 후 각 부위별 특징과 조리법에 맞게 진공포장해 샛별배송으로 신선하게 고객의 집 앞까지 전달하죠.
*습식 숙성 : 일명 웻 에이징(wet aging). 고기를 진공 포장해 촉촉한 상태로 냉장 보관하며 숙성하는 방법. 고기가 육즙이 많고 부드러워진다.
믿고 먹는 PPUL 한우, 이렇게 드세요
현재 판매 중인 PPUL 제품은 35여가지. 가격은 18,000원부터 149,000까지 다양합니다. 대부분 1인분 양으로 150~200g 소포장돼요. 일부 제품은 컬리의 VIP* 고객에게만 판매 중인데, 공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해 생긴 고육지책입니다. 가장 인기가 높은 샤토브리앙과 등심 안살(새우살)은 소 한 마리에 1~2팩만 나오는 희소 부위예요. 컬리 김슬아 대표도 입고 알람을 맞추고 대기하지만 늘 구매에 실패할 정도죠.
*컬리는 매년 상반기/하반기 구매 금액을 기준으로 VIP 고객을 선정해 특별한 혜택을 제공한다.
PPUL은 사실 이윤이 많지 않습니다. 작은 기름덩이 하나까지 모두 제거하다보니 업체 입장에서는 로스율*이 커요. 좋은 소가 없으면 아예 생산을 건너뛰기도 해서 매출을 키우기 어렵죠. 그럼에도 컬리와 태우그린푸드가 PPUL 상품을 계속 만드는 이유는 가치 때문입니다.
*로스율 : 버려지는 부분의 비율
“컬리는 상품의 가치를 잘 살리는 회사입니다. 보통 이윤을 내려 지방을 붙여 중량을 늘리고 가격과 타협하죠. 하지만 컬리는 그렇지 않아요. 오직 품질을 위해 노력하고, 그렇게 만든 좋은 상품을 잘 팔죠. 이런 곳은 흔치 않습니다.”
– 임종관 과장“PPUL은 컬리가 한우의 선별부터 도축, 발골, 정형, 숙성, 포장, 물류까지 전 과정을 지휘하는 프리미엄 브랜드입니다. 고기에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소비자들도 믿고 먹을 수 있는 최고급 한우를 제공해드리고 싶었어요. 단순한 상품을 넘어 컬리에게 상징적인 브랜드입니다.”
– 서형근 MD
예술 작품처럼 만든 PPUL, 어떻게 먹어야 가장 맛있을까요? 인기 상품인 샤토브리앙 스테이크와 새우살 요리법을 물었습니다.
“400도에 마이야르 반응*이 오게 튀기듯 구워서 소금 찍어 먹어요.”
– 이원재 부장
*마이야르 반응: 당류와 단백질 등의 화합물이 만나 갈색이 되는 반응. 스테이크의 맛과 풍미를 만든다.
가정용 프라이팬에서는 고온을 제대로 전달하기 어려워 무쇠 팬을 쓰거나 숯불에 직화하는 방법을 추천합니다. 특히 캠핑 때 제격이죠. 무쇠 팬은 바짝 달궈져 열기가 날 때 기름을 두르고 고기를 구워야 합니다. 숯에 구울 땐 숯불이 최고점을 지나 하얗게 됐을 때가 가장 좋아요. 그렇게 고기 겉면을 구울 때 한우의 풍미가 극대화됩니다. 이원재 부장은 여기에 소금과 참기름을 섞은 소금장을 찍어 먹어요. 별다른 양념은 필요 없습니다. 그 자체가 최고의 진미니까요.
그렇다면 수십년 한우 손질을 해온 장인이 가장 좋아하는 부위는 무엇일까요?
“치마살이 제일 좋아요. 안심은 좀 퍽퍽하고 치마가 더 부드럽죠. 마블링이 더 잔잔하게 껴 있고, 조직 결이 더 많이 쪼개져 있어요.”
– 이원재 부장
진갈비도 추천합니다. 진갈비는 소의 갈비대 위쪽에 펼쳐진 살인데, 마블링이 잔뜩 낀 게 꽃이 핀 것 같다 해서 꽃갈비라고도 합니다. 보통 소의 4~7번 갈비뼈 위에 붙은 살로, 진한 육향과 부드러운 육질이 일품이죠. 이 부위는 갈비뼈와 살코기를 분리하는 정밀한 작업을 거쳐 현재 PPUL 한우 꽃갈비살, 생갈비로 출시돼 있습니다.



PPUL 상품을 생산하는 태우그린푸드는 직원들에게 삼시세끼를 제공합니다. 점심 식사 외에 오전, 오후 새참까지 구내식당에서 먹을 수 있죠. 발골 작업자들은 체력 소모가 워낙 커서 매 끼니와 참까지 챙겨먹지 않으면 일하기 힘듭니다. 이원재 부장은 보통 하루 40~50마리를 작업하면서 동시에 후학도 기르고 있어요.
“지금 가르치는 사람이 있는데 등심 자를 때 뒤에서 손을 붙잡고 알려줘요. 큰 소는 칼을 넓게 써서 크게 잘라라, 작은 소는 작게 떼라, 이런 걸 말해주죠. 소는 규격이 없어서 많이 봐야 돼요.”
– 이원재 부장
보고 만난 수많은 소들이 빅데이터로 쌓이면 비로소 자신만의 판단력이 길러집니다. 몸에 익은 경험을 통해 그때 그때 정답을 찾아가는 여정이죠.
오후 5시, 발골이 끝나면 작업장을 청소하고 정리합니다. 매일 동 트기 전 출근해 하루 12시간 이상 일하는 고된 일. 이원재 부장은 근 30년간 단 하루도 빠지거나 늦은 적이 없습니다. 하루 하루 성실하게 최고급 한우를 만들어 왔어요.
“농가에서 힘들게 키운 소잖아요. 헛되이 버려지지 않게 신중히 작업해야죠. 한우는 소중한 사람들하고 좋은 날, 뜻 깊은 자리에서 먹는 건데 그 가치를 훼손하지 않게 노력합니다.”
– 이원재 부장
그의 시간이 쌓아 올린 감각 속에서 오늘도 투뿔 한우의 궁극의 맛이 탄생하고 있습니다.

밑더브랜드(Meet the Brand)는 브랜드를 만든 사람에 집중합니다. 그만의 철학과 삶으로 초대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