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리가이드] 노래와 춤으로 축제를 여는, 포도를 수확할 시간입니다

2025.07.04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스’에 나오는 전사 아킬레우스의 방패에는 포도밭이 그려져 있습니다. 당시 그리스인들에게 포도는 인간의 삶을 대표하는 상징이었기 때문인데요. 뜨거운 여름 태양 아래 알알이 익어가는 포도의 숨겨진 이야기, 찾아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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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 문명의 시작을 알리다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책, 성경에는 노아가 대홍수 이후 심은 식물 중 하나가 포도나무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유목생활을 하던 인류가 정착해 농업을 시작할 때부터 함께한 유서깊은 식재료인거죠. 구체적으로는 기원전 6000년 전, 코카서스* 및 중동 지역에서 재배되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조지아,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등이 위치한 지역

풍요와 재물의 상징인 포도를 수확하는 시기에는 노래와 춤을 즐기는 전통도 있었습니다. 레바논의 전통 춤 ‘답키’는 포도를 수확하는 9월, 마을 사람들이 모여 수확의 기쁨을 나누며 춤을 추는데서 유래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에서도 포도수확과 관련된 축제인 ‘디오니소스 제전’이 열려 포도의 신인 ‘디오니소스’에게 감사를 표했다고 하죠. 

시기에 따라 품종별로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인류의 역사와 함께한 기간이 긴 만큼 포도는 품종이 다양해 재배되는 시기가 달라서 생각보다 오랫동안 즐길 수 있습니다. 6월부터 10월까지 오랫동안 맛볼 수 있는 다양한 포도를 소개합니다.

  • (6월 ~ 7월)경조정 : 녹음이 우거지는 6월부터 한 달 정도 만나볼 수 있는 청포도입니다. 나무부터 무척 연약한 품종이고 온습도의 변화에 민감할 뿐 아니라 병충해에도 취약해서 쉽게 만나보기 어렵죠. 알이 작고 씨가 없는데다 껍질이 얇아서 아이들도 맛있게 먹을 수 있어요. 
  • (7월 ~ 9월)캠벨 : 국내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품종으로,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진한 보라색의 포도입니다. 씨가 있고 껍질이 두꺼운 편이라 씹을 때 독특한 식감을 내죠. 단맛과 신맛이 잘 어우러져 새콤달콤한 맛을 냅니다. 보통 8월에 수확하지만 비가림 시설이 있다면 7월에도 갓 수확한 캠벨 포도를 만나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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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월 ~ 9월)거봉 : 한 알의 무게가 15~18g에 달할 정도로 알이 굵고 당도가 높은 포도입니다. 신맛이 적고 특유의 향이 진한 것이 특징입니다. 껍질이 쉽게 분리되어 껍질을 벗겨 먹는 사람들이 많죠. 우리나라에서는 1960년대부터 재배되어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품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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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월 ~ 10월) 샤인머스캣 : 껍질이 얇고 떫은 맛이 거의 없어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청포도입니다. 높은 당도로 씹었을 때 망고와 비슷한 단맛과 향이 느껴진다고 하여 망고포도라고도 불리죠. 과육이 단단하고 아삭아삭해서 얼려서 아이스크림 대용으로 먹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당도와 산도 관리가 어려운 품종이라 다른 포도에 비해 가격이 높은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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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보기 좋은 포도가 맛도 있다 : 맛있게 고르고 신선하게 보관하기

맛있는 포도는 겉모습만 보고도 알 수 있습니다. 

  1. 껍질 : 포도 껍질 색이 진하고 균일하며, 캠벨이나 거봉의 경우, 표면에 하얀 가루(과분)가 뽀얗게 묻어 있는 것이 맛있는 포도입니다. 이 하얀 가루는 포도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천연 과실 왁스입니다.
  2. 알의 크기와 송이의 밀도 : 알이 굵고 단단하며, 송이 크기가 400~500g 정도로 적당한 것을 선택하세요. 송이가 너무 크거나 알이 지나치게 많이 붙어 있으면 송이 안쪽에 덜 익은 알이 있어요.
  3. 줄기 상태 : 포도 줄기의 색깔이 80% 이상 녹색을 띠고 싱싱하며, 포도알이 줄기에 단단하게 잘 붙어 있는 것이 신선한 포도입니다. 줄기가 마르거나 부서지는 것은 수확한 지 오래된 것일 수 있습니다.
  4. 향기 : 인위적으로 강한 향보다는 은은하고 달콤한 포도 고유의 향이 나는 것이 좋습니다.

포도를 신선하게 오래 보관하려면 몇 가지 요령이 필요합니다.

  1. 씻지 않고 보관 : 포도는 씻지 않은 상태로 보관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물에 닿으면 쉽게 물러지고 상할 수 있어요.
  2. 신문지/키친타올로 감싸기 : 포도 송이를 신문지나 키친타올로 한 송이씩 감싸면 수분 증발을 막아 신선함을 오래 유지할 수 있습니다.
  3. 밀폐 용기 냉장 보관 : 신문지로 감싼 포도를 밀폐 용기나 지퍼백에 넣어 0~2℃의 냉장고에 보관하세요. 적절한 습도(85~95%)를 유지하면 일주일 이상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습니다.
  4. 장기 냉동 보관 : 더 오래 보관하고 싶다면, 포도알을 송이에서 떼어내 깨끗이 씻은 후 물기를 완전히 제거하고 밀폐 용기에 담아 냉동 보관하세요. 냉동 포도는 주스, 스무디, 잼 등으로 활용하기 좋습니다. 껍질이 얼면 잘 벗겨져 더욱 편리하게 요리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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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로 발효 시키지 마시오!

포도를 발효해 만든 포도주는 인류 문명을 발전시킨 촉매제였습니다. 물이 오염되기 쉬웠던 고대 사회에서 안전하게 마실 수 있는 음료일 뿐 아니라 영양분을 공급하고 에너지를 주는 중요한 식량이었습니다. 이때 확산된 발효 기술은 농업과 상업을 발전시키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습니다. 

현재 전 세계 사람들은 포도를 와인으로 가장 많이 소비합니다. 국제와인기구(OIV)가 2025년 4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세계 포도 생산량 7,400만 톤 중 3,100만 톤이 와인 생산에 사용되었을 정도죠. 포도 생산량의 절반이 쓰일만큼 인기 있는 와인을 몰래 먹어야 했을 때가 있었습니다.  

* 국제와인기구(OIV), “Annual Assessment of the World Vine and Wine Sector in 2024”

1920년대 미국은 ‘금주령(Prohibition)’ 시대였습니다. 술 제조와 판매가 금지되어 와인 생산이 어려워지면서 포도 농가들은 살아남기 위해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농축 포도 주스를 판매하는 것이었죠. 이 농축 주스에는 독특한 경고문이 붙어 있었습니다. 

주의사항 : 절대로 발효시키지 마시오.
주스를 옷장 안에 넣어두고 20일 후에 꺼냈는데 알코올 냄새가 난다면, 절대 마시지 마시오.

이 경고문은 사실상 “이렇게 하면 와인이 만들어진다”는 친절한 안내문과 다름없었죠. 금주령의 엄격함을 우회하려는 포도 농가들의 재치 있는 시도이자, 술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는 에피소드입니다.

[사진 1] 마켓컬리, ‘와인 셀프픽업’ 인기에 픽업 지점·제품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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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 속 디오니소스는 인간에게 포도 재배법과 포도주 제조법을 가르쳤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생명과 재생, 기쁨과 예술을 상징하는 디오니소스가 우리에게 준 축복, 포도를 오래오래 맛있게 즐겨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