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더브랜드] 올해 가장 먼저 만나는 햅쌀, ‘정미소’

2025.09.25

알알이 맑고 투명해 윤기가 자르르 도는 쌀이 있습니다. 비단 같이 반짝이는 비단쌀이에요. 올해 가장 먼저 나온 햅쌀이 우리를 찾아 오는 과정을 낱낱이 전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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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보성군 득량만.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이곳에서 식량을 구해 득량(得粮)이란 지명이 붙었습니다. 산을 병풍처럼 두르고 앞으로 탁 트인 남해 바다를 접한 곳. 1967년 나라가 간척 사업을 시작해 1997년에야 메워진 곳에 너른 간척 평야가 있습니다. 그때 토목 공사를 지휘했던 건설사 직원이 이 땅에서 벼농사를 시작했어요. 30년간 동고동락한 지역민들을 차마 떠날 수 없어서요. 지금은 그의 아들이 대를 이어 햅쌀을 수확하고 있습니다.

“모내기는 보통 5월에서 6월 초까지 해요. 그런데 저희는 한 달 먼저 모내기를 시작합니다. 4월에 꽃샘 추위가 올 수도 있지만, 추석 전에 햅쌀을 내기 위해 냉해 피해를 감수해요.”
– 정미소 정병찬 대표

여름에 피는 백일홍이 지기 시작하면 수확기가 찾아 옵니다. 가장 먼저 하는 건 논에서 물을 빼는 일이에요. 갯벌 농지는 밑 부분이 늘 물에 차 있거든요. 벼의 뿌리에 수분을 공급하기 위해서입니다. 벼 이삭이 고개를 숙이고 노랗게 물들면 뻘의 물을 뺄 때예요. 물을 빼고 땅이 굳으면 콤바인 기계가 들어가 벼를 수확합니다. 올해 가장 먼저 익은 햅쌀, 비단쌀이에요. 60만 평의 농경지에서 가장 많은 면적을 차지하는 정미소의 대표 상품이죠.

수확한 쌀은 저온 창고로 들어가 원곡의 품질을 유지합니다. 발주가 들어오면 그때 그때 도정해 고객에게 나가요. 늘 한결같이 신선한 햅쌀을 제공하기 위해서죠. 올 8월 25일 수확을 시작한 비단쌀 햅쌀은 며칠간의 건조를 거쳐 바로 컬리 물류센터로 입고됐습니다. 그날 비단쌀을 주문한 고객은 논에서 벼를 수확한 지 닷새 만에 올해 첫 햅쌀을 받아 봤어요.

다른 곳엔 없는 차별화된 쌀

비단쌀은 2023년 컬리에 등장했습니다. 정미소는 1999년부터 유명 백화점 내 식품관에 들어가 모든 쌀 상품을 취급해 왔어요. 하지만 직접 농사지어 만든 쌀을 더 널리 알리고 싶었습니다.

“컬리가 생긴 후에 신선식품도 온라인으로 사도 된다는 신뢰가 생겼다고 봐요. 가격에 대한 예민도도 많이 낮아졌고요. 저희는 다른 곳엔 없는 차별화된 쌀을 만드는데, 이 좋은 걸 좋은 가격에 팔 수 있는 채널은 컬리가 유일하다고 봤어요. 그게 아주 잘 맞았죠.”
– 정병찬 대표

“정미소는 직접 농사 짓고 도정까지 한 쌀을 내놓는 흔치 않은 곳입니다. 비단쌀부터 고시히카리, 특별재배 14분도미까지 맛이 뛰어난 프리미엄 쌀을 생산하죠.”
– 김신희 MD · 컬리 상품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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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리에서 판매 중인 비단쌀 햅쌀 상품들

비단쌀은 정미소가 직접 개발하고 재배한 자체 품종입니다. 밥을 지으면 윤기가 마치 비단 같다 해서 이름 붙였어요. 쌀알은 유리처럼 맑고 투명해 희고 고운 빛이 돕니다. 조직이 단단해 알알이 탱글한 식감이 좋아요. 밥이 식은 뒤에도 탄력을 잃지 않고 찰진 식감을 유지합니다. 백미의 얇은 쌀겨층까지 세밀하게 깎아내 밥을 지을 때 물이 빠르게 흡수되죠. 쌀을 불릴 필요 없이 씻은 후 바로 취사해도 됩니다.

비단쌀은 올 하반기 컬리의 VVIP 기프트로도 선정됐어요. 컬리는 반기에 한 번, 구매 순위 상위 고객에게 특별한 혜택을 드리는 VIP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번 하반기에는 햅쌀 수확 시점에 맞춰 각기 다르게 도정한 6종의 비단쌀 햅쌀과 유기 제품이 전달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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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리의 2025년 하반기 VVIP 웰컴 기프트. 비단쌀 도정미별 6종과 놋담 유기 제품으로 구성했다.

“컬리는 도정도에 따라 현미부터 14분도백미*까지 다양한 쌀을 판매하고 있어요. 이번 VVIP 기프트엔 올해 가장 먼저 수확한 비단쌀 햅쌀을 현미부터 5분도미, 7분도미, 9분도미, 백미 그리고 14분도미까지 여섯 개의 도정미로 담았습니다. 같은 품종 안에서도 무엇이 가장 내 입에 맞고 소화가 잘 되는지 등 나만의 쌀 취향 찾기를 즐기셨으면 해요.”
– 컬리 VIP 프로그램 담당자

*14분도백미: 백미에서 단백질층을 더 많이 깎아내 쌀 고유의 전분이 잘 발현되도록 한 도정미. 뽀얀 색과 부드러운 식감이 극대화된다.

정미소는 대표적인 프리미엄 쌀, 고시히카리도 생산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맛과 품질이 뛰어난 자포니카* 쌀의 대표 품종이죠. 그러나 재배가 쉽지 않습니다. 비바람이 잦고 태풍도 찾아 오는 우리나라 기후에선 벼가 쉽게 쓰러져요. 병충해에 약해 1년 내 정성을 들여야 하는 귀한 품종입니다. 하지만 빛(히카리)이라는 뜻을 가진 이름처럼 밥을 지으면 반짝반짝 윤기가 돌고 진한 맛을 냅니다. 국에 말아 먹어도 쌀알이 살아 있죠. 서울의 한 유명 미역국 전문점 ‘오일제’는 정미소의 고시히카리 쌀만 사용할 정도입니다.

*자포니카(japonica) : 쌀알이 짧고 둥글며 찰기가 있어 밥을 지으면 덩어리지는 쌀. 한국, 일본 등에서 주로 먹는 품종 계통이다.

“오일제는 들깨 미역국만 판매하는 매장입니다. 오픈 전에 저희 미역국과 어울리는 쌀 품종을 찾으려 여러 쌀을 테스트해봤어요. 정미소의 고시히카리는 밥알이 보슬보슬하면서 적절한 찰기를 갖고 있어서 미역국에 말아 먹었을 때 가장 맛있어요. 밥과 국 고유의 맛을 오래 음미할 수 있죠.”
– 신동훈 ‘오일제’ 대표

밥 하는 사람부터 행복한 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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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찬 대표는 기본에 충실한 쌀이 좋은 쌀이라고 말합니다. 그가 말하는 기본은 1) 좋은 유전자로 2) 좋은 환경에서 3) 잘 수확해 관리한 쌀이에요. 하지만 급변하는 환경 때문에 좋은 쌀을 생산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올해 태풍이 안 왔잖아요. 그럼 안 돼요. 태풍이 올 땐 오고, 비가 올 땐 와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있어서 사람들이 기후 위기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농사를 짓다 보면 절실히 느낍니다. 한해 한해 너무 달라요.”
– 정병찬 대표

그래서 미래를 대비해 새로운 쌀을 개발 중이에요. 1997년, 아버지가 40개 품종을 테스트한 곳에서 지금은 6만여개의 새로운 종자가 자랍니다. 농촌진흥청에서 벼 종자를 연구한 오병근 박사를 모셔 와 이 땅에 가장 적합한 품종을 개발하고 있어요. 오병근 박사는 직접 교배한 수만 개의 벼를 매일 눈으로 확인하고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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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중인 벼의 상태를 기록하는 관리대장. 각 계통명과 미질, 형질 등 상품 가치가 있는지 꼼꼼히 적는다.

“크게 보면 계통*이라고 하는데, 여기 지금 한 3천 계통 있어요. 계통마다 키나 생김새, 익는 속도가 다 달라요. 벼를 교배해서 매해 좋은 것들만 5% 정도 선발해 키우는 걸 반복하죠. 이걸 다 통과하고 품종으로 등록할 때에야 이름이 붙습니다. 비단쌀 같이요.”
– 오병근 박사 · 전 농촌진흥청 연구관

*계통: 쌀 품종을 만들기 위해 연구자들이 번호를 붙여 키우는 실험 단계의 씨앗 그룹.

신품종 서바이벌은 만만치 않습니다. 쌀알이 맑고 깨끗한지, 외관이 고르게 예쁜지, 추석 전에 수확이 가능한지 등 여러 조건이 맞아야 해요. 유전자 검사, 생산력 검증 테스트를 거쳐 마지막엔 밥을 지어 봅니다. 밥알이 투명하고 단맛이 나는지, 윤기가 적당한지 봐요. 6만 개 중 최종 후보에 오른 건 단 10개. 이들은 신품종으로 등록하기 충분하지만 매년 검증을 거듭하며 신중을 기하고 있습니다.

일평생 쌀을 다뤄 온 전문가에게 가장 맛있는 쌀이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정병찬 대표는 답했어요.

“밥 먹는 사람도 중요하지만 저는 밥 하는 사람도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최근 한 분이 비단쌀을 먹고 생산자가 누군지 궁금하다고 연락이 와서 만나 뵀어요. 집에 아들 며느리가 와서 밥을 짓는데 쌀이 너무 깨끗하고 향기로워서 밥 할 때부터 기분이 정말 좋았다고요. 가족들과 행복한 한 끼 할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고 하시는데 감동이었어요. 저희 쌀로 밥 하는 사람부터 먹는 사람, 파는 사람인 저까지 모두가 행복해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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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더브랜드(Meet the Brand)는 브랜드를 만든 사람에 집중합니다. 그만의 철학과 삶으로 초대할게요.

작성자 이미지

박성주

컬리에 깃든 이야기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