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더브랜드] K-그릇의 현대적 부활, '놋담'

2026.04.30

방짜유기를 아시나요? 무려 8세기, 신라 시대부터 나라가 직접 만든 한국의 전통 그릇이에요. 높은 분들이 쓰던 이 유기가 최근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왔습니다. 그 뒤에 있었던 사람의 이야기를 전해 드릴게요.

컬리푸드페스타 2025 현장. 김도윤 셰프가 자신의 간편식인 모둠나물면을 조리해 반짝이는 그릇에 담아 냈어요. 셰프의 음식을 빛낸 접시는 방짜유기입니다. 방짜유기는 최고급 놋쇠로 만든 우리나라 고유의 그릇이에요. 미슐랭 셰프들이 애용하고 청와대 만찬에 단골로 등장하는 한국에만 있는 식기죠. 먼 옛날, 신라 시대부터 전해진 놋그릇은 어떻게 우리의 식탁으로 들어왔을까요? 그 뒤에는 방짜유기를 대중화한 브랜드, 놋담이 있습니다.

평범한 직장인이 도예 집안에 시집 갔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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놋담 김민희 이사

2013년, 스물 여덟살 김민희 님은 글로벌 제약사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결혼한 시댁은 그릇 천국이었어요. 시부모님이 도자기를 빚어 판매하는 죽전도예를 운영한 덕이었죠. 어릴 때부터 요리를 좋아한 민희님은 일상적으로 차린 밥상을 블로그에 올렸습니다. 집에 있는 도자기뿐만 아니라 방짜유기를 쓰다 보니 사람들의 댓글이 빗발쳤어요. '이 그릇 어디서 살 수 있냐'면서요. 그때 민희님은 느꼈어요. '사람들이 유기 그릇에 관심이 많구나.'

당시 방짜유기는 파는 곳이 많지 않았어요. 유기 장인들은 개인 공방이나 동대문시장의 혼수 상가에만 상품을 팔았습니다. 로얄 코펜하겐, 덴비 같은 외국산 그릇의 인기가 높던 시절. 경쟁이 치열한 시장 속에 눈에 띄는 한국 브랜드는 없었습니다. 방짜유기는 소재도 생소하고, 장인의 기술이 필요해 진입 장벽이 더 높았어요.

"방짜유기는 구리 78%, 주석 22%로 합금한 가장 좋은 놋쇠로 만들어요. 녹인 쇳물을 바둑판처럼 얇게 만든 후, 장인이 망치로 수천번 두드려 모양을 잡죠. 이걸 방자(方字) 기법이라고 하는데, 요즘은 프레스 기계로 압연하는 현대식 방자법을 씁니다."
- 김민희 이사

기계의 힘을 빌리지만, 정교한 손기술이 필수예요. 3번의 압연 후 만두피처럼 납작해진 놋쇠를 장인이 직접 돌려 깎으며 모양을 잡습니다. 모양과 빛깔이 나온 유기를 연마하면 우리가 만나는 방짜유기가 나와요.

난이도가 높은 제작 과정 때문에 방짜유기 제작자들은 정해진 상품만 만들어 왔습니다. 밥그릇, 국그릇, 찬기 등으로 구성된 반상차림이었죠. 이 7첩 반상 세트는 주로 제사상에 오르거나 결혼할 때 예단으로 사는 소수만의 전유물이었습니다. 그래서 값도, 진입장벽도 높았죠. 당시 죽전도예 매장에선 커트러리, 술잔, 디저트 볼 같은 것들이 인기였습니다. 민희 님은 기존의 유기 상품으론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1년여의 준비 끝에 2014년, 방짜유기 브랜드 놋담을 런칭했어요. 유기 장인들을 영입해 직접 전에 없던 상품들을 만들었습니다. 먼저, 세트 상품은 1-2인 가구를 기준으로 꼭 필요한 식기로만 구성했어요. 가족 수가 줄면서 전처럼 많은 그릇이 필요하지 않으니까요. 그릇의 뚜껑 위쪽도 평평하게 만들어 뒤집어 찬기로 쓸 수 있게 했습니다. '꼭지가 달린 뚜껑은 필요없다'고 빼고 사던 고객들의 소리를 반영한 거였어요. 의류학을 전공한 김민희 이사는 디자인에도 직접 참여했습니다. 꽃잎 디테일을 살린 꽃 라인은 지금까지 사랑 받는 스테디셀러예요. 단품으로 구입해 그 어떤 메인 요리를 담아도 식탁을 멋스럽게 연출해주는 포인트 식기죠.

온라인 최초로 방짜유기를 팔다

1년쯤 뒤, 김민희 이사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둡니다. 놋담의 방짜유기에 대한 반응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에요. 런칭 직후, 백화점 온라인 몰에서 판매를 시작했는데 한 주만에 1억 원대의 매출을 냈습니다. 온라인에서 유기 그릇을 처음 판 것이었기에 모두 놀랐죠. 백화점 전체 식기 매출로도 이례적인 성과였습니다.

코로나19의 유행으로 방짜유기는 또 한번 주목 받았어요. 유기의 소재인 구리와 주석은 자체 항균 효과를 갖고 있습니다. 한 실험*에 따르면 유기 그릇과 일반 그릇에 세균을 배양했을 때, 24시간 후 세균의 감소율이 확연히 차이나요. 방짜유기는 식중독을 일으키는 대장균이나 황색포도상구균을 99.9% 죽입니다. 무더운 여름, 유기 그릇에 올려 둔 토마토는 멀쩡하지만 일반 도자기 그릇에 있는 토마토는 금세 무르고 곰팡이가 피죠. 팬데믹 시기, 유기는 건강에 민감한 주부들의 '잇템'이 됩니다.

*국가공인시험검사기관 KCL 시험 성적 결과

2022년, 놋담은 컬리에 입점해요. 컬리는 뷰티와 리빙 등으로 판매 영역을 넓히고 있었습니다. 식탁에서 쓸 좋은 것을 찾는 고객들의 수요가 일치했죠.

"놋담은 컬리와 결이 잘 맞는 브랜드입니다. 건강에 좋은 항균력과 절대 깨지지 않는 내구성, 유기의 보온·보냉 효과까지 고품질의 테이블 웨어를 찾는 중년층 고객이 특히 선호하는 식기예요."
- 컬리 상품본부 생활1팀 김이지 팀장

유기는 절대 휘거나 깨지지 않습니다. 평생 쓸 수 있는 재구매가 필요 없는 제품이죠. 그래서 김민희 이사는 계속 새로운 상품을 고민해야 합니다. 유기 괄사도 고객들에게 아이디어를 얻어 나온 뷰티 제품이에요. 매장에서 자꾸 유기 종지로 몸을 마사지하는 손님들을 보고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상품화했습니다. 골든 명태 액막이도 집들이나 개업 선물로 인기예요. 뒷면의 자석으로 현관문에 간편하게 붙일 수 있죠. 세라믹으로 겉을 코팅한 막걸리 잔은 2030세대도 갖고 싶어 하는 술잔입니다. 냉장고에서 꺼낸 술을 유기 잔에 담으면 마지막 한 모금까지 시원하게 즐길 수 있어요.

컬리에서 가장 많이 팔린 건 달 커트러리 세트예요. 지난 4월, 청와대가 방한한 폴란드 총리에게 건넨 정상회담 선물입니다. 달 숟가락과 젓가락, 포크, 나이프로 구성된 풀 세트로 달을 형상화한 둥근 디자인과 은은한 빛깔이 모던한 느낌을 줍니다. 유기 커트러리는 특히 만들기 까다로워요.

"유기에 넣는 디테일한 장식은 다 수작업입니다. 꽃무늬도 하나 하나 색깔을 넣어 구워 만들죠. 그래서 대량 생산이 불가능하고, 소장 가치가 높습니다. 컬리 고객 분들은 이런 걸 좋아하세요. 트렌드에 빠르고, 희소성을 중시해서요. 이런 상품들은 컬리에서만 단독으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 김민희 이사

K-문화 열풍을 탄 K-그릇

놋담은 원래 모회사인 죽전도예 매장에서 대부분의 매출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제 온라인 구매가 오프라인을 넘어 서 다양한 연령층이 놋담의 유기를 찾고 있어요. 지난해 11월, 컬리에서도 역대 최고의 월 매출을 기록했죠.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접근성을 훅 낮춘 덕분입니다.

서울 논현동에 있는 놋담의 쇼룸엔 최근 외국인들의 발길이 잦습니다. 전부터 황금색을 선호하는 중국인 관광객이 많았지만, 최근 다양한 국적의 손님들이 부쩍 늘었어요. 김민희 이사는 K-문화 열풍 덕분이라고 말합니다. 방짜유기는 오직 우리나라만 만들고 쓰는 것이니까요.

방짜유기의 인기는 역사의 재현을 보는 듯 합니다. 고려를 찾은 한 송나라 사신은 '고려의 그릇은 놋쇠로 만든 것이 많으며, 깨끗하고 광채가 나 귀하게 여길 만하다*'고 적었죠. 예로부터 이어 온 한국의 하이테크 기술이 오늘날까지 빛을 발하고 있어요.

*서긍,《선화봉사고려도경(宣和奉使高麗圖經)》중에서 (1123년)

"우리나라 사람들이 우리 그릇을 썼으면 좋겠어요. 아직 유기를 잘 모르는 분들은 '제사상에 쓰는 거'라거나, '내가 쓰긴 좀 어려워 보인다'고 하시기도 해요. 누구나 일상에서 쓸 수 있는 식기라는 걸 알리기 위해 마케팅도 많이 하는 이유죠. 한국의 그릇이 더 많이 쓰이도록 더 연구하고 노력할 거예요."
- 김민희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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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더브랜드(Meet the Brand)는 브랜드를 만든 사람에 집중합니다. 그만의 철학과 삶으로 초대할게요.

작성자 이미지

박성주

컬리에 깃든 이야기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