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에 당연한 비즈니스는 없다고 하죠. 월평균 앱 방문자 수 400만 명이라는 성과를 이루기까지 매일 치열한 논의를 나누고, 위기를 돌파해 온 컬리의 10년 여정을 생생히 기록한 책이 나왔습니다. 바로 컬리 워큐멘터리* 도서《굿 센스》입니다.
*워큐멘터리 : 일(Work)과 다큐멘터리(Documentary)의 합성어로, 일과 직업, 그리고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기록한 콘텐츠
이 책이 나오기까지 걸린 시간은 무려 1년 3개월. 책을 내기 위해 거쳐 간 구성원만 100여 명에 달합니다. 마치 '방망이 깎는 노인'처럼 집요하게 기획과 인터뷰, 제작 전반을 아우르며 한 권의 책을 완성해 낸 브랜드경험콘텐츠그룹의 두 기획자, 이재연 님과 이석창 님을 만나 책 뒤에 숨겨진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보았습니다.
컬리의 지난 여정이 한 권의 책이 되기까지

Q. 컬리의 10년이 넘는 긴 여정을 아카이빙하는 프로젝트였습니다. 이 거대한 작업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기획의 첫 단추가 궁금합니다.
브랜드경험컨텐츠그룹 이재연 (이하 재연) : 시작은 24년 12월이었어요. 10주년 TF에서 가볍게 브랜디드 콘텐츠로 시작했던 기획이었고, 컬리의 5대 핵심 가치를 키워드로 풀어내려 했죠. 그런데 단편적인 글로 휘발시키는 것보다 하나의 통으로 된 '책'으로 묶어 컬리의 진정성을 진중하게 전달하자는 의사결정이 내려졌어요.
긴 호흡으로 우리 이야기를 읽어주길 바랐거든요. 마침 '텍스트힙(Text Hip)'이 트렌드로 떠오르던 시기이기도 했고, 내부적으로도 우리의 일하는 방식을 명문화하여 기록해 두자는 목표가 맞아떨어졌습니다.

Q. 책 내지에 사진이나 그림이 단 한 장도 없는 점이 눈에 띄더라고요. 이유가 무엇인가요?
재연 : 저희는 '문장의 힘'에 집중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사진이 굳이 필요 없겠다고 생각했어요. 컬리가 이커머스이다보니, 오프라인 활동 이미지가 적고 주로 상품이나 프로모션 사진이 대부분인데 그것만으로는 우리의 조직 문화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었고요.
그리고 책을 통해 컬리의 과거와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까지 그려내고 싶었는데요. 사진은 과거와 현재만 보여줄 수 있을 뿐 미래를 나타낼 수는 없잖아요. 그렇다고 오지 않은 미래를 억지로 AI로 생성해서 넣을 수도 없고요. (웃음)
↪ 책 크기를 일반 도서보다 작고 아담하게 만드신 것도 관련이 있을까요?
네, 맞아요! 사진도 없는데 책 볼륨까지 크고 두꺼우면 첫 장을 펼치기도 전에 부담스럽게 느낄 수 있잖아요. 언제 어디에서나 가볍게 펼쳐 읽을 수 있도록 핸디한 크기로 기획했습니다.

속도를 늦추며 더 깊고 풍부해진 기록
Q. 준비 기간만 1년 3개월이 걸렸습니다. 중간에 출간 일정이 미뤄지면서 대대적인 보충 취재를 진행하셨다고 들었는데, 실무자로서 가장 아찔했던 고비의 순간은 언제였나요?
재연 : 원래는 작년 12월 '푸드페스타'에 맞춰 출간하고, 책을 짠! 하고 전시하는 게 목표여서 정말 열심히 달렸어요. 그런데 외부에서 보는 것보다 컬리의 비즈니스 구조가 훨씬 복잡하고 정교하다 보니 맥락을 잡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그때 내부적으로 논의하며 책의 방향성을 다시 잡았어요. '일정에 맞춰 빠르게 내는 것보다, 출간이 늦어지더라도 우리가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와 해야 할 이야기를 충분히 담자'라는 결정이었죠. 그래서 초기 기획이었던 성장 과정 중심에서, 미래를 준비하는 이야기의 비중을 더 늘리는 방향으로 수정하게 되었습니다.
브랜드경험컨텐츠그룹 이석창 (이하 석창) : 그리고 그 타이밍에 제가 입사를 했습니다. (웃음)

Q. 석창 님은 책 발간에 가장 중요한 시점에 합류하셨네요. 미션을 받았을 때 어떠셨나요?
석창 : 입사한 지 1~2주 되었을 때인데, 컬리의 10년 역사를 정리해야 하는 미션이 떨어진 거죠. 그 당시 저는 팀에서 사용하는 협업 툴인 지라(Jira)도 제대로 쓸 줄 모르는 상태였거든요. 책의 내용을 보완하면서 총 10분의 추가 인터뷰를 진행하게 되었어요.
컬리의 초기 시절 이야기를 들려줄 전직 임원들부터 10년 넘게 컬리를 다니셨던 분들, 그리고 새로 컬리에 합류하신 리더들까지요. 이들의 인터뷰를 일주일 만에 진행하고, 녹취를 정리하여 원고 수정과 팩트체크까지 과정이 한 달 안에 번개처럼 진행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컬리에 대해 속성 과외를 한 셈이라 제가 더 빠르게 컬리에 적응할 기회가 되지 않았나 합니다.
Q. 담당자들에게는 힘들었던 시간이었지만 결국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아요.
재연 : 완벽한 전화위복이었죠! 초창기 멤버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내용이 정말 풍부해졌거든요. 내일 망해도 이상하지 않던 시절의 위기와 에피소드가 대거 보강됐고, 신규 리더들을 통해서는 컬리의 미래에 관한 이야기가 더해지면서 아쉬웠던 맥락이 채워졌다고 생각해요. 석창 님이 단시간에 고생하며 도와주신 덕분이에요.

Q. 두 분의 호흡 덕분에 위기를 기회로 바꾸셨네요. 전현직 구성원들의 생생한 목소리가 더해지면서 책의 의미가 더 깊어졌는데,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총 몇 명의 이야기를 들으신 건가요?
석창 : 공식적으로 인터뷰를 진행한 분만 39명이에요. 책 뒷부분에 들어간 [컬리인의 말말말]에 참여한 분들까지 합치면 총 77명의 이름이 책에 올라가 있죠.
재연 : 마주 앉아 인터뷰를 한 분들 외에도, 원고를 쓰면서 슬랙으로 팩트체크를 도와주고 세부 정보를 확인해 준 분들까지 다 포함하면 거의 100명에 가까운 컬리인들이 이 책 한 권을 위해 힘을 보태주셨어요.
Q. 쌓인 녹취록 분량만 해도 어마어마했겠어요. 인당 인터뷰 시간은 어느 정도였나요?
석창 : 보통 한 명당 기본 1시간씩은 소요됐어요. 컬리에 오래 계셨던 분들이나 C레벨 분들은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풀어낼 이야기가 워낙 많다 보니 1시간 반을 훌쩍 넘기기도 했고요. 특히 슬아님*과는 3시간씩 총 3차례에 걸쳐 인터뷰를 진행했고, 그 외에도 비대면으로 꾸준히 책에 대한 피드백을 주고받았습니다.
*컬리는 모든 구성원이 직급이나 직책 없이 이름 뒤에 '님'을 붙여 부른다. 김슬아 대표는 슬아님 또는 소피라 불린다.

Q. 방대한 분량의 이야기들을 수집하셨으니 분량상 혹은 수위 조절(?) 때문에 덜어내야 했던 비하인드 스토리도 정말 많았을 것 같아요.
석창 : 저는 10년 넘는 장기 근속자분의 인터뷰가 정말 흥미진진했어요. 꼭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옛날이야기처럼 들렸거든요. (웃음) 그중에서도 컬리의 재사용 포장재인 '퍼플박스' 탄생 비화가 기억에 남아요. 지금은 너무나 당연하게 사용하는 퍼플박스에 이런 일화가 있었다는 게 신기하고 재밌었거든요.
당시 물류를 담당하는 실무진은 매일 수천 개씩 쏟아질 박스의 회수와 세척 효율 같은 운영 프로세스를 고민한 반면, 브랜드팀은 고객이 아침에 문을 열었을 때 박스를 마주하는 고객 경험에 집중하면서 두 핵심 가치가 충돌했다고 해요. '이 구조가 과연 박스인가 가방인가', '그 이름이 고객의 브랜드 인식에 어떤 영향을 줄까'처럼 단어 정의 하나를 두고도 격렬하게 의견을 나누셨다는데, 그 뒤에 숨겨진 이야기만 담아도 거의 책 한 권이 더 나올 분량이었습니다.
'방망이 깎는 노인의 마음'으로
Q. 성공 스토리에만 집중한 것이 아니라 그때 그때의 상황을 현실감 있게 다루어서 더 몰입이 잘 되었어요. 기획자 관점에서 '이게 진짜 컬리다'라는 점이 가장 잘 녹아났다고 생각하는 대목은 무엇인가요?
석창 : 저는 손승현 MD님의 '제각각 채소 시리즈' 일화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23년 초 채소 가격이 급등했을 때, 규격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맛과 영양은 똑같은데 버려지던 농가들의 채소를 모아서 출시한 프로젝트인데요. 보통 시장에서는 이런 상품을 '못난이 채소'라고 부르잖아요.
하지만 컬리는 소비자의 인식 자체를 바꾸기 위해 저마다의 개성이 있다는 의미를 담아 '제각각'이라는 네이밍을 붙였어요. 컬리가 고객에게 '좋은 것의 기준'을 어떻게 제시하는지 잘 보여주는 일화라 꼭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재연 : 책 곳곳에서 '무엇이 진짜 좋은 것인가'와 '지속 가능성'을 치열하게 고민하는 순간들이요.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당장의 실적에 급급해서 성급한 판단을 하기 쉬운데, 컬리는 의사결정자가 아닌 직원이라도 '이 결정이 우리 일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것인가?'를 끊임없이 자문하거든요. 단순히 돈을 버는 것 이상의 가치를 위해 구성원들이 스스로를 믿고 주도적으로 방향성을 만들어가는 모습 자체가 진짜 컬리답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이 일하는 방식을 관통하는 '방망이 깎는 노인의 마음'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어요. 인터뷰를 했던 분들이 이 표현을 많이 쓰셔서 초고에는 반복적으로 나왔어요. 책을 교정하다 보니 너무 많이 나오는 듯하여 딱 한 번만 남겨뒀는데요. 끝이 없는 일일지라도 집념 있게 나아가는 장인정신이라는 뜻을 담은 이 문장이 컬리의 조직문화를 아우르는 키워드라고 생각합니다. 그 한 번이 어디에 나오는지 찾아보는 재미도 있겠죠?
책 내용 중에 태영 님*이 하신 말씀이 있어요.
“컬리가 뛰어난 한 사람 또는 몇 사람의 힘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한 사람, 한 사람이 자발적으로 작은 개선을 만들고 디테일을 쌓아 올린 것이 10년간 누적된 결과, 지금의 컬리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컬리가 수많은 구성원의 노력이 쌓여 만든 결과물이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해요.
*허태영 최고 운영 책임자(COO)

Q. 말씀하신 의미가 책 말미에 [컬리인의 말말말]장에 담겨있는 것 같아요. 구성원의 목소리를 담게 된 이유와 이를 통해서 전달하고 싶은 의미는 무엇인지 듣고 싶어요.
재연 : 처음에는 숫자로 컬리의 10년을 화려하게 하이라이트 할까도 고민했는데 그건 진정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했어요. 슬아님이 최대한 많은 구성원의 보이스를 담았으면 좋겠다고 말씀해 주셨고, 직책 여부와 상관없이 매일 현장에서 컬리를 위해 땀 흘리는 수많은 구성원의 이야기를 담고 싶어서 이 섹션을 기획하게 되었어요. 컬리인들은 신기할 정도로 컬리의 서비스와 제품을 진심으로 애정하거든요. 그 특유의 끈끈한 진정성이 말말말 장에 고스란히 담겨 책의 완성도를 꽉 채워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굿 센스는 (ㅤ)다
Q. 오늘 서점에 들른 누군가가 수많은 책 중《굿 센스》를 장바구니에 담아야 하는 강력한 이유가 있다면요?
석창 : 일단 책이 가볍고 폰트가 큽니다! (웃음) 서점에 잠깐만 서서 읽어도 첫 번째 챕터까지는 금방 읽으실 수 있을 거예요. 그런데 분명히 거기까지 읽으시면 뒤 내용이 궁금할 거거든요. 단순히 돈을 많이 벌고 회사를 빨리 키우는 기술이 아니라 조금 더디고 머리가 아프더라도 오래가는 브랜드, 좋은 회사를 만들고 싶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어줄 책입니다.
재연 : 스타트업 창업가나 기획자, 마케터뿐만 아니라 컬리를 이용하는 일반 고객분들도 꼭 읽어보셨으면 좋겠어요. 책을 덮을 때쯤 '아, 매일 받는 새벽배송이 그냥 당연하게 오는 게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드실 거예요.

Q. 마지막으로 컬리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담긴 도서《굿 센스》를 한 문장으로 정의해 주세요.
재연 : 저는 '망치'라고 하고 싶어요.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가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다" 라고 했는데요. 도끼는 너무 크고 무서우니까, 귀엽게 '망치'라고 해보려고요. 컬리는 얼어붙은 유통시장을 깨는 혁신으로 성장해 온 기업이니까요. 하나의 의미를 더 부여하자면 기업의 브랜드 도서라고 하면 으레 갖는, 딱딱하고 지루하다는 편견을 깨부수는 망치가 되었으면 합니다.
석창 : 제가 입사했을 때 이미 책의 타이틀이 정해져 있어서 사전에서 뜻을 찾아봤는데요. 'Good'의 뜻에는 '바르다'가 있고, 'Sense'에는 '판단'이라는 의미가 있더라고요. 결국 이 책은 지난 수많은 선택의 갈림길에서 바른 판단을 내려왔던 컬리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바른 판단'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컬리의 바른 판단을 담은 <굿 센스> 많이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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