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운 앰배서더 생활] 작은 스터디에서 전사 문화로, 컬리는 어떻게 AI를 ‘일상’에 심고 있을까?

2025.12.10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사드려요. AI 앰배서더(ambassador) K입니다👋
뜨거웠던 1,2기 스터디가 모두 끝나고, 어느덧 올해 앰배서더 활동도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데요. 앰배서더로 직접 활동하며 느낀 점은, 시간이 지날수록 앰배서더 제도가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다는 사실이었어요.

오늘은 컬리의 AI 문화 정착을 위해, 40여 명의 앰배서더와 호흡하며 운영 전반을 이끌어온 인재성장팀 조은주 담당자를 만났습니다. AI 앰배서더는 어떻게 시작되었고, 그 과정에서 어떤 고민과 시행착오가 있었는지 생생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모두 물어보고 왔습니다!    

0. 조은주
인사혁신본부 인재성장팀 조은주

컬리인의 ‘AI 리터러시’ 레벨 끌어올려~!

Q. 가장 먼저, AI 앰버서더 제도를 운영하게 된 핵심 목적이 궁금합니다.  

가장 큰 목표는 구성원들의 ‘AI 리터러시*’ 레벨을 한층 업그레이드하는 것이었어요. 하지만 AI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어, 획일적인 교육만으로는 그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각 조직 내에서 변화를 가장 빠르게 흡수하고 전파할 ‘변화 관리자(change agent)’로서 앰배서더를 선발했습니다. 앰배서더를 먼저 잘 육성하고, 이분들을 통해 유연하게 AI 문화가 전파되도록 하는 전략을 택했죠.  

*인공지능(AI) 기술과 효과적으로 협업하고 주체적으로 활용하는 능력

Q. AI 문화 전파라고 하면 보통은 자동화를 많이 생각하는데요. 앰배서더 운영의 목표가 자동화에만 국한된 건 아니었군요.   

네, 맞아요. AI 활용 방식은 정말 무궁무진하거든요. 지금까지 하지 못했던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거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데 활용할 수도 있죠. 물론 프로덕트 개발에도 쓰일 수 있고요. 꼭 거창한 자동화가 아니더라도, 각자가 하는 업무를 돌아보고 AI를 작게라도 적용해보는 경험을 쌓게 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Q. 기술 전담 조직이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각 현업 부서별로 앰배서더를 선발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컬리에는 이미 AI 서비스를 전문으로 개발하는 ‘AX 센터’가 있습니다. 반면, 앰배서더의 역할은 ‘각자의 현업에 AI를 어떻게 접목할지 고민하고 개선’하는 것이에요. 실무에서 어떤 부분이 페인 포인트(pain point)이고 AI로 어떤 업무를 시도해볼지는 그 일을 직접 하는 담당자가 제일 잘 알고 있잖아요. 그래서 개발 역량보다는 현업에서의 경험과 문제 해결 의지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어요. 

Q. 그래도 비개발 직군이 다수 포함되다 보니, 기획 단계에서 기술적 장벽 등 우려되는 점도 있었을 것 같아요. 

사실 생각보다 기술적인 우려는 크지 않았어요. 물론 개발 직군 분들이 AI를 더 빠르게 접하고 적용하는 경향이 있지만, 동료 학습의 힘을 믿었습니다. 개발/비개발 직군을  떠나 앰배서더들끼리 서로 경험과 지식을 나누며 발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실제로도 그랬습니다. 비개발 직군임에도  AI 활용도가 높은 분들이 스터디를 주도하며 공유해 주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Q. 기존에도 사내 AI 스터디가 있었던 걸로 아는데요. 앰배서더 프로그램을 설계하면서 가장 차별화를 둔 고민 포인트는 무엇이었나요.  

기존 스터디가 ‘배우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학습’하는 것에 의의를 뒀다면, 이번 앰배서더 프로그램은 ‘현업의 문제와 AI의 연결’에 집중했습니다. 단순히 이론을 배우는 것을 넘어, 실제로 AI 툴을 써보고, ‘내가 일하는 과정과 방식이 이렇게 바뀔 수 있구나’를 체감하는 게 필요했어요. 그래야 좋은 실무 적용 사례가 나오고, 그걸 본 다른 구성원들도 AI에 관심을 갖게 될 테니까요. 

Q. 말씀하신 고민들이 지난 5월 진행된 앰배서더 교육 커리큘럼에 고스란히 반영된 것 같습니다.   

네, 인사혁신본부장님을 비롯한 리더분들과 논의를 거쳐 교육의 목표를 두 가지로 설정했어요. 하나는 “생성형 AI는 어려운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의 전환을 이끌어내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생성형 AI를 활용하니 실제로 이런 부분이 좋아지는구나”를 직접 체감하게 하여 AI 학습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었어요. 이를 고려해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실습 워크숍’ 등 이론과 실무 세션을 고르게 분배했습니다.

보이지 않는 노력을 ‘보이는 성과’로

Q. 앰배서더 운영 과정에서 기획 단계에서는 예상하지 못했던 현실적인 장벽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앰배서더들이 가장 힘들어했던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아무래도 본업과 앰배서더 활동을 병행해야 하다 보니, 물리적인 시간 부족을 가장 힘들어 하셨어요. “하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시간이 안 난다”며 따로 연락을 주시는 분들도 많았고요. 또, 정기 밋업(meet-up)에서 나온 이야기 중 마음이 쓰였던 건 ‘인정’에 대한 갈증이었어요. 힘든 건 둘째치고, 조직 차원에서 앰배서더들이 얼마나 고군분투하고 있는지 좀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니즈가 컸습니다.  

Q. 현업에 치여 지칠 수도 있었을 텐데, 운영자로서 앰배서더들이 포기하지 않고 완주할 수 있도록 어떤 동기 부여를 하셨나요.  

놀라웠던 건, 힘들다고 솔직하게 토로하신 분들이 역설적으로 누구보다 활동에 진심인 분들이었다는 점이에요. 평일에 못하면 주말에 과제를 해오실 정도로 책임감이 강하셨거든요. 운영자로서 그 열정에 정말 감사했고, 제가 해드릴 수 있는 최선의 지원은 ‘확실한 인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구성원과 조직장님들께 앰배서더들이 이렇게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격려 받을 수 있는 판을 깔아드리는 데 집중했어요.   

Q. 구체적으로 어떤 지원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거창한 보상보다는 노력을 가시화하는 데 힘썼어요. 앰배서더의 결과물이 어떤 과정을 거쳐 나왔고, 실제 업무에 어떤 임팩트를 줬는지 타운홀 같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발표할 기회를 만들어 드렸습니다. 또, 전사 곳곳에 결과물 홍보 포스터를 붙여 구성원들이 오가며 볼 수 있게 하고, 사내 전용 학습플랫폼인 ‘러닝스토어’에 스터디 결과물을 정리해 공유하기도 했고요. 

내부 리더십 채널을 통해 각 부서장님들에게 앰배서더 활동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주지시키고, 적극적인 격려와 지원을 부탁 드리기도 했습니다. 내가 힘들게 한 노력을 누군가 알아주고 인정해 줄 때, 다시 달릴 수 있는 동력이 생기니까요.

러닝스토어
컬리 러닝스토어에 공유된 앰배서더 스터디 결과물

Q. 앰배서더가 운영하는 스터디*가 1,2기로 나누어 진행됐습니다. 1기 피드백을 반영해 2기 스터디 방식이 대폭 개편된 점도 인상적이었는데요. 앰배서더의 니즈와 회사의 방향성 사이에서 어떻게 조율하셨나요. 

알아주셔서 너무 감사해요(웃음). 사실 1기는 첫 시도다 보니 예산도 부족했고, 회사와 앰배서더 간의 기대치에도 갭(gap)이 있었어요. “앰배서더 제도가 지속가능하려면, 작더라도 확실한 성공 사례가 필요하다”고 결론 내렸고요. 1기 미션으로 프롬프트를 빠르게 적용해볼 수 있는 ‘조직별 프롬프트 가이드’ 제작을 제안했고, 앰버서더분들이 훌륭한 결과물을 만들어주신 덕분에 스터디 활동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원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앰배서더가 자율적으로 팀원을 모집해 스터디를 진행했다.  2기 스터디에서는 AI툴 구독료와 교육비, 다과비 등이 지원되며 1가 스터디 대비 앰배서더 활동을 위한 지원이 강화됐다. 스터디 최소 인원 또한 줄어 스터디원 모집과 주제 선정에서 앰배서더의 자율성이 높아졌다.    

Q. 앰배서더들의 결과물을 가장 가까이서 보셨을 텐데요. AI와 무관해 보였던 부서의 반전 활약상이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정말 좋은 사례가 많지만, 딱 두 가지만 꼽자면요. 첫 번째는 라이프패션그룹 주방생활팀의 ‘3P*품절 예상 상품 알림’ 자동화 사례입니다. 컬리가 최근 3P 카테고리를 확장하고 있는데, 성장 속도를 시스템이 다 따라가기 벅찬 상황이었어요. 이걸 담당자가 직접 자동화한 거죠. 데이터 기반으로 품절 임박 상품을 미리 감지하고,  MD와 파트너사 담당자에게 메일까지 자동 발송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냈습니다. 
*3P(3rd Party): 판매자(제조사 등)가 직접 상품의 재고 관리부터 포장, 배송까지 책임지고 고객에게 전달하는 방식. 유통사가 직접 매입해 판매하는 1P(First-Party) 모델과 차이가 있다. 

두 번째는 경영지원(인사/재무/법무) 부서의 ‘문의 응대 챗봇’입니다. 현업 특성상 쏟아지는 반복 질문에 답하다 하루가 다 간다고도 하는데요. 단순 반복 질의는 챗봇이 처리하게 만들어 업무 생산성을 높인 사례로 기억에 남습니다. 

Q. 실제로 법무팀은 외부 기관에서 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네, 맞아요. 한국사내변호사회가 주최한 ‘2025 KICA AWARDS’에서 ‘우수 법무그룹’으로 선정되었습니다. 리걸 챗봇 도입은 물론, 1기 스터디 때 배운 프롬프트를 활용해 문서 업무를 효율화한 점을 높게 평가받았다고 해요. 법무팀이 테크에 보수적일 거라는 편견을 깨고, 앰배서더 활동을 통해 만들어낸 변화가 대외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회사와 팀 모두에게 정말 뜻깊은 성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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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거창한 선포보다 강력한 건    

Q. 제도 운영 전후, 컬리의 일하는 문화에 ‘AI적 사고’가 실제로 뿌리내리고 있다고 체감하시나요.  

아직 정량적인 수치로 말씀드리기는 조심스럽지만, 피부로 느껴지는 변화는 분명해요. 공식적인 루트가 아님에도 앰배서더분들이 만든 프롬프트 가이드나 챗봇을 알음알음 활용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자주 들리거든요. 물론 객관적인 지표로 구성원의 ‘AI 리터러시’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확인하는 과정은 필요합니다. 그래서 내년에는 구성원들이 AI 역량을 스스로 진단하고, 자신의 커리어 플랜에 녹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Q. 2026년에도 ‘AI 앰배서더’는 계속되나요?  만약 진행한다면, 어떤 방향으로 진화할 예정인가요.

내년에는 앰배서더 운영을 더 고도화할 계획이에요. 올해 지켜보니 앰배서더 중에서도 유독 열정적으로 참여해 다른 분들에게도 좋은 영향력을 주는 분들이 계셨거든요. 그런 분들이 AI 전문가나 전파자로서 좀 더 다양한 활동을 하실 수 있도록 개편하고자 합니다.

Q. 숙련된 앰배서더가 전문가로 활동한다면, 어려움을 겪는 비개발 직군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비개발 직군 분들은 여전히 자동화 과정에서 기술적 장벽을 느끼시거든요. 이때 ‘전문가 앰배서더’ 분들이 멘토가 되어 코칭을 해주거나 사내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는 등 선순환 구조를 만들려고 합니다.  

Q. 운영자로서 그리는 내년도 앰배서더의 모습은 무엇인가요. 

올해가 각자의 업무에 AI를 ‘적용’해보는 경험을 쌓는 ‘도입의 해’였다면, 2026년은 AI와 한 몸처럼 일하는 ‘일상화의 해’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단순히 툴을 쓰는 것을 넘어, 모든 팀에 ‘AI라는 새로운 팀원’이 합류해 함께 일하는 것처럼 업무 환경 자체를 업그레이드하고 싶어요. AI 문화가 컬리라는 조직에 더 깊고 단단하게 뿌리내릴 수 있도록요.  

Q. 마지막으로, 전사적인 AI 문화 정착을 고민하는 타 기업 담당자들에게 먼저 길을 걸어본 입장에서 한 가지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사실 저도 처음엔 거창한 제도로 시작한 게 아니었어요. 앰배서더 이전에, 마음 맞는 몇 분과 모여 진행한 비공식 스터디가 있었거든요. 제미나이를 활용해서 각자의 업무를 자동화해보는 스터디였는데요, 구글 캘린더 기반 회의실 예약 자동화, 대량주문 처리 업무 자동화 등 기대 이상의 결과물이 나왔어요. 감사하게도 우수 사례들을 타운홀에서 발표할 수 있었는데, 이때 AI 활용에 대한 전사적 관심도가 높아진 것 같아요. 그게 진화해서 지금의 앰배서더가 된 것이고요. 조언이라기보다는 교육 담당자로서 저의 레슨런은, 처음부터 큰 욕심을 내기보다 담당자가 먼저 그 제도의 첫 번째 유저(user)가 되어 작게라도 결과물을 만들어보는 것이라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Q. ‘단계별 접근’과 ‘작은 성공’이 핵심이군요. 

네. 회사에서 “오늘부터 무조건 AI 쓰세요!”라고 선포한다고 해서 구성원들이 움직이진 않거든요. 그것보다는 ‘내 옆자리의 동료가 AI로 뭐 만들었더라’하는 식의 실제 사례가 훨씬 강력합니다. 동료의 성공 경험이 자연스럽게 옆으로 퍼져나가게 하는 것, 그게 가장 빠르고 확실하게 AI 문화를 만드는 방법 아닐까 싶습니다. 

AI로운 앰배서더 생활은 컬리 AI 앰배서더로 활동하며 배우고 느낀 점을 솔직하게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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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앰버서더 K

IT알못이지만 AI와 친해지는 중입니다.